[미디어스=박대형 기자] 시민단체가 내년 3월 시행되는 '학생 스마트기기 금지법'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학생인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은 3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같이 청소년을 통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본다면 민주주의는 청소년들에게 영영 허울뿐인 장식으로 남을 것"이라며 ▲시행령·지침을 통한 가이드라인 마련 ▲초·중등교육법 독소조항 제거 ▲학생인권법 제정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지난 8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개정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내년 1학기부터 초·중·고교생은 수업 중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 아울러 학교의 장과 교원이 학생의 학습권 보호와 교원의 교육활동을 위해 필요한 경우 학생의 교내 스마트기기 사용·소지를 제한할 수 있다. 사용·소지를 제한하는 기준과 방법, 스마트기기의 유형 등 필요한 사항을 학칙으로 정할 수 있다.
청소년-시민전국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 주권을 내세운 정권에서도 청소년들은 여전히 소외되어 있다"며 "청소년 언론이 학교에서 검열·압수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반민주·반인권적 학칙과 관행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폐지·개악 위기에 놓여 있고 학생인권법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학생 스마트기기 금지 법안은 학생들의 스마트기기 사용·소지 등 전반을 학교장과 교사가 자의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일부 학교들은 이미 스마트기기 소지를 하지 못하고 전면 수거하는 방향으로 학칙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오늘날 온라인 공간과 메신저 등 디지털기기를 이용한 소통은 시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행동을 조직하고 힘을 모으는 주된 통로가 되고 있다. 스마트폰은 입시경쟁교육 속에 고립되어 있는 청소년들에게 세상과 연결될 권리이기도 하다"며 "학생들의 자유와 권리가 과도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교육부·교육청은 시행령과 지침 등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전국학생인권교사연대 소속 조영선 교사는 "교사들에게도 이 법이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라며 "서울은 학생인권조례에서 학생들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교사나 학교가 자의적으로 결정하도록 할 경우 법 해석의 부담이 교사에게 돌아가고 또 다른 민원의 소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사는 "작년 겨울 학생들과 광장을 지키면서 '이제 새로운 세상이 올 것이고 학생들도 더 시민으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에게 청소년은 통제의 대상이었을 뿐"이라며 "학생들을 혐오에 빠뜨리는 것은 정치권의 위선이다. 한쪽으로는 진보를 이야기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학생의 권리를 제한하는 민주주의를 학생들이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조 교사는 "이것은 학생들에게 '진보연'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약자의 권리를 더 쉽게 침해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높다"며 "'진보 교육감' 출신의 새 교육부 장관은 책임감을 가지고 학생들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시행령 마련 등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기본권 침해·교실 사법화 우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소속 이제호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은 교사의 권한을 강화하는 대신 학생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위험이 있다"며 "이로 인해 학생의 인격권, 학습권, 사생활의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이 크고 나아가 교실 현장이 불필요하게 사법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할 때 학생의 절차적 권리를 명확히 보장하고 인권친화적인 지도 원칙을 구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며 "학생의 참여권과 권리구제 절차를 명시한 '학생인권보장법' 지정을 조속히 추진하고, 교원 학생 학부모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인권 중심의 지침과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해 현장의 혼란과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지난해 10월 휴대전화 일괄 수거를 명시한 학칙이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 9월 언론 인터뷰에서 "휴대전화는 학습권·교권 침해의 원인이 될 때가 많다"며 "요즘 우리 사회가 인권침해라며 교사의 권한, 부모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쉽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등 청소년단체는 "민주주의는 구성원들에 의해 작동돼야 한다. 학칙 개정을 최종 의결하는 학교운영위원회에는 학교 안 청소년 당사자의 참여가 전혀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며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보다 안 위원장이 직책에 눌러앉아 윤석열스러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타인의 권리에 더 큰 피해를 준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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