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대형 기자]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과 재외국민 예술인들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근거 없이 재외국민을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며 "모든 예술인이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동등하게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차별적 행정을 규탄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지난 4월 한국에 거주하며 활동해온 예술인들에 대해 '재외국민'이라는 이유로 지원금 환수를 통보했다. 이에 강원도 춘천에서 활동하는 고규미 극단 상사화 대표는 "단순히 재외국민이라는 형식적 이유로 배제된 것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예술인복지재단은 지난 9월 고 씨를 포함한 일부 예술인에 대해 환수 및 참여 제한을 철회했다.

고규미 극단 상사화 대표 (사진=고규미 대표 제공)
고규미 극단 상사화 대표 (사진=고규미 대표 제공)

20년 넘게 한국에서 창작 활동을 해온 고규미 극단 상사화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020년과 2022년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을 통해 총 600만 원의 지원을 받았지만, 올해 4월 재단은 '재외국민은 지원 대상이 아니다'라며 전액 환수와 5년간 재단 사업 참여 제한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예술인복지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외국민'이라는 이유로 환수 통보를 받은 사례는 2020년 4명, 2021년 10명, 2022년 2명, 2023년 2명, 2024년 6명 등 총 24명에 달했다.

고 대표는 "재단은 스스로 우리 재외국민 예술가에게 발급한 예술활동증명을 부정했다"며 "'예술인 복지법'은 신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지만 재단은 복지지원 단계에서 재외국민을 배제했다. 이는 명백한 행정적 자기모순으로, 신뢰 원칙을 저버린 행위"라고 지적했다.

고 대표는 "재단의 법 해석도 자의적"이라며 '보조금법'을 이유로 들었지만 법 어디에도 국적 제한 조항은 없다. 이는 행정 편의에 따른 결정일 뿐이며 '문화기본법'과 '문화다양성 보호법'이 보장한 차별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고 대표는 "처분 철회 이후에도 재단은 어떠한 사과나 책임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예술인을 지원이 아닌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오만한 태도"라며 "이번 사건은 개인의 분쟁이 아니라 한국 예술행정의 구조적 차별과 배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비록 저와 장수경 예술가의 처분은 철회되었지만 아직 여섯 명의 예술인은 구제되지 못하고 있다"며 "재외국민 예술인 배제 기준을 전면 재검토해 실효성 있는 개선책을 마련하고, 아직 구제되지 않은 예술인들에 대한 환수와 참여 제한 처분을 즉시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재외국민은 '경계인'...뿌리 깊은 차별의 문제" 

재일동포 3세 국악인인 장수경 씨는 "저는 일본 오사카의 한국학교인 건국학교에서 전통예술을 배우며 자랐고,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에 정착해 국악인으로 활동했다"며 "그런데 지난 6월 재단으로부터 '재외국민'이라는 이유만으로 2022년에 받은 창작준비금 환수와 재단 사업 참여 제한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장 씨는 "어떤 사전 안내도, 명확한 근거도 없었다. 공모문 어디에도 재외국민 제외 조항은 없었다"며 "신청 당시 모든 행정 절차는 정상적으로 진행됐고, 지원금도 제 예술활동 실적으로 인정받아 지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씨는 "언론과 국회의 관심 속에 이 사안은 국정감사까지 다뤄졌고, 결국 재단은 지난 9월 환수 조치를 철회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의 공식적인 사과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제도개선 조치도 없었다"며 "이 사건마저 '없던 일'로 넘기려는 태도는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일은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존재하는 재외국민 예술인에 대한 차별의 문제"라며 "저는 일본에서는 '한국인 예술가', 한국에서는 '재외국민 예술인'으로 불리며 양쪽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했다. 이른바 '경계인'으로 살아야 했다"고 토로했다.

장 씨는 "이제 재단과 문체부는 명확히 책임을 져야 한다. 재외국민 예술인 배제 기준을 폐지하고,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이 일을 계기로 우리 다음 세대의 예술인들이 더 이상 차별받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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