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헌법재판소가 지상파 결합판매 제도 위헌확인 심리를 약 1년 만에 재개했다. 헌재는 이달 방송통신위원회에 사실조회서를 송달했고, 방통위는 헌재에 회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상파 결합판매 제도는 광고판매대행사(코바코, SBS M&C)가 지역·중소 지상파 광고를 결합 판매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지역·중소 지상파는 결합판매 제도가 위헌 결정이 날 경우 생존을 위협받게 되고, 이는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20년 4월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미디어렙법) 제20조가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미디어렙법 제20조는 중앙 지상파 광고를 대행하는 광고판매대행자가 지역·중소 지상파의 광고를 결합 판매하도록 규정해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 지역성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미디어스 취재 결과, 헌재는 지난 9일 방통위원장에게 사실조회서를 송달했으며 이에 방통위는 지난 17일 회신했다. 헌재는 지난해 10월 이후 해당 사건을 심리하지 않았다. 11개월 만에 심리를 재개한 것이다. 헌재가 이 사건 심리 과정에서 사실조회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디어스는 방통위에 헌재 사실조회 여부와 구체적인 조회 내역을 문의으나 방통위는 헌재로부터 사실조회가 왔고 회신한 것은 사실이지만 소송이 진행 중인 관계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답했다. 헌법소원 청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지역·중소 지상파는 헌재가 결합판매에 대해 위헌을 결정할 경우, 지역·중소 지상파의 존립 기반이 무너지고, 이는 곧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 훼손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9월 CBS·CPBC·불교방송·원음방송·EBS·TBS·경인방송·광주영어방송·부산영어방송 등 9개 중소 지상파는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 사건 규정이 위헌으로 결정되어 효력이 상실되면 결합판매 의무가 없어진 방송광고판매대행사는 즉시 결합판매를 중단할 것이고, 중소 지상파는 주된 매출원이 사라져 존립 기반이 무너지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9개 중소 지상파는 "종교·교육·외국어·지역 등의 전문 분야 편성을 통해 공공재이자 가치재로서 기능을 수행하는 중소 지상파는 결합판매 제도를 통해 최소한의 매출을 보장받으면서 방송의 공익적 기능을 유지하고 사회문화적 다양성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위헌 결정으로 결합판매 제도가 없어져 독립적인 방송 제작 재원이 부족하게 되면, 이 사건 규정의 입법 목적인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이 훼손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9개 중소 지상파는 결합판매 제도가 위헌 결정이 날 경우, 방송광고·미디어렙에 대한 공적 규제 필요성과 결합판매 제도를 인정한 헌재의 기존 결정과도 배치되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고 짚었다.
헌재는 지난 2013년 9월 MBC 광고를 코바코에 위탁하도록 강제한 미디어렙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방송광고는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거래되는 사적 재화이지만, 방송광고를 거래하는 매개 수단인 방송의 공공재적 성격 때문에 시장적 접근을 배제하고 정부의 개입이나 규제를 정당화한다"며 "우리나라의 미디어렙 제도는 기본적으로 공영이든 민영이든 미디어렙이 공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했다.
헌재는 "특히 군소매체 보호라는 미디어렙의 기능을 민영미디어렙에서도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중소지상파의 신청을 통해 방통위가 특정 미디어렙을 지정해 그 지상파의 광고를 판매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다"며 "기존 공영미디어렙 독점체제에서 군소매체 보호방안으로 이용되던 결합판매 방식을 새로운 제한 경쟁체제에서도 유지하여 미디어렙으로 하여금 중소지상파의 광고 일정비율 이상 전국 네트워크 지역지상파의 광고와 함께 강제로 결합판매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24일 CBS 관계자는 미디어스에 "결합판매가 중단되면 중소 방송사들은 생존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며 "선진국 사례에서도 결합판매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 중인 곳이 적지 않다.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 지역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결합판매 제도는 계속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CBS 관계자는 "CBS의 경우는 특히 지역에 14개 본부를 운영 중이고 결합판매 수입의 상당 부분은 지역본부의 광고매출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결합판매가 중단되면 당장 지역본부 운영에 문제가 생기고 이는 방송의 지역성을 담보할 수 없는 문제로 연결될 수 있어서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CBS 관계자는 위헌 판정이 나는 최악의 경우에도 곧바로 결합판매가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중소 지상파가 새로운 제도적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이 보장돼야 하고 중소 지상파의 생존을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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