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세계일보가 한학자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를 미화하는 기사를 지면에 실어 전국에 배포했다가 기자들의 비판이 일자 최종판에서 삭제한 것으로 확인된다.

한학자 총재는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의 소환이 예고된 상황이다. 통일교가 간부와 임직원들에 소집령을 내려 최소 수백 명의 통일교인들이 경기도 가평 통일교 본부로 모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스 취재 결과, 세계일보는 지난 5일자 초판 22면을 종교면으로 구성해 <독생녀 탄생 통해 불평등·가족붕괴 근본적 해결방안 제시>라는 제목의 기사를 한 총재 사진과 함께 게재했다. 지난 3월 통일교가 발간한 '한민족 선민 대서사시'라는 책을 홍보하는 기사로, '독생녀 한학자'를 찬양하는 내용이다. 최근 세계일보는 홈페이지에 '한민족 선민 대서사시' 링크를 신설했다. 세계일보가 작성한 통일교 관련 기사를 모아놓은 특별페이지다. 

세계일보는 "한민족의 역사는 하늘과 인간 그리고 한 민족이 맺어온 관계 속에서 참된 의미가 드러난다. 이 역사 속에서 ‘독생녀’의 강림과 역할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며 "책에 따르면, 독생녀는 하늘부모님이 인류와 민족을 구원하고 창조이상을 완성하기 위해 특별히 보낸 존재다.(중략) 독생녀 한학자 총재가 바로 이 역할을 수행했으며, 선조들의 공적과 기독교적 기반 위에서 하늘부모님의 뜻을 실현하고 인류를 하늘가정으로 회복시키는 중심적 존재가 되었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이 책에서 사용되는 '하늘부모님' '독생녀' '재림메시아'와 같은 용어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문자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신인합일에 관한 사상은 여러 종교 전통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라며 "특정 용어의 언어적 낯섦에 얽매이기보다 그것이 지닌 사명적 의미와 구체적 실천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독생녀→독생녀 한학자 총재→참부모 성혼'은 하늘부모님의 섭리가 인류 역사 속에서 연속적·체계적으로 구현되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썼다. 

특히 세계일보는 한 총재 사진 설명란에 "한학자 총재 말씀"이라는 문구를 달았다. 세계일보는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가 지난 2월 2일 경기 가평군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열린 '천원궁 승리 입국 세계연합예배'에서 말씀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세계일보 9월 5일 1판 22면의 한학자 통일교 총재 미화 기사는 기자들의 비판으로 5판에서부터 삭제됐다
세계일보 9월 5일 1판 22면의 한학자 통일교 총재 미화 기사는 기자들의 비판으로 5판에서부터 삭제됐다

세계일보가 해당 기사를 게재한 5일 한 총재는 김건희 특검팀에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이날 한 총재에게 11일 오후 2시까지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라고 다시 통보했다. 한 총재는 11일 소환조사에도 응하지 않았다. 김건희 특검팀은 한 총재에게 오는 15일 오전 10시까지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라고 3차 소환 통보를 했다. 

한 총재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현안 청탁을 위해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 씨에게 선물을 전달하도록 승인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또 특검은 윤 전 본부장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1억 원의 정치자금을 전달한 것도 한 총재 승인 아래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한 총재가 특검의 소환 통보를 받는 중 그를 미화하는 기사가 지면에 실려 배포되자 다수의 세계일보 기자들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곧바로 한국기자협회 세계일보지회(세계일보 기자협회)가 나서 이기식 세계일보 사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세계일보 기자협회는 지면과 온라인에서 해당 기사를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면담 결과, 세계일보는 지면 5판에서부터 기사를 삭제하고 대신 광고를 싣기로 했다. 하지만 이기식 사장은 온라인에서의 기사 삭제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기식 사장은 온라인 기사에서 '말씀'과 같은 부적절한 표현은 수정하겠다고 했다. 

세계일보 기자협회에 따르면, 이기식 사장은 기자들이 지적한 해당 기사의 문제점을 사전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세계일보 기자협회는 조만간 이기식 사장과 기수별 면담을 추진할 예정이다. 

세계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세계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세계일보 기자 A 씨는 12일 미디어스에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이 기사의 가장 큰 문제는 부적절한 시기"라며 "당시 한 총재 소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었는데 그를 신격화하는 듯한 책 내용을 그대로 전했다. 부정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는 것을 사장, 편집인, 편집국장이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다행히 5판에서부터 해당 기사를 지면에서 뺐지만, 사장은 온라인 기사는 삭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최근 한 총재가 회사를 방문해 간부들과 면담한 영상까지 회자되면서 동료 기자들이 쓰는 기사에 '통일교 신문이라 믿을 수 없다'는 식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회사의 행태로 세계일보 기사에 대한 신뢰성이 큰 타격을 입은 것 같다는 내부 목소리가 크다"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유튜브채널 '최경영TV'는 한 총재가 세계일보 사옥을 방문해 핵심 간부들과 대화를 나누는 영상 일부를 공개했다. 영상에서 한 총재는 "우리 민족의 중심은 인간이 아니다. 하늘이다. 그 하늘을 말해주는 사람이 독생녀, 홀리마더 한"이라고 했다. 한 총재가 알겠냐고 말하자 세계일보 간부들은 "예 알겠습니다"라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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