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세계일보가 MBC·뉴스타파를 상대로 법원에 '영상게시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들 매체가 한학자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가 세계일보 사옥에서 간부들을 모아놓고 훈계하는 영상을 입수, 보도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세계일보 최대주주는 통일교다. 

MBC 'PD 수첩'은 지난 21일 <신이 된 어머니, 홀리마더 한>편을 방송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21일 <통일교 게이트> 예고편 방영 이후 통일교 집단 기도회 영상, 한학자 총재 해외 원정 도박 물증 등의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MBC PD수첩 '신이 된 어머니, 홀리마더 한' 방송화면 갈무리
MBC PD수첩 '신이 된 어머니, 홀리마더 한' 방송화면 갈무리

30일 미디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세계일보는 이달 말 법원에 MBC·뉴스타파가 보도에서 사용한 영상을 내려달라는 영상게시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자신들이 제작한 영상이 위법하게 유출돼 무단으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MBC 'PD수첩' 방송분과 뉴스타파 예고편은 지난 7월 한학자 총재의 세계일보 사옥을 다뤘다. 해당 영상에서 한학자 총재는 레드카펫이 깔린 세계일보 사옥에 들어서며 꽃다발을 받았고 세계일보 간부들은 박수를 치다 한학자 총재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사무실 벽에 '홀리마더 한 세계일보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한학자 총재는 간부들에게 "오늘날의 민주주의가 있게 된 것은 하늘이 도와서고 실제적으로는 독생녀 홀리마더 한 때문이야"라며 "나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 아니야. 전 세계의 종교 지도자야"라고 말했다. 한학자 총재가 "우리 민족의 중심은 인간이 아니다. 하늘이다. 그 하늘을 말해주는 사람이 독생녀, 홀리마더 한"이라며 알겠냐고 묻자 세계일보 간부들은 "예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언론사인 세계일보가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저작권으로 언론을 입막음하려는 게 아니냐는 법적 쟁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저작권법 제26조는 '방송·신문 그 밖의 방법에 의하여 시사보도를 하는 경우에 그 과정에서 보이거나 들리는 저작물은 보도를 위한 정당한 범위 안에서 복제·배포·공연 또는 공중송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저작권법 제35조의5는 '저작물의 일반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뉴스타파 '통일교 게이트' 예고편 갈무리
뉴스타파 '통일교 게이트' 예고편 갈무리

앞서 세계일보는 특검 수사에 한학자 총재를 옹호·신격화하는 보도를 게재해 내부기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지난 7월 23일 세계일보 1면에 김민지 한국평화종교학회장·선문대 교수의 특별기고문 <특검의 과잉수사, 마녀사냥 안 된다>이 실렸다. 세계일보 기자들은 "선배들에게 묻는다. 부끄럽지 않은가. 우린 부끄럽다. 부끄러워서 분노한다"는  기수별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세계일보는 지난달 5일  '독생자 한학자 강림'을 서술하는 기사를 지면에 실어 전국에 배포했다가 기자들의 비판이 일자 최종판에서 삭제했다. 세계일보가 9월 5일 <독생녀 탄생 통해 불평등·가족붕괴 근본적 해결방안 제시> 기사를 게재한 날 한학자 총재는 김건희 특검팀에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세계일보 내부에서 "당시 한학자 총재 소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었는데 그를 신격화하는 듯한 책 내용을 그대로 전했다. 부정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는 것을 사장, 편집인, 편집국장이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관련기사▶세계일보, 한학자 소환 맞춰 '독생녀 강림' 신격화)

세계일보의 최대주주는 통일교다. 통일교재단 41.32%, 효정글로벌통일재단 22.07%, HJ디오션리조트 16.91% 등 주요 대주주가 모두 통일교 계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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