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서울 잠실의 한 ‘청년안심주택’이 경매 절차를 밟고 있다. 대부분 20, 30대 청년인 입주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막대한 빚을 질 위기에 처해 있다. 서울시가 하는 사업으로 알고 입주를 결정했다는 이들은 지금 ‘서울시가 전세 사기 브로커’ 같다며 울분을 토한다. 도대체 이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왜 청년들은 ‘전세가 주거의 사다리가 아니라 주거 미끄럼틀’이라고 말하는 걸까.

지난 8월 28일 KBS 1TV <추적 60분>이 [청년 기획–고장 난 사다리 2부작] 중 1부 ‘90년대생의 집을 찾습니다’ 편(☞방송 다시보기)을  방송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경매 절차를 밟고 있는 잠실의 한 청년안심주택 입주자들과 또 다른 문제를 겪고 있는 사당의 청년안심주택 입주자들이 처한 상황과 지방 전세 사기 피해 현실에 대해 짚었다. 청년 주거 취재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2일 해당 회차 연출한 김승용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KBS 1TV 추적 60분 [청년 기획–고장 난 사다리 2부작] 중 1부 ‘90년대생의 집을 찾습니다’ 편
​KBS 1TV 추적 60분 [청년 기획–고장 난 사다리 2부작] 중 1부 ‘90년대생의 집을 찾습니다’ 편

‘90년대생의 집을 찾습니다’ 편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이번 [청년 기획] 취재 때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는데 주제 자체가 청년들의 어려운 얘기를 담아야 해서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취재하는 도중 서울시에서 청년안심주택과 관련해 급하게 대책 발표도 했거든요. 물론 서울시가 <추적 60분>이 움직이고 있다는 걸 인식하고 대책 발표에 나섰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성과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편으론 뿌듯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문제가 해결되는 국면은 아니라서 착잡합니다. 그런 두 가지 감정이 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청년 주거 문제 관련해 취재 전후로 생각이 달라지거나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이 있나요?

“청년 주거 문제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더라고요. 이전에는 청년안심주택 문제나 전세 사기에 대해 잘 몰랐거든요. 이번에 취재하면서 피해 입은 청년들 숫자가 굉장히 많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또 취재하면서 보니 청년들이 문제를 맞닥뜨리면서 개인적으로 공부를 많이 해서 나름 전문가가 다 됐더라고요. 청년들이 어렵게 이 문제를 돌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템 정하고 맨 처음에 뭐부터 했나요?

“주거 문제로 고통받는 청년들을 도와주는 단체가 있어요. 거기 컨택해서 요즘 청년 주거 문제의 핵심 이슈는 무엇인지, 어떤 부분을 가장 어려워하는지 자문을 받았어요. 그때 처음 답변 들었던 게 서울시의 청년안심주택이었습니다. 서울시에서 하는 사업인데 입주 청년들이 보증금을 떼일 위험에 처해 있다는 얘길 듣고 취재 진행하게 됐죠.”

KBS '추적 60분' 김승용 PD
KBS '추적 60분' 김승용 PD

서울 잠실에 있는 청년안심주택 문제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구성한 이유가 있을까요?

“최근에 터진 사건인데 심각성에 비해 관련 보도가 많지 않더라고요.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서울시에서 하는 사업인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상황, 문제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해서 이 문제를 초반에 다루게 됐습니다.”

서울시가 하는 건데 어쩌다 경매 절차에 들어갔고, 보증금은 왜 못 받는 거죠?

“서울시에서 하는 청년 공공주택 사업인 것은 맞은데, 서울시가 매번 직접 건물 세우는 방식으로 하면 돈이 너무 많이 들잖아요. 때문에 청년안심주택 사업 일부를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도록 한 거예요. 그게 바로 ‘공공지원 민간임대’ 방식의 청년안심주택인데요. 방송에 나왔던 잠실이나 사당의 케이스가 바로 이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다 보니 개인에게 발생한 채무나 다양한 문제들, 가령 건물이 경매로 넘어갈 위험에 처했거나 가압류가 걸렸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청년들에게 전가되는 구조인 거예요. 이런 취약한 구조는 분명 개선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입주자들은 서울시가 하는 거니까 안심했을 거 아니에요?

“물론입니다. 제가 만났던 청년 입주자들은 ‘서울시라는 이름을 보고 들어왔다’ 그리고 ‘이름 자체도 청년안심주택이니까 안심하고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문제가 터지니 배신감이 더 크다고 한목소리로 얘기했죠.”

KBS 1TV 추적 60분 [청년 기획–고장 난 사다리 2부작] 중 1부 ‘90년대생의 집을 찾습니다’ 예고편
KBS 1TV 추적 60분 [청년 기획–고장 난 사다리 2부작] 중 1부 ‘90년대생의 집을 찾습니다’ 예고편

민간임대 구조는 서울시가 책임질 부분이 없는 건가요?

“아직도 그 부분에 있어서 해석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청년 입주자들은 당연히 서울시에서 주관한 사업이고 거기에서 문제가 터진 거기 때문에 서울시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근데 서울시는 이건 서울시가 주관하는 사업은 맞지만, 운영 주체는 민간사업자이기 때문에 개별 민간사업자한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에요.”

너무 무책임하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추적 60분>이 취재하던 도중 서울시에서 대책 관련 브리핑을 진행했다는 점입니다. 문제가 생긴 사업장에 대한 사과 포함해서 청년들을 안심시키고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하는 브리핑이었습니다.”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지 뜬구름 잡는 얘기하면 안 되잖아요.

“청년들도 서울시 대책 발표 듣고 허탈감을 많이 느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당장 이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구체적인 안이 없다는 이야기였어요. 그 이후에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피해 청년들과 몇 차례 만나서 대화 나눴다고 들었는데, 그럼에도 명쾌한 해답은 듣지 못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KBS 1TV 추적 60분 [청년 기획–고장 난 사다리 2부작] 중 1부 ‘90년대생의 집을 찾습니다’ 편
KBS 1TV 추적 60분 [청년 기획–고장 난 사다리 2부작] 중 1부 ‘90년대생의 집을 찾습니다’ 편

잠실에 있는 청년안심주택은 신축 건물인데 하자가 많은가 봐요?

“제가 생각했을 때 이 문제의 가장 큰 맹점은 민간사업자의 역량 문제입니다. 능력 있는 민간사업자가 들어와 사업을 진행했다면 사실 이 정도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영세한 민간사업자가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보거든요.

취재하면서 제일 놀랐던 게, 제가 한 네다섯 가구 돌아다니면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모든 집이 제습기를 구비해놓고 있더라고요. 제가 개인 돈으로 산 거냐고 했더니 맞대요. 그래서 왜 제습기를 사셨냐 했더니 너무 집이 습해서 빨래도 잘 안 마르고 해서 구비했다 하더라고요. 살펴보니 누수나 습기에 굉장히 취약한 구조의 건물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곰팡이도 쉽게 생기는 상태였던 거죠. 건물 지을 때 여러 가지 비용을 줄이면서 발생한 문제가 아닌지 강력하게 의심했습니다.”

시공할 때 관리 감독은 누가 한 건가요?

“서울시가 시공부터 시행까지 전적으로 민간에 일임했던 것 같고요. 이 점에 대해선 서울시에서 대책 브리핑할 때 ‘임대 사업자에 대한 관리 감독이 부실했던 것은 인정한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인정했습니다.”

건물 전체가 민간임대 사업자 것이 아니라 일부 서울시 것도 있다면서요?

“맞습니다. 청년안심주택은 보통 역에서 가까워서 입지조건이 굉장히 좋아요. 잠실 같은 경우 역에서 약 5분 거리로 굉장히 좋은 자리입니다. 개인 민간사업자가 ‘청년안심주택 사업자’로 선정되면 일반 건물을 올릴 때보다 혜택을 받는 부분이 있어요.

그럼, 혜택 받은 만큼 민간사업자가 건물의 일부분을 공공임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서울시나 SH(서울주택 도시개발공사)에 넘기는 것이죠. 그렇게 나온 소수의 그 매물은 ‘공공임대’라는 이름으로 서울시 혹은 SH가 직접 관리하는 구조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생긴 것은 공공임대 이외의 민간사업자가 직접 관리하는 매물에서 발생한 ‘공공지원 민간임대’입니다.”

KBS 1TV 추적 60분 [청년 기획–고장 난 사다리 2부작] 중 1부 ‘90년대생의 집을 찾습니다’ 편
KBS 1TV 추적 60분 [청년 기획–고장 난 사다리 2부작] 중 1부 ‘90년대생의 집을 찾습니다’ 편

입주 직전 근저당권이 설정된 집도 있어서 전형적인 전세 사기 수법과 다르지 않다고 나와요. 임대인은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던데.

“청년안심주택은 사실 돈이 많이 드는 사업입니다. 방송에 나간 사업장의 경우 임대인이 기존에 땅을 가지고 있었고, 그 사람이 PF라는 큰 대출 끼고 건물 올린 거에요. 건물 위층에는 청년안심주택으로 청년들이 살게 된 거고 1~2층은 임대인이 상가를 운영할 수 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추가 대출이 막히면서 돈의 흐름이 끊겼고 그러다 경매에 붙여진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임대인은 막대한 돈을 투자했지만 경매 절차에 들어갔으니 ‘나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던 거고요.

그 근저당권이 설정됐던 케이스는 조금 특이한 케이스이긴 합니다. 저는 행정적인 실수였다고 보는데요. 해당 호수의 피해 청년은 입주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임대인이 그 집에 대한 소유권 이전을 했고 그 다음에 근저당 설정이 됐다고 해요. 자기도 모른 사이에 그 청년은 후순위가 돼버린거죠. 그 억울함에 대해 카메라 앞에서 용기 있게 이야기해주셨던 그 청년은 저희가 취재하는 중간에 결국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이 됐어요.”

임대인이 의도한 건 아니라고 보세요?

“각자의 사정이 있겠으나 일부러 처음부터 사기를 치려고 그랬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 사람이 주장하는 건 결국 은행이 추가적인 대출을 안 해줬기 때문에 어려움을 본인도 겪었다는 얘기거든요. 그걸 거짓말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KBS 1TV 추적 60분 [청년 기획–고장 난 사다리 2부작] 중 1부 ‘90년대생의 집을 찾습니다’ 편
KBS 1TV 추적 60분 [청년 기획–고장 난 사다리 2부작] 중 1부 ‘90년대생의 집을 찾습니다’ 편

청년안심주택 피해자들 만나셨던데 어땠나요?

“사당 같은 경우에는 사건이 터진 지 한 달도 채 안 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청년들이 현재 벌어진 사태 받아들이는 것 자체를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방송에도 나갔지만, 그중에는 청년안심주택 들어온 이유가 예전에 전세 사기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피해자도 있었어요. 전세라는 게 무서워서 서울시에서 한다는 안심주택을 택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어렵게 들어온 거였거든요. 그런데 여기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게 될 위기에 처하니까 거의 패닉이 된 상태더라고요.”

대전에 전세 사기 피해가 많다던데 왜 그럴까요?

“대전 사례 중에 복도가 누수 때문에 얼어붙었던 케이스가 있는데, 동일한 일당이 몇 천 가구를 소유하고 있다가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상황이었어요. 능력이 되지 않은 이들이 갭투자로 다세대 주택 수십 채를 사서 운영하다가 이런 문제, 피해들이 발생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세 사기는 어쩌다 이렇게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을까요?

“취재해보니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방송 후반부에도 나오지만, 그동안 전세가 내 집 마련을 위한 일종의 사다리 역할을 해왔죠. 근데 그 역할이 유효했을 때는 일종의 저축 개념으로, 전세 들어가 살면서 월세 비용을 줄이고 향후 매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여건이 달라졌습니다. 나라에서 버팀목 대출 등 전세 대출을 계속 밀어줬고, 그것도 부족해서 나라에서 보증까지 해주겠다면서 전세라는 제도를 버티게 해줬어요. 그런데 이 제도를 악용해서 돈이 없음에도 갭투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결국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안 좋은 사례들이 계속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이 결국 ‘전세’라는 제도가 존속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고 보고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좀 더 적극적인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KBS 1TV 추적 60분 [청년 기획–고장 난 사다리 2부작] 중 1부 ‘90년대생의 집을 찾습니다’ 편
KBS 1TV 추적 60분 [청년 기획–고장 난 사다리 2부작] 중 1부 ‘90년대생의 집을 찾습니다’ 편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첫째로 청년 주거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해결방안 찾기가 쉽지 않은 난제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실을 목도하게 된 것 같아요. 청년안심주택 같은 경우에는 서울시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데, 당장 해결될 가능성이 적어 보여서 청년들의 고통이 한동안은 더 지속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취재할 때 어려운 부분은 어떤 점이었나요?

“아무래도 피해 당사자인 청년들의 어려운 얘기를 들어야 하는데 이 분들이 처한 상황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설득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TV는 보이는 매체잖아요? 여러 사례를 담긴 했지만, 시각적으로는 대동소이해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단조롭지 않게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취재했지만 방송에 못 담은 내용이 있을 것 같아요.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례자들도 몇 분 만났거든요. 그런데 피해자로 인정 받으면 대출 이자를 감면받는다든지 구제 제도를 통해 도움 받는 부분들이 있지만, 이게 궁극적으로 보증금 반환을 바로 보장하는 건 아니어서 실질적인 구제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공통적으로 하시더라고요.

근저당 때문에 후순위로 잡혔던 청년안심주택 입주 청년 같은 경우에도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 받긴 했지만, 그 자체가 1억 8천만 원이란 보증금 반환을 보장하는 건 아니라고 했어요. 시간을 조금 더 벌어준다 뿐이라서 그게 아쉽다는 얘기를 하셨는데 그 부분은 방송에서 빠지게 됐습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