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전세사기 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피해자들이 “정부에 버려진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은 “부실 PF대출에는 35조 원이 넘는 재정지원을 하면서 전세사기 피해 지원에는 형평성을 운운한다”며 “정부·여당은 민생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규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민생법안인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비롯한 ‘민주 유공자 예우 관련법' 제정안, '지속가능한 한우 산업 지원법' 제정안 '농어업회의소법‘ 등 4개의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14번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번 법안들은 21대 임기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29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공포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9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공포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날 국회를 통과한 ‘전세사기 특별법’은 ‘선 구제, 후 회수’를 골자로 한다. 해당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피해자의 임차보증금 반환 채권을 공공 매입하는 방식으로 피해액을 우선 변제하고 추후 채권 추심과 매각을 통해 회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달까지 전세사기 피해자 8명이 사망했으며 피해자들은 개정안 처리를 요구해 왔다. 정부는 야당이 ‘전세사기 특별법 처리’를 예고하자 뒤늦게 27일 정부안을 발표했다. 

안상미 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수많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성실하게 살아온 국민들인데 정부에게 버려진 것 같아 너무 힘들다”며 “대통령, 국민의힘 모두 총선 끝나자마자 민생부터 챙기겠다고 해서 희망을 가졌었는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안 공동위원장은 ‘27일 정부가 내놓은 대책안’과 관련해 “시점부터 신뢰하기 어렵다”면서 “‘거부권 행사 명분쌓기용’인지, 평가 기준은 명확한 것인지 의문이 많다. (정부안은)그 집에서 계속 살라는 것인데, 흡사 피해자 수용소 같은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안은 ‘선 구제 후 회수’ 내용을 배제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경매를 통해 사들인 주택에서 피해자들이 최대 10년 동안 임대료 없이 살거나, 경매 차익을 받고 이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피해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라는 질문에 “경매가 종료된 세대들이 많이 있는데, 경매꾼(경매 낙찰자)들한테 ‘빨리 나가라’는 식의 협박 전화가 많이 온다고 한다”며 “저는 그런 것을 피하고자 높은 금액에도 우선매수를 써서 낙찰을 받았는데, 다른 대출이 없음에도 은행에서 대출이 안 나온다.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별법이 아니고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우선 낙찰을 받아도 대출 지원 등이 막혀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안 공동위원장은 “그렇다”고 말했다.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30일 방송화면 갈무리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30일 방송화면 갈무리

안 공동위원장은 “정부안은 그 집에서 계속 살게 하는 게 쟁점이지, 명확한 기준이나 세부사항은 만들어지지 않은 것 같다”며 “피해자 대부분 무주택 서민이고,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이다.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정부안”이라고 강조했다. 안 공동위원장은 “(정부는)개정안의 선구제가 보증금 전액을 돌려주는 것마냥 왜곡한다”고 덧붙였다.

안 공동위원장은 ‘국민의힘과 대화는 안 해봤나’라는 질문에 “만나주지 않는다”며 “여야 합의를 바라는데, 국민의힘은 솔직히 임차인의 입장을 모른다. 그래서 피해자들이 상황을 공유하자고 하는 데도 전혀 듣지 않고, 임차인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을 모르고, 그렇기 때문에 협의가 안 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 공동위원장은 윤 대통령을 향해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가 당연히 해야 될 일”이라며 “윤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국민들이 더이상 좌절해서 젊은 청년들이 목숨을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빠른 결단을 부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대책위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직후 성명을 내어 “정부여당은 죽어가는 피해자들의 살려달라는 간절한 호소를 기어코 외면했다”며 “정부의 재의요구 제안 이유는 사실과 다르거나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정부가 피해자들을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부실PF대출에는 35조 원이 넘는 재정 지원을 하면서 전세사기 피해 지원은 다른 사기와 형평성을 운운하며 재정지원을 거부한다는 점”이라면서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자를 위한 최소한의 지원 방안마저 거부한 정부·여당은 민생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을 22대 국회에서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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