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전 SNS에 올린 ‘숙청·혁명’ 글에 대해 오해했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단락됐다.
그러나 한국-미국 극우 네트워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회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외교 전문가의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부 1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롤러코스터 같았다”고 총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직전 한국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면서 긴장감이 돌았지만 ‘오해’로 정리됐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3시간 앞두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는 글을 게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런 상황에는 거기서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놨다.
정상회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해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SNS 글에 대한 기자의 질의에 “최근 한국 새 정부가 교회에 대한 공격적인 압수수색을 했다고 들었다"며 "미군기지에 들어가 정보를 수집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은 친위 쿠데타로 인한 혼란이 극복된 지 얼마 안 된 상태고 국회가 주도한 특검에 의해서 사실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미군을 직접 수사한 게 아니라 그 부대 안에 있는 한국군 통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했나를 확인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저 농담”이라고 상황을 정리한 뒤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이 정신 이상자 잭 스미스 아니냐”고 언급하자 배석해 있던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웃음을 터뜨렸다. 잭 스미스는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특별검사로 2020년 대선 패배 뒤집기 시도, 2021년 1월 퇴임 당시 기밀문서의 불법 반출 혐의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기소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자 기소를 포기했다.

최 교수는 “생각보다 극우 네트워크, 그러니까 대한민국 내에 존재하는 극우 네트워크하고 미국 내에 존재하는 극우 네트워크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이 그리고 촘촘히 연결되어 있어서 미국의 대통령한테까지 이상한 정보가 흘러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라며 “오해로 풀려서 다행이지만 오해의 근원에 대해서는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진짜 (SNS 글대로) 믿었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존중하지 않는 미국 대통령을 만나야 하는 우리의 상황에 대해 약간의 자괴감도 들었다”고 했다.
최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한민국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지 않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안 읽잖나. CIA나 미 국무부가 정상회담 전 브리핑을 할 텐데, 그래서 극우 네트워크 그룹이 일종의 뒷문이나 사이드로 미국 대통령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는 것 아닌지(우려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오해로 풀려서 다행이고, 그 과정에 이 대통령의 역할이 있었지만, 오해의 근원이 무엇인지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를 하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를 하겠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큰 진전을 함께 이뤄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화답한 것과 관련해 “긍정적인 신호로 우리가 접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현실화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의 실력”이라면서 “북한이 원하는 것을 선제적으로 줘야 할지 모른다. 한미연합훈련이나, 한미일 공조 압박에 대한 입장을 줘야만 (북한이 대화에)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미국과 북한이 물밑 협상 중일 수 있나’라는 질문에 “제가 아는 한 없다”면서 “한반도 평화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여전히 있고, 우리가 리바이벌 시킨 것이(긍정적)”이라고 했다.

한편 외신들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좋은 분위기로 마무리된 것에 대해 이 대통령의 노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거래를 중단할 수 있다고 위협한 뒤 이 대통령과 회담했지만 긴장감을 피했다”며 "이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 리모델링, 평화중재 노력 등에 대해 칭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웃게 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중에 이 대통령에게 '습격'에 대해 추궁했지만 이 대통령이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며 “이는 이 대통령의 노력의 결실”이라고 했다. AP 통신은 “적대적인 회담 가능성은 이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을 향해 칭찬을 쏟아내면서 사라졌다"며 "이날 우호적인 모습은 세계 정상들이 트럼프와의 과거 회담에서 교훈을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영국 BBC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올 초 경험했던 것처럼 많은 정상들은 백악관 집무실에 들어설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확신하지 못한다"며 "이 대통령은 그런 운명을 피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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