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 21일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은 2019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호소해온 고 이용마 MBC 기자의 기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SNS에 <당신이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 오늘 우리에게 찾아왔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이용마 기자를 추모했다.

언론계에서도 37년 만의 방송문화진흥회법(이하 방문진법) 개정으로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역사가 진전의 큰 걸음을 내디뎠다고 환영했다. 마침 고 이용마 기자의 6주기 당일 통과된 방문진법 개정안, 이용마 기자 배우자인 김수영 씨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지난 21일 김수영 씨와 전화 연결해 방문진법 개정과 이용마 기자 6주기 추도식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김 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8월 21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8월 21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고 이용마 기자 6주기인데 어떠신가요? 5주기 때 점점 무뎌진다고 하셨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무뎌지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생각하면 너무 힘들죠. 그래서 다들 힘든 걸 망각하고 살아가지 않나 싶고요. 근데 이번에는 방송3법 통과 때문에 더 기억하게 돼서 느낌이 새로웠어요.”

오늘(21일) 추도식 분위기는 어땠나요?

“여러 분이 추도사를 발표해 주셨는데 다들 의미 있는 말씀을 해주셔서 인상 깊었어요. ‘이용마 기자 덕분에’라는 표현도 많이 해주셨죠. 이용마 기자의 삶 자체를 좋게 평가해 주셔서 가족으로서 굉장히 고마웠습니다.”

마침 이용마 기자가 간절히 바라던 방문진법이 통과됐습니다.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이용마 기자는 언론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 했던 것이고, 그 첫 삽을 떴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후속 작업 통해 안정적으로 자리 잡게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그 부분은 남아 있는 이용마 기자의 동료와 선후배 분들의 몫이라고 추도식 참석하신 분들이 한목소리로 말씀하셨어요.”

8월 21일 진행된 故 이용마 기자 6주기 추도식- 배우자 김수영 씨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8월 21일 진행된 故 이용마 기자 6주기 추도식- 배우자 김수영 씨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이용마 기자가 방송3법 보면 뭐라고 할 것 같아요?

“사실 방송법 관련해 집에서 설명해 준 기억이 많지는 않거든요. ‘공영방송 사장은 국민 대표가 선출해야 된다’라는 일반론적인 얘기는 기사화가 많이 돼서 간접적으로 들었던 것 같고요. 생전에 완성되지 못해서 그게 잊혀지지 않고 끝까지 잘 될지 아니면 실패로 끝날지 본인도 굉장히 의구심이 있었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이제 통과됐잖아요. 너무 감사한 일이죠. 그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현재 군이 아버지인 이용마 기자에게 쓴 편지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노보에 공개됐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그런 글을 쓸 건지 몰랐거든요. 내용을 보니 아빠가 관심 있어 하던 문제를 여전히 잊지 않고 있다는 것 자체가 엄마 입장에선 기특했죠.”

아예 모르셨어요?

“전혀요. 보내달라는 요청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제가 홍보국장님에게 직접 소통하시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홍보국장님이 현재에게 직접 전화하셨고, 결과물도 저는 노보에 실리기 직전에 잠깐 봤어요. 현재가 하고 싶은 얘기를 썼을 것이고 진심이 통하지 않았을까 해요. 어른들이 읽고 기특해 하시고 좋아하시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문화방송 노보 285호 1면-일부 갈무리)
(문화방송 노보 285호 1면-일부 갈무리)

아이들이 평소 아빠 얘기를 하나요?

“많이 안 하죠. 초등학생 때부터 아빠가 없다는 사실이 상기될까봐 저는 걱정했었거든요. 아이들이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잖아요. 입시 준비, 학교 과제 제출 같은 것만으로도 일상이 바쁘니 아빠 얘기할 겨를이 없기도 한데, 아빠의 부재가 자꾸 떠오르는 건 애들을 슬프게 만들 것 같아서 저는 살짝 피하거든요. 피하는 게 좋은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근데 이런 뉴스거리가 생기면 아빠 얘기가 언론에서 많이 언급되니 얘기를 하게 되죠.”

언제 이용마 기자 생각이 나요?

“이런 이벤트 있을 때요. 예전에는 힘들 때도 생각나고 그랬는데 많이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애들 잘 키우는 게 어려워요. 애들 아빠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는다기보다, 슬픈 느낌이 들면 마음이 우울해져서 일부러 생각 안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기도 해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잊혀지는 것도 있나요?

“애들 아빠라는 존재 자체가 잊혀지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일상에서 힘든 느낌이 항상 있었거든요. 애들 아빠 떠나고 1, 2년 그때까지만 해도 늘 힘들었는데 그런 게 좀 옅어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둠의 느낌이 옅어지고 좋은 기억으로 남은 부분들이 문득문득 떠오르면서 약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느낌이 있어요.”

좋은 기억 중에 어떤 게 있나요?

“애들 예뻐했던 아빠 기억이죠. 엄청 좋은 아빠였거든요. 그런 아빠의 과거 행동들이나 애들이 기억하는 아빠의 모습들 떠올리면 기분이 굉장히 환해지고 좋아요.”

8월 21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8월 21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해직되었을 때 MBC 기자가 아닌 게 안 좋았다고 했잖아요. 지금은 어때요? 자랑스러울 것 같은데.

“자랑스럽죠. 그 사람의 삶의 태도를 저는 잘 알잖아요. 그리고 그런 태도가 세상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도 알고요. 본인이 지키고자 하는 원칙, 절대 포기하지 않는 태도, 자기가 노력해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믿음, 이런 게 그 사람의 중요한 성정이고 그 부분도 자랑스럽습니다. 그 사람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들도 그런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생기기도 해요.”

지금 이용마 기자를 만난다면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일상적인 얘기, 애들 자랑하는 얘기를 하고 싶죠. ‘어제 현재가 뭐 했다. 그저께 경재가 뭐 했다‘라고 자랑하는 거 해보고 싶어요.”

후배 언론인들이 이용마 기자를 어떻게 기억해 주길 바라나요?

“진정 언론을 사랑한 사람, 언론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좋은 언론인이었다고 기자 이용마를 기억해 주길 바랍니다. 인간적으로는 따뜻하고 좋은 선배였다고 기억해 주면 좋겠어요.”

8월 21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8월 21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이용마 기자에게 언론은 뭐였을까요?

“그 사람에게 언론은 사회를 견제하는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소이고, 세상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감시자 역할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세요.

“방송3법 개정을 위해 노력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방송3법은 국민들에게 공영방송을 돌려주자는 취지잖아요. 잘 다듬어져 안착할 수 있도록 시간을 가지고 함께 노력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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