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제24대 장상원 언론노조 CBS지부장은 4월 29일 지부장 찬반투표에서 98.2%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2005년 공채 26기로 CBS에 입사한 장상원 지부장은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감사와 CBS지부 부지부장을 역임했다.

임기 2년 동안 언론노조 CBS지부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들어보고자 취임 4일 차인 지난 4일 서울 목동 CBS 사옥에서 장상원 지부장을 만났다. 다음은 장 지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장상원 언론노조 CBS지부장 (사진=이영광 기자)
장상원 언론노조 CBS지부장 (사진=이영광 기자)

지부장 임기 시작 4일째인데 업무 파악은 하셨어요?

“CBS 내부의 업무 파악은 어렵지 않게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부지부장을 5년하면서 노조 집행부로서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막상 지부장으로 업무를 시작하니까, 이게 산에 올라가야 하는데 갑자기 하늘에 구름이 잔뜩 껴서 산행길이 안 보이는 현상이 있더라고요.”

산행길이 안 보이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어떤 일부터 시작할지를 정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할 일은 많은데 순서가 있어야 하잖아요. 한편으로는 CBS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세상에 공의를 널리 펼칠 수 있도록, 회사가 앞으로 벌일 일들에 대해 견제하면 되니까 그에 맞춰서 스텝 바이 스텝으로 일을 하면 되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수동적이잖아요. 회사의 발전이라는 게 결국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조합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다시 말해 노동조합이 먼저 주도적으로 일을 만들어 갈 필요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부지부장 5년이나 하셨던데 노조활동이 지겹지 않나요(웃음)?

“제가 CBS 방송기술인협회 사무국장(2년) 자리를 두 번 하고 이어서 노조 부지부장으로 5년을 일했습니다. 그러니까 안 지겨울 수 없겠죠. 그런데 다른 방송사도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무슨 얘기냐면, CBS는 90년도 전후로 직원을 많이 뽑다가 2000년 전후로는 안 뽑았거든요. 제가 2005년도에 입사했는데 제 연차에는 인원이 없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이 연차에 해당되는 사람은 이것저것 다 하게 됩니다.”

부지부장 경력이 지금 활동에 도움이 되겠죠?

“그럼요. 도움이 됐습니다. 그리고 점점 더 회사를 이해하게 됐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회사에 대한 걱정이 많다 보니 미운 정이 쌓이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애증의 감정으로 바뀌게 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이제는 회사 발전까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CBS지부
전국언론노동조합 CBS지부

부지부장 할 때 지부장이란 자리는 어떻게 생각했나요?

“지부장 자리가 외롭고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많은 짐을 스스로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해보면 어떨지 저도 궁금합니다.”

임기 초반이긴 한데 해보니까 어떠신가요?

“아직 4일 차라 그 무게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업무 파악을 계속해서 하고 있는데, 내부의 일은 부지부장을 5년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알고 있어서 마음이 조급하진 않습니다. 다만, 저희 상급단체인 언론노조에서의 역할도 있는데 이 부분은 사실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여러 노조 본부장과 지부장을 잘 따라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되셨는데, 찬성률 98%의 의미는 뭐라고 보세요?

“본사뿐만 아니라 저희 12개 지역본부도 저마다 고충이 많은데 회사에 얘기해도 귀를 닫거나 애써 외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노조가 한 사람의 목소리도 놓치지 말고 들어달라는 얘기 같습니다. 제가 있을 때는 구성원들의 요구를 잘 듣기도 하겠거니와 회사 발전을 위한 실행 방안도 ‘소통’을 통해서 마련할 생각입니다.

참고로 찬성률이 98.2% 나왔는데 CBS 표준FM (서울) 주파수가 98.1 MHz입니다. 거의 비슷하게 나왔죠. 이유가 유치해서 밝힐 순 없지만 비슷하게 나온 결과에 대해 저 나름대로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담도 클 것 같아요.

“부담은 크지만 이렇게 응원해 주신 것에 어떻게든 보답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2024년 7월 CBS지부가 제작한 현수막
2024년 7월 CBS지부가 제작한 현수막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요?

“그게 제 공약하고도 맞닿은 부분인데요. 제가 공약을 5가지 발표했지만 결국 조합원들의 권익보호와 처우 개선을 최우선으로 하고, 그다음으로 당면 문제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합니다.

더 나아가 CBS가 언론사 그리고 선교기관으로서 두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정책 설정 과정에서 모든 조합원과 공감을 이루도록 제 몫을 다할 생각입니다. 어떤 경우 회사 정책 방향은 알겠는데 방송하는 일선 제작진이 구체적으로 지켜야 할 지침 같은 것이 없어서 우왕좌왕할 때가 있거든요. 그런 것들에 대한 방향도 저희 노조가 같이 설정해 줄 계획입니다.”

말씀하셨지만 지부장 출마할 때 5가지 공약을 발표하셨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건 뭐라고 보세요?

“5가지 공약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다 해내고 싶은데요. 제가 후보 시절에 정견문을 작성하면서 끝부분에 ‘조합원 여러분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듣고, 가장 멀리까지 전하는 위원장이 되겠습니다’라고 약속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1번 공약인 ‘조합원 중심의 노동조합을 만들겠습니다’라는 약속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조합원 중심의 노동조합은 어떻게 만들 거예요?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왜냐하면 조합원이지만 노동조합이 어떤 단체인지 멀리서만 바라보는 분들이 간혹 계시더라고요. 그런 조합원들까지도 노동조합이 어떤 조직인지, 어떤 힘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활동하는지 알려드릴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나는 이런 문제가 있어요’, ‘우리 회사는 이렇게 발전했으면 좋겠어요’와 같은 다양한 목소리가 블라인드 앱에서만 맴돌지 않고 자연스럽게 노조에 들어올 거로 생각합니다. 그런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듣고, 회사에는 물론 필요하다면 대외적으로도 전달할 예정입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 Ⓒ연합뉴스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 Ⓒ연합뉴스

소통이 중요한데 조합원들과 소통 방안은?

“제가 모든 조합원을 실시간으로 일일이 만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집행위원회와 지역본부 지회를 중심으로 조합원들과 소통할 계획입니다. 집행위원회에는 각 부위원장이 있고, 더 나아가 공정방송위원회 간사, 성평등위원회 간사 등이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분들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조합원들을 더 가까이에서 만나려 합니다.

물론 제가 직접 조합원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지부장들도 조합의 흐름을 잘 알고 있어야겠죠. 지부장과 부지부장, 그리고 조합원 간의 소통이 자연스럽게 작동되도록 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해야 각자가 듣지 못한 의견 교류도 하게 되고, 어느 특정 직군(기자, PD 등)의 일을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각 직군의 조합원이 같이 고민하며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줄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이런 소통을 위해 SNS와 같은 디지털 수단도 물론 활용하겠지만 저는 가능하면 직접 조합원들과 만남의 시간을 자주 가질 예정입니다.”

MZ세대와 소통 관련 공약도 있는 것 같은데?

“MZ의 소통 방식을 하나로 정의하긴 어렵더라고요. 그들이 단지 MZ세대라 호명될 뿐이지, 똑같이 주니어 연차의 경험을 하고 선배로부터 일 배워가며 원치 않은 일들도 많이 해나갈 거예요. 아마도 지금까지 경험한 주변 환경이 세대별로 다르니까 분명 소통 방식도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들과 만나면서 쉽게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을 찾겠습니다.

제가 구상하고 있는 한 예를 들어보자면, 저희 회사에는 구내식당이 없습니다. 모두들 주변 식당으로 나가서 점심을 먹는데, 만일에 일이 바빠서 혼자 먹어야 하거나 혹은 혼자 먹고 싶은 경우가 있잖아요. 이럴 경우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도시락 배달 플랫폼을 업체와 제휴하여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렇게 되면 노조 휴게실에서 식사하는 경우가 많아 질테니, 이곳에서 알게 모르게 저도 도시락 주문해놓고 만남을 늘려 나가는 겁니다. 그런데 진짜 혼자 먹고 싶어서 온 경우 조용히 커피만 놔두고 가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

선거 과정에서 조합원들 많이 만나 보셨을 텐데 요구는 뭐였나요?

“조합원들 요구가 각기 너무 달라서 요약하기 어렵네요. 크게 보면 회사에 대한 걱정, 그리고 내 일터에 대한 자부심입니다. 조합원들 모두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합니다. 그다음으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임금 인상 문제입니다.

또 육아휴직과 같은 복지제도인데, 이 부분은 제도가 없는 것이 아니라 실행에 있어서 사람이 부족해서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 조합원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그 옆에 다른 조합원이 본인 일까지 도맡아 해야 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기 때문에 휴직을 포기하고 단축근무로 변경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회사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인원을 보충해 줘야 하지만 대부분 잘 안 지켜지고 있어서 노조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나이영 CBS사장 (CBS 뉴스 방송화면 갈무리)
나이영 CBS사장 (CBS 뉴스 방송화면 갈무리)

사측과의 관계 설정 문제도 중요한데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회사에 대한 견제가 1순위입니다. 하지만 제가 강조드리고 싶은 것은, 그 견제를 CBS 발전 위한 방향으로 활용하겠다는 점입니다. 그래야 제가 출마 당시 밝힌 공약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다음으로 임금 인상에 대한 사측과의 관계인데, 여전히 적은 저희 임금을 올리는 데 있어 조금 더 발전적인 방향이 있을 것 같아 회사와의 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설 겁니다. 다만 지난 23대 노조와 마찬가지로, 회사는 교섭의 대상이기 때문에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균형 있는 관계를 유지하며 협상에 임할 생각입니다.”

나이영 사장이 CBS지부장 출신으로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고민도 있지 않나요?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조 지부장 선배인 건 맞아요. 그런데 그 선배라고 해서 사장의 자리에 앉았을 때 노조일 할 때처럼 행동할 거라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장은 사장이고, 어떻게 보면 저희는 더 방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도 있잖아요. 대신 이건 있습니다. 노조 지부장 출신이니까 대화는 잘 통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합니다. 어디까지나 예상이며 바람입니다.”

지금 CBS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는지 궁금해요.

“대외 여건이 너무 안 좋습니다. 경기가 어려워지고 미디어 진영이 스트리밍 쪽으로 이동하면서 광고시장이 축소되고 있어요. 또 정치의 양극화가 종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한국 교회가 조금씩 분열되고 있습니다. CBS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에 흔들림이 없어야 하는데, 힘들 때마다 자본의 유혹에 빠질까봐 그게 제일 걱정입니다. 잘 헤쳐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노조가 견제하겠습니다.”

C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C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CBS는 언론사잖아요. 지부장으로서 보도에 대해 평가하신다면?

“제가 제작 현장에 있을 때 방송기술 파트이다 보니 현장에서 모니터 요원이었습니다. 엔지니어는 기자나 PD의 콘텐츠 공급자 입장이 아닌, 시청자 입장으로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겁니다. 그런 제가 느끼기에 CBS는 기독교정신에 기반한 ‘정론’을 걷고 있다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과거 유신 반대, 인권 보도, 광주민주화 운동 등에서 용기 있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언론 통폐합 때 권력에 굴하지 않고 보도 기능을 회복했으며, 또한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계속 대변하고 있습니다. 어렵지만 보수와 진보 양쪽 사이에서 항상 중도의 길을 견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민주화운동에 대한 보도 잘했지만 지금 색깔이 없다는 비판도 있는데.

“그게 바로 중도의 어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민주화운동 시절, 옳은 길은 분명 민주화운동이었고 ‘정론’은 그것을 기사로 시민들에게 알리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이 없을 때 즉, 민주화 바람보다 다른 사회적 이슈가 생겨 보수의 옳음이 생길 때는 CBS는 그것을 알립니다. 시대에 따라 ‘옳은 길’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그때마다 CBS는 정론(正論)의 길을 계속 걸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부장 임기 2년, 어떻게 해나갈 생각인가요?

“서두에 말씀드렸듯, 조합원 가까이에서 늘 귀 기울이며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겠습니다. 그리고 'CBS를 사랑한다'는 말이 다소 쑥스럽긴 하지만, CBS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길 진심으로 바라는 구성원으로서 그 길에 노동조합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저와 함께할 집행부 동료들과 각 지역 지회장께도 함께 마음 모아달라고 부탁드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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