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태원 참사 피해자인 KBS 직원 A 씨가 박장범 사장과 회사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 이태원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 A 씨는 KBS에서 이태원 참사 피해자에 대한 차별이 발생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다른 회사에 재직 중인 피해자들이 같은 상황을 맞닥뜨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진정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KBS는 A 씨에 대한 휴직을 승인하면서 당사자 동의 없이 사내망에 '이태원참사 특별법에 의한 휴직'이라고 공지했다. 이로 인해 KBS 전 직원이 A 씨가 이태원 참사 피해자임을 인지하게 됐다. 또한 KBS가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규정하고 있는 치유휴직을 사내 가족돌봄 휴직에 준하는 것으로 결정, 휴직기간을 임의로 축소하는 차별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태원참사특조위는 오는 17일 현재까지 접수된 사건들에 대한 조사를 개시할 계획이다.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미디어스)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미디어스)

11일 A 씨에 따르면 KBS는 지난달 15일 사내전산망에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60조 제1항에 의한 휴직'이라고 휴직 사유를 적시한 인사발령문을 공지했다. 특별법 제60조 1항은 '사업주는 이 법에 따른 피해자에 해당하는 근로자가 이 법 시행 후 1년 이내에 10·29 이태원 참사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치유하기 위하여 휴직(치유휴직)을 신청하는 경우에 이를 허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 씨는 진정서에서 "박장범 사장은 사내 전체에 시행하는 인사발령문을 통해 진정인이 이태원참사특별법에 의거, 휴직한다는 사유를 전체 직원에게 고지했다"며 "이로 인해 진정인이 재난 피해자라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본인 동의 없이 공개되어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되었고, 정신적 고통과 동료 간의 부정적 낙인 효과를 유발하게 하였다"고 했다. 

A 씨는 KBS 인사규정 제34조가 6가지 휴직 유형을 규정하고 있고, 이 중 한 유형은 '기타 일신상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라고 밝혔다. KBS A 씨에 대한 휴직 사유를 '일신상 부득이한 사유'로 적시할 수 있었음에도 이태원참사특별법을 적시해 의도적인 차별을 했다는 지적이다. 

이어 A 씨는 KBS가 이태원참사특별법이 규정하고 있는 치유휴직 기간을 임의로 제한했다고 했다. A 씨는 "박장범 사장은 5월 15일 치유휴직에 대한 전 직원이 열람할 수 있는 문서를 시행한 뒤인 5월 16일 사내 개인메일을 통해 치유휴직 승인통보 문서를 송부하면서 '치유휴직시 대우는 보수를 제외하고 가족돌봄휴직에 준하여 대우'한다고 명시했다"며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휴직기간을 사규를 준용하여 기간을 축소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했다. 특별법상 치유휴직 기간은 '6개월 이내'로 규정돼 있다. 반면 KBS 인사규정상 가족돌봄휴직 기간은 '최장 120일(4개월)'이다. 

A 씨는 또 KBS가 이태원참사특별법과 다르게 휴직원과 복직원을 함께 제출하도록 강요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A 씨는 애초 4월 29일 휴직원을 제출했으나 5월 초 연휴가 많아 관계청에 기간 내에 휴직 사실을 제출하기 어렵다는 KBS의 요청에 따라 휴직 신청일을 5월 7일로 변경한 휴직원을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KBS가 휴직원과 함께 복직원을 제출하도록 강요했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A 씨는 "특별법 시행령 제26조 제3항은 진정인이 치유휴직의 변경, 연장, 단축, 철회를 할 수 있으며 각 경우에 7일 전까지 사업주에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KBS 인사규정 제37조 제1항은 휴직한 직원이 복직하고자 하는 경우 30일 이내 복직원을 제출토록 규정하고 있다. 법률과 사규를 벗어나 휴직 신청서와 함께 복직원을 제출하도록 강요한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했다. 

A 씨는 "재난방송 주관방송사인 KBS가 앞장서서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데 모범이 되어야 함에도 이런 차별이 사내에서 벌어지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면서 "다른 회사 이태원 참사 피해 근로자들에게도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박장범 KBS 사장 (사진=KBS)
박장범 KBS 사장 (사진=KBS)

1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성명을 내어 인권침해 사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사과를 촉구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왜 경영진의 인권 감수성은 이다지도 엉망진창인가"라며 "헌법은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이를 구체화한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의 사상과 종교, 건강사태, 범죄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는 개인이 동의하지 않는 한 타인에 의해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KBS는 A 씨가 휴직사유 공개 조치에 항의하자 '특별법을 사유로 휴직을 승인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특별법 규정 자체를 휴직 사유로 기재했다'고 답변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회사는 엄연히 인사규정이 규정한 사유로 휴직을 허가할 수 있음에도 굳이 개인의 민감정보가 드러날 수 있는 특별법명을 휴직 근거로 밝혔다"며 "이 과정에서 사측은 민감한 개인정보일 수 있는 내용을 공개하면서 당사자에게 사전에 설명하지도 않았고 동의를 받지도 않았다. 당사자는 원하지 않는 민감정보 공개로 참사 피해에 더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됐다"고 했다. 

KBS는 A 씨 특별법에 따른 휴직기간을 사규를 통해 임의로 축소했다는 비판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A 씨의 퇴직금 산정에 불리함이 없게 근속기간을 인정해주는 가족돌봄 휴직의 조건을 준용해 준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A 씨 측은 "근속기간의 포함여부는 치유휴직승인통보 문서에 적시되어 있으며 특별법 시행령에 따라 정부는 KBS에 고용유지급여도 지급하게 된다"며 "문서에 휴직기간에 대한 별도 표기나 설명이 없다면 휴직기간을 제한하는것으로 밖에 이해할수 없으며 이는 회사의 귀책사유"라고 했다.

KBS는 휴직원과 복직원을 함께 제출하도록 강요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휴직을 신청하는 직원에게는 추후 복직에 관련한 절차를 미리 안내하게 된다"며 "혹시 모를 제출기한 위반으로 규정 위반을 방지하기 위해 ‘안내’하는 절차일 뿐 '강요'가 아니다"라고 했다.

A 씨는 "5월 8일 11시경 인사운영부 실무자의 전화통화를 통해 '특별인사위원회가 내주 수요일 경 열리고 거기서 결정될 것 같으니 휴직신청서와 함께 복직원을 함께 제출하라'는 연락을 받고 당일 휴직신청서와 함께 복직원을 제출했다"며 "휴직승인이 5월 15일에 문서시행이 되고 5월 16일에 승인문서를 사내메일로 수신했는데, 단순 안내 절차였다면 1주일 전에 미리 복직원을 제출하고 관련부서가 받는 건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고 했다. 

이태원참사특조위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6월 17일 지금까지의 신청 사건 전체에 대한 조사 개시 결정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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