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노하연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지부장 염정열)가 여수MBC, 목포MBC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방송작가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방송사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송작가지부는 16일 여수MBC, 목포MBC에서 단체협약식을 열었다. 이번 단체협약은 방송작가지부가 지난해 5월 지역MBC 15개사(지역MBC 16개사 중 언론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아닌 포항MBC 제외)에 ▲원고료 10.3% 인상 ▲결방료 제정 ▲표준계약서 체결 등을 요구하며 단체교섭에 나선 지 1년 만의 성과다.

이번 단체협약은 방송사가 방송작가지부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17년 설립된 방송작가지부는 그동안 KBS, MBC에 여러 차례 교섭을 요구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또 2018년 대구MBC와 맺은 원고료 지급 기준 협약의 경우, 이듬해부터 사장 서명이 아닌 국장 서명으로 변경돼 실질적인 단체교섭으로 보기 어렵다.
특히 여수MBC는 이번 단체협약을 계기로 방송작가뿐 아니라 진행자(MC), 리포터 등 다른 프리랜서 노동자 임금도 인상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또 양사는 매년 교섭을 정례화하겠다는 내용을 협약서에 담아 지속적인 노동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협약식에 참석한 염정열 방송작가지부장은 “방송작가 단체협약의 첫걸음을 떼게 되어 기쁘고, 앞으로 방송작가뿐만 아니라 모든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체교섭의 질서 안에서 노동권을 보호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호찬 언론노조위원장은 “오늘의 단체협약이 MBC에 전환점이 되리라 믿는다”며 “현재 MBC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큰 가운데 두 지역MBC가 먼저 나서 주셔서 감사드린다. 다른 지역MBC도 속도감 있게 협약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 노동·인권단체인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는 이날 성명을 내어 “방송분야의 대표적인 비정규직인 방송작가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8년 만에 처음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서 노조를 통해서 노동권을 스스로 쟁취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한빛센터는 여수MBC가 방송작가지부의 요구사항을 전면 수용한 것에 대해 “진행자와 리포터 등 다른 비정규직 직군의 임금도 함께 인상하기로 한 점에서, 상생의 의지를 보인 점에서 박수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프리랜서로 여겨지는 비정규 노동자들도 함께 모이면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좋은 선례를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교섭이 마무리되지 않은 지역MBC는 15곳 중 13곳에 달하며 서울 MBC 본사와의 교섭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한빛센터는 “전국적으로 통합교섭을 하는 다른 MBC 정규직과 다르게, 지역사별로 개별 교섭을 해야 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언론노조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역할도 중요하다”며 “한빛센터도 더욱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함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빛센터는 “이번 교섭과 다음 달에 들어설 새 정부의 정책이 방송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으로 이어져야할 것”이라며 “이번 단체협약을 계기로 남쪽에서 시작된 봄바람이 전국의 방송비정규직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래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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