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노하연 기자] 야당이 12·3 비상계엄을 옹호한 독일 공영방송 다큐멘터리에 대한 외교부의 대응을 두고 비판을 쏟아냈다. 김건희 의혹을 다룬 외신 보도에 적극 대응한 외교부가 정작 비상계엄 옹호 다큐멘터리에 대해서는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것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방송사가 영상을 삭제했으니 충분한 조치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이재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논란이 된 다큐멘터리를 재생하며 “타국의 방송이 대한민국 야당에 대해 친 중국, 친 북한 사법 카르텔이라는 근거 없는 허무맹랑한 소리로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는데 외교부는 왜 가만히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해당 방송사가 (방송 영상을) 이미 삭제하고 내렸다”며 “자체 판단에 의해 방송을 내리고 삭제했으면 충분히 방송사로서 조치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phoenix 홈페이지 갈무리
phoenix 홈페이지 갈무리

논란이 된 다큐멘터리는 지난달 25일 독일 공영방송 ARD·ZDF·피닉스(정책 시사채널)홈페이지에 공개됐으며 3월 6일 방송될 예정이었다. 극우 유튜버 등 계엄 옹호세력의 주장을 부각시켰다는 한국 시민사회·야당의 반발이 불거지자 방영을 취소하고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하지만 외교부의 대응은 김건희 의혹을 다룬 외신보도 때와는 달라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외교부는 10일  “외교부가 취한 조치는 없다”며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타국 공영 방송 보도 내용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일차적 판단이 있었다”는 답변서를 이재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보냈다. 

조 장관은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다큐멘터리에 대해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판단을 누가 했느냐는 민주당 권칠승 의원의 질문에 “현지 공관(주독일 대한민국대사관)에서 서울(외교부 본부)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즉각 상황 판단이 돼야 했다”면서 “1차적 판단은 공관에서 한다”고 답했다. 이어 조 장관은 “방송은 2월이었고 (주독 대한민국) 대사관이 (다큐멘터리를) 알게 된 것은 3월 4일이었다”며 “저희(외교부 본부)가 연락을 받은 것은 3월 6일이었는데 저는 출장 중이었다”고 했다. 이미 상황이 종료된 이후 보고받아 대응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조 장관은 “다른 언론 보도에 의하면 방송사가 균형을 잃은 보도라고 판단해서 스스로 내리기로 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가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체코 순방 당시 현지 언론 <블레스크>의 김건희 씨 의혹 보도에 즉각 정정 요청을 했던 일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9월 21일 체코 현지 언론 <블레스크>는 김건희 씨의 논문 표절,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을 거론하며 김건희 씨를 ‘사기꾼’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주체코 한국대사관은 “외교관계에 영향을 미칠 자극적 표현이나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라며 수정 요구를 했고, 블레스크는 ‘사기꾼’ 표현을 삭제했다. 주체코 한국대사관은 기사 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사진=인터넷 의사중계시스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사진=인터넷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이재강 의원은 “당시 우리 측 대사관은 언론보도에 대해 삭제를 요구했고 당시 (체코)언론사는 기사 전체를 삭제하지 않고 ‘사기꾼’이라는 표현만 삭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이때 외교부 당국자는 ‘잘못된 보도를 내보내는 언론사에 적극 대처하는 것은 재외공관 업무 중 하나’라고 했다”며 “김건희한테 사기꾼이라고 했다고 체코 언론에 즉각 삭제 요청해놓고 이번 건은 왜 정부 차원의 대응 잣대가 달라졌느냐”고 했다. 

조 장관이 “그거는(체코 보도) 영부인에 대한 인신공격성 보도”라며 “이거는(독일 다큐멘터리)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공영방송의 보도니까 내용이 다르다”고 답하자 이 의원은 “김건희는 공직자도 아니고 일개 개인일 뿐”이라며 “이렇게 국격을 훼손시키는 계엄 옹호 보도와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조 장관은 “누누이 국내 정치 상황과 개인의 인신공격성 차이라는 말씀 드렸다”며 기존 답변을 반복했다. 

같은 당 김영배 의원은 “체코 보도가 다 거짓말은 아니지 않나. (기사에) ‘사기꾼’이라는 말만 들어가 있는 게 아니라 팩트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왜 유독 김건희 여사 건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항의하느냐”며 “야당을 노골적으로 반국가 세력으로 몰고 있는 저런 방송이 버젓이 방송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공화국의 국무위원이 어떻게 그냥 하나의 의견일 뿐이니까 거기에 대해서 모르쇠로 일관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따져물었다. 

주독일 한국대사관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재강 의원은 이날 “임상범 주독 대사가 전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이었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가까운 사이”라며 “독일 대사관이 방송 제작에 적극 개입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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