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저소득층 자녀는 '아이'로, 고소득층 자녀는 '자제'로 표현해 아이들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내비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2021년 언론 인터뷰에서 '가난한 집 어린이' '부잣집 자제분' 등의 표현을 써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지난 21일 열린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수빈 시의원은 "아이들 밥 주는 게 싫다고 사퇴했던 분인데 이번에는 통 크게 직을 걸지 않을 건가"라며 "후보가 되면 사퇴한다는 뻔한 말 말고 경선과 동시에 직을 내려놓는 것이 서울시민에 대한 마지막 예의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장직을 유지한 채 당내 경선을 뛰게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헌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 파면이 이뤄질 경우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뽑아야 한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늦어도 선거일 50일 전까지 대선 날짜를 공고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2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을 진행한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전례에 비춰보면 마지막 변론이 끝나고 11~14일 후 선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가 3월 초중순 이뤄지면 5월 초중순 대선이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 궐위선거에 나서는 오세훈 시장은 선거일 30일 전까지만 사퇴하면 된다. 시장직을 유지하고 당내 경선에 임할 수 있지만 이럴 경우 서울시정의 리더십 공백은 불가피하다.
오세훈 시장은 '아이들 밥 주는 게 싫다고 사퇴했다'는 박수빈 시의원 발언에 반발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2011년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다가 사퇴했다. 오세훈 시장은 "매우 부적절하고 부정확한 표현이다. 아주 저차원적인 표현"이라며 "제가 분명 '저소득층 아이들' 밥 주는 거 동의를 했었고,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돌아갈 것이 '고소득층 자제들'에게까지 동일하게 돌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니 고소득층에게 가는 부분은 저소득층에게 학자금 지원이라도 하자는 입장이었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라고 했다.
오세훈 시장은 "정정 바란다. 정정할 생각 없나"라고 했다. 박수빈 시의원은 "아이들은 누구나 존중 받아야 한다. 누가 돈이 많고 적고로 분류를 하다니 당황스럽다"고 했다. 오세훈 시장은 "억지를 쓴다"고 맞받았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장직 사퇴 여부에 대해서는 "그런저런 생각을 아직까지 해 본 적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24일 민주당 채현일 의원은 SNS에 '오세훈 시장의 이중적 언어에 담긴 차별적 세계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채현일 의원은 "오세훈 시장이 저소득층 자녀들은 '아이들'로, 고소득층 자녀들은 '자제들'로 지칭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단순한 말실수라고 넘길 수도 있지만, 이는 그동안 오세훈 시장이 보여왔던 사고방식과 맞닿아 있다"고 비판했다.
채현일 의원은 "2021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부잣집 자제분들'과 '가난한 집 어린이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며 "같은 어린이를 두고 출신 배경에 따라 다른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그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차별적 인식이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채현일 의원은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구호가 결국 위선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묻게 되는 이유"라며 "이번 논란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서울시정과 정치인의 언행을 다시 한번 돌아볼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민주당 안귀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오세훈 시장은 2021년에도 똑같은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만큼 조금도 차별적 인식을 바꿀 의사가 없음을 보여준다"며 "오세훈 시장은 같은 해 '비강남'이라는 표현을 써 강남에 대한 뿌리 깊은 특권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쯤 되면 단순한 말실수로 보기 힘들다"고 했다.

지난 2021년 3월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와 관련해 "부잣집 자제분한테까지 드릴 재원이 있다면 가난한 집 어린이들에게 지원을 두텁게 해서 이른바 교육 사다리를 만들자(는 뜻이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해당 인터뷰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되자 ▲부잣집 '자제분' 가난한집 '아이' ▲이따위 천박한 인식으로 시장 하겠다고 나섰으니 억장이 무너진다 ▲차별이 입에 붙었다 ▲오세훈 후보의 발언은 선별적 급식 제도의 핵심을 고스란히 투영해 무상급식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보여준다 등의 비판 댓글이 이어졌다.
'비강남' 발언은 서울시장 후보 TV토론에서 나왔다. 2021년 3월 오세훈 후보는 박영선 후보와의 1대1 토론에서 ▲"강남지역에 비해 비강남 지역의 주거환경이 열악하다" ▲"비강남 지역의 교통격차를 해소하겠다" ▲"비강남 지역 자녀를 둔 분들을 위해 강남의 인강(인터넷 강의)을 벤치마킹한 플랫폼을 만들겠다" 등의 발언을 해 차별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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