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노하연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 대해 청소년의 정치적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위원장 이충상 상임위원)는 지난달 17일 한상준 영화진흥위원장에게 “특정 소재나 이념·사상의 배제를 요구하는 방식보다 청소년들의 정치적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4일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 간판 (사진=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간판 (사진=연합뉴스)

문제가 된 것은 영진위의 ‘2024 차세대 미래관객 육성사업'으로 '운영용역' 공고에 정치적 중립 소재와 특정 이념, 사상을 배제한 영화 및 교육 프로그램 진행이라는 단서가 달렸다. 미래관객 육성사업은 청소년에게 영화 상영과 관련 강의를 하는 교육 사업으로 2024년 신설됐다. 

당시 ‘블랙리스트 이후’ 등 문화예술인단체 6곳은 기자회견을 열고 “영진위가 사전 검열을 제도화했다”며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 아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실행했고, 기관장이 나서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까지 했던 영진위가 윤석열 정권 아래서 또다시 검열을 시도하는 것이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이후 이들 단체는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고 '특정 사상과 이념을 배제'하라고 요구하면서 청소년의 정치적 판단과 토론의 기회를 봉쇄하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청소년들을 일체의 정치적 소재나 특정 이념·사상을 배제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청소년의 정치활동을 인정하는 현행 공직선거법과 정당법의 취지에 반한다”며 “청소년이 자신의 의사를 스스로 결정함으로써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도록 할 필요성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정치적 논쟁이 있는 사안은 교육에서도 논쟁적으로 다루되 다양한 관점을 균형 있게 제시하고, 어느 특정 견해를 일방적으로 주입·강요해서는 아니 되며, 학생 스스로 자신의 삶과 관련된 정치적 상황을 분석할 수 있는 지식과 역량을 갖출 것을 천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침해구제제2위원회 결정문 일부 갈무리
국가인권위원회 침해구제제2위원회 결정문 일부 갈무리

문화예술인단체가 제기한 진정은 각하됐다. 인권위는 “이 사건 진정을 통해 진정인들의 입찰이 제한되었다거나, 교육 프로그램의 대상이 되는 청소년들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등, 구체적 피해 사실을 특정할 수 없어 각하하기로 결정하였다”고 설명했다.

영진위는 인권위에 “학생에 대한 교육지원 사업이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준수돼야 하고 교육부 관련 기준도 정치, 종교, 사회, 문화적으로 교육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특정 이념과 사상을 배제한다는 용어를 삽입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