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노하연 인턴기자] 한국방송협회가 JTBC의 2026년, 2030년 월드컵 국내 독점 중계권 확보에 반발했다. 법으로 명시된 ‘보편적 시청권’의 취지가 크게 훼손되고, JTBC의 중계권 확보 과정에서 대규모 국부 유출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JTBC 모기업 중앙그룹의 자회사인 ‘피닉스 스포츠’는 29일 FIFA와 월드컵 중계권 협약을 맺었다. JTBC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 2030년 100주년 월드컵, 2027년 브라질 여자 월드컵, 2025년·2027년 U-20월드컵 중계권을 확보했다. 

한국방송협회 표지석
한국방송협회 표지석

방송협회는 30일 규탄 성명에서 “방송은 사회적 공기로서 방송법은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행사에 대해 모든 국민이 보편적으로 시청할 수 있는 권리인 ‘보편적 시청권’을 규정하고 있다”며 “유료방송 JTBC의 월드컵 중계권 독점은 ‘보편적 시청권’에 관한 방송법의 정신과 도입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송협회는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위해 오랜 기간 함께 노력을 기울여왔던 KBS, MBC, SBS의 공동 협의체 ‘스포츠 중계방송 발전협의회’는 방송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중계권을 획득하지 못했다”며 “‘보편적 시청권’의 근본적 취지상 월드컵, 올림픽과 같은 전 지구적 스포츠의 중계권은 특정 유료방송에 의해 독점되어서는 안 되며, 보편적 무료 방송 수단을 통해 모든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접근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방송협회는 “특정 OTT에 가입해야 프로야구를 볼 수 있듯 이제 국가대표 경기마저 돈을 내고 시청해야 한단 말인가”라고 토로했다. 국내 OTT ‘티빙’은 KBO 뉴미디어 독점 중계권을 따냈고 올해 3~4월 KBO 무료 중계 후 5월부터 유료화를 진행했다.

방송협회는 JTBC가 자사의 이익을 위해 대규모 국부유출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방송협회는 “지상파3사는 ‘스포츠 중계방송 발전협의회’를 조직하여 과당 경쟁으로 인한 과도한 중계권료 인상을 막고 이에 따른 국부유출을 막기 위해 공동으로 대응해 왔고, 2019년 올림픽 중계권 협상 시 JTBC에도 협상단 참여를 제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JTBC는 방송3사의 참여 제의를 거부하고 거액의 중계권료로 단독 입찰해 향후 4회의 올림픽 중계권을 독점 계약한 데 이어, 이번 월드컵 중계권까지 단독으로 확보하는 등 국가적 공동협상 틀을 무너뜨리고 불필요한 국부 유출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JTBC 서울 상암동 사옥(연합뉴스)
JTBC 서울 상암동 사옥(연합뉴스)

국부 유출과 관련해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 서면 질의에서 방송권료가 천문학적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JTBC가 독점 계약한 2026~2032 올림픽 총 네 개의 대회는 방송권료가 약 2.3억 달러, 2026년·2030년 월드컵 방송권료는 약 2.7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 의원은 “한국 내 상황은 종편 등이 국민관심행사 계약에 무차별적으로 참여하여 중계권료 가격이 폭등하고 공영방송이 배제되어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장 2026년부터, 2032년까지 올림픽 중계권을 공영방송사가 확보하지 못했다. 방송법의 보편적 시청권 제도는 공동계약 ‘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지 ‘하여야 한다’는 강행규정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방송법 제76조의4 ‘국민관심행사 공동계약권고’에 따르면 방통위는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고 중계방송권 확보에 따른 과도한 경쟁을 막고자 공동계약을 '권고'할 수 있다. 그러나 방통위는 이 조항에 근거해 권고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협회는 “JTBC가 적자와 구조조정 등 어려운 경영상황 속에서 2회의 월드컵과 4회의 올림픽 중계권료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JTBC가 ‘보편적 시청권’을 볼모로 자신들이 상승시킨 중계권료의 부담을 재판매를 통해 지상파3사에 떠넘기고 어려운 경영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의도라면 국민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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