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정부가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맞대응으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주요 일간지들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리아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리 정부는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러·북의 군사적 야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전장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실효적인 단계적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견학 온 공군사관학교 4학년 생도들을 만나 격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견학 온 공군사관학교 4학년 생도들을 만나 격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러시아가 북한에 민감 군사기술을 이전할 가능성도 문제이지만, 6.25 전쟁 이후 현대전을 치러보지 않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전에서 얻은 경험을 100만이 넘는 북한군 전체에 습득시킨다면 우리 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 정부 대표단을 NATO 본부에 파견했으며 젤렌스키 대통령도 조만간 한국 정부에 대표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정부가 155mm 포탄 지원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동아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정부 소식통은 “우리도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면서 “우크라이나도 최근까지 155mm 포탄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밖에 ▲한국군 참관단 파견 ▲국정원 ‘모니터링단’ 파견 등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에게 보낸 “우크라이나와 협조가 된다면 북괴군 부대를 폭격, 미사일 타격을 가해서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고 이 피해를 북한에 심리전으로 써먹었으면 좋겠다”는 텔레그램 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30일 사설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은 국민 뜻 살펴 신중히 다뤄야>에서 “정부의 강경한 메시지나 대응 움직임에 불필요한 논란과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며 “정부가 그 방식이 뭐든 대놓고 살상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한다면 그간 가장 우려해 온 러시아 첨단무기 기술의 대북 이전을 앞당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동아일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국제적 동향을 고려하더라도 무기 지원이나 전쟁 관여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당장 대선을 일주일 앞둔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은 중단될 가능성이 높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추가 지원 동의를 받기 위한 의회의 벽은 높을 것이다. 최근 독일 정부도 내년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등 유럽 국가들마저 거리를 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우리 국민 대다수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부정적”이라면서 “혼란스러운 정세 속에 엄중한 안보 과제를 떠안은 정부로선 그 입도 행보도 무거워야 한다. 메시지부터 신중하게 관리하면서 면밀한 전략을 마련할 때”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같은 날 사설 <윤석열 정부의 군사모험주의 우려 크다>에서 “대결적·냉전적인 남북관계를 지향해온 여권 인사들의 북한군 러 파병 대응이 즉흥적이고 성급해 ‘군사모험주의’를 우려하게 된다”고 썼다. 경향신문은 ‘정부의 북한군 파병 사실 선제 공개’ ‘정부 대표단 나토 방문’ ‘국정원의 모니터링단 파견 검토’ 등을 거론하며 “정부의 북한군 파병 대응은 이례적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고, 윤 대통령이 그 맨 앞에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북한이 파병했다고 먼 나라에서의 전쟁을 남북 대결장으로 만들 이유는 없다”며 “우리 안보에 미치는 직접적 위험은 대부분 파병 대가로 러시아가 북에 제공할 급부에서 온다. 군사적 대응보다는 러시아 움직임에 고삐를 죌 외교적 모색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윤석열 정부는 참관단이든, 무기지원이든 서둘지 말고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병 북한군 일러스트 (사진=우크라이나군 국가저항센터 홈페이지/연합뉴스)
파병 북한군 일러스트 (사진=우크라이나군 국가저항센터 홈페이지/연합뉴스)

한겨레는 사설 <임박한 북 참전, 말려들지 않는 게 ‘국가 안보’다>에서 “북한의 파병은 유럽과 인도·태평양의 안보를 동시에 위협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임엔 틀림없지만, 한국을 군사적으로 직접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영향을 받는 것은 향후 러시아가 북한에 지불하게 될 군사 기술 등 ‘대가’를 통해서다. 러시아와 끊임없이 대화하며 북·러 협력의 수위를 낮춰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유동적인 상황 속에서 우리 혼자 ‘돌격 앞으로’를 외쳐선 곤란하다”며 “당분간은 나토 등과 적극 협력해가며 상황 변화를 주시할 수밖에 없다. ‘무인기 투입’이나 ‘살상 무기 제공 위협’ 등 북·러를 자극하는 움직임도 금물”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 전쟁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 그게 진짜 국가 안보”라고 잘라 말했다.  

전날 김대중 조선일보 칼럼니스트(전 고문)은 칼럼 <우크라이나의 남북 대리전쟁?>에서 “살상 무기 제공은 무력적 적대(敵對) 행위, 즉 전쟁으로 간주될 수 있고, 남북한이 공히 ‘나토 대(對) 러시아’의 ‘꼭두각시’로 비칠 수도 있다”면서 “지금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충돌하거나 척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안보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미국이 지원을 끊으면 우크라이나는 현 전선에서 올스톱이고 결국 러시아의 승리로 귀결될 공산이 큰데, 그런 긴박하고 민감한 시점에 우리가 섣불리 살상 무기 지원 운운하는 것은 타이밍상으로도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국민 대다수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이다. 한국 갤럽이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응답률 12.4%)에 따르면 응답자의 66%는 우크라이나에 ‘비군사적 지원만 해야 한다’고 답했다. ‘어떠한 지원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16%로 두 응답을 합치면 82%에 달한다. ‘무기 등 군사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13%에 그쳤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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