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하며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자, 조선일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국무회의에서 북한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한 것과 관련해 “북·러 불법 군사 야합은 우리 안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모든 가능성을 철저히 점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모두가 긴장감을 갖고 리스크 관리에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우르슐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통화에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실제 전선 투입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이루어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러·북 군사협력의 진전 여하에 따라 단계별 조치를 적극 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러·북간 불법적인 군사협력은 규범 기반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언론 발표에서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 원칙을 갖고 있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더 유연하게 북한군 활동 여하에 따라 검토해 나갈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에게 “우크라이나와 협조가 된다면 북괴군 부대를 폭격, 미사일 타격을 가해서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고 이 피해를 북한에 심리전으로 써먹었으면 좋겠다”고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것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170명 전원은 ‘한기호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을 공동 발의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에서도 이 같은 윤 대통령의 강경 기조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대중 조선일보 칼럼니스트(전 고문)은 29일 칼럼 <우크라이나의 남북 대리전쟁?>에서 “60여 년 전 한국이 미국 요청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것과 비교되면서 이번에는 북쪽의 ‘코리안’이 또 다른 남의 전쟁에 들러리를 서는 상황이 됐다”면서 “북한의 참전에 가타부타할 생각은 없지만 한국의 대응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윤 대통령이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한국의 ‘살상 무기’를 지원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을 거론하며 “만일 살상 무기를 지원한다면 남북의 코리안이 이역만리 유럽 땅에서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면서 “결론적으로 살상 무기 제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우리가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비전투적 차원에서나마 지원하고 우크라이나 편을 든 것은 서방 민주 사회 특히 미국과 맺은 연고를 고려한 일종의 ‘우정 출연’이었다”면서 “하지만 살상 무기 제공은 무력적 적대(敵對) 행위, 즉 전쟁으로 간주될 수 있다. 나아가 남북한이 공히 ‘나토 대(對) 러시아’의 ‘꼭두각시’로 비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심각한 것은 우리의 살상 무기가 불가피하게 러시아군을 ‘살상’할 수도 있다는 문제”라며 “이런 사태는 러시아 또는 러시아 국민과 적대 관계에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군사 행위에 선행하는 것은 안보 외교이며, 지금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충돌하거나 척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안보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미국 대선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변수라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살상무기 지원 시사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트럼프는) 이미 여러 차례 자신과 푸틴의 우호적 관계를 언급하며 자신이 대통령이었으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예 없었을 것이라고 말해왔다”며 “즉 트럼프가 복귀하면 전쟁 양상은 전면 달라질 것이다. 미국이 지원을 끊으면 우크라이나는 현 전선에서 올스톱이고 결국 러시아의 승리로 귀결될 공산이 큰데, 그런 긴박하고 민감한 시점에 우리가 섣불리 살상 무기 지원 운운하는 것은 타이밍상으로도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무기는 본래 상대를 무력화하거나 파괴하는 도구로 자신을 지킬 때와 남을 해칠 때 무기의 정당성이 다르다”면서 “방산 외교와 공개적인 대외 홍보에 너무 몰두하는 것은 ‘무기 잘 만드는 나라’의 이미지를 키운다. 나라를 운용하는 책임자들은 이 문제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파병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선을 이탈해 자유를 찾도록 유도하는 심리전이 우리가 해야 할 일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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