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SBS 구성원들이 사측의 ‘연차 소진’ 요구에 “‘경영실패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이미 비용절감을 강요당하는데, 뭘 더 내놓으라는 말인가"라고 규탄했다.
SBS는 16일 인사팀장 명의로 사내에 “지난 6월부터 시행 중인 비상경영 조치에 더해 2024년 잔여 연차휴가 사용 및 소진에 적극 동참해 주시길 요청드린다”고 공지했다. 이 같은 사측의 연사 소진 요구는 임원진의 자진 임금 삭감 발표가 나온 지 이틀 만이다. 지난 14일 SBS 경영위원회는 올해 SBS 광고매출이 창사 이래 최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장 등 임원들의 4분기 급여를 20% 반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17일 성명을 내어 “누가 쉬기 싫어서 연차를 쓰지 않나, 인력 충원을 해주지 않아 타사에 비해 2~3배 넘는 노동 강도를 견디며 일해 온 구조적인 문제를 뻔히 알면서 사측은 경영실패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면서 “더 큰 문제는 ‘1차 비상경영 선언’ ‘임원 급여 반납’ ‘연차 소진 촉구 메일’ 등 사측의 일련의 행위가 군사작전하듯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 SBS는 1분기 15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현 상황을 방치하면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신규채용 50% 축소 ▲업무추진비·사업진행비 등 업무성 경비 30% 삭감 ▲국내외 연수 중단 ▲해외 취재비 예산 50% 삭감 등을 골자로 하는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몇 달 전부터 본사, 자회사 할 것 없이 회사 곳곳에서 직원들은 ‘마른 수건 쥐어짜기식’의 비용 절감을 강요당하고 있다”면서 “시간외수당 절감을 위해 단축근무를 하고, 제작비 절감을 위해 미보충된 퇴직인원의 업무를 떠안고 있다. 특정 프로그램은 재방송으로만 편성되거나 내년으로 방송이 밀리는 등 프로그램의 경쟁력마저 위협받고 있는데 도대체 뭘 더 내놔야 한단 말인가”라고 토로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회사가 먼저 해야 할 것은 경영실패에 대해 직원들에게 이유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라며 “2023년 346억 흑자에서, 1년 만에 적자(예상)로 드라마틱하게 추락한 원인을 먼저 알아야 할 것 아닌가, ‘광고시장 축소’ 핑계만 댈 것인가. 같은 광고시장을 놓고 경쟁하고 올림픽 중계도 같이 한 경쟁사는 수백억 흑자가 예상되는데 왜 우리만 적자란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창사 당시의 초심으로 되돌아 가달라고 사측에 머리를 조아리고 부탁하고 싶다”며 “헝그리 정신만 내세우며 직원들 밥값-업무추진비-시간외수당 한 푼 두 푼 줄여서 회계 상 적자를 면하는 회사가 아닌, 새로운 비전과 창조적인 콘텐츠로 방송업계를 선도하고 경쟁사를 압도하는 정신말이다. 만약 이번 기습 공지를 시발점으로 연차 소진을 강요하는 등의 근로조건을 후퇴시키는 하나의 사례라도 벌어진다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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