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가 PB(자체 브랜드)상품 검색 순위를 조작한 쿠팡에 대해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쿠팡의 소비자 기만 행위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언론은 '혁신과 경쟁을 막아선 안 된다'는 주장을 펴거나 소비자에게 불똥이 튄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쿠팡은 공정위 제재에 '국내에서 로켓배송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13일 공정위는 국내 1위 이커머스·유통 업체인 쿠팡이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을 동원해 구매후기를 작성하는 방식 등으로 PB상품 순위를 올렸다며 14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공정거래법 위반)를 했다고 판단, PB상품 자회사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쿠팡은 상품 검색 시 PB상품과 직매입 상품을 상단에 노출시키는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이렇게 검색 순위를 끌어올린 상품이 2019년 2월부터 지난 7월까지 6만 4250개에 달한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예를 들어 쿠팡의 생수 PB상품 '탐사수'는 순위권 100위 바깥에 있었지만, 2020년 10월 알고리즘 적용 후 최상단에 배치됐다. 

공정위는 쿠팡이 검색 알고리즘으로 순위를 조작하는 행위가 법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조작을 강행했다고 봤다. 쿠팡 내부 문건에 '아무래도 인위적으로 랭킹을 올리다 보니 법적 이슈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는 것이다. 

또 공정위는 쿠팡이 임직원 2297명을 동원해 PB상품에 7만 2614개의 구매후기를 작성했다고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임직원들은 PB상품에 5점 만점에 평균 4.8점의 높은 별점을 줬다. 쿠팡은 '장점 위주로 서술' '회사가 사진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 등의 후기 지침을 정했다. 그러면서도 쿠팡은 입점업체들이 자신들의 상품에 구매후기를 작성하는 것을 금지했다. 14일 조선일보는 관련 기사에서 쿠팡의 행위를 "마치 고속도로와 고속버스를 동시에 운영하는 업체가 전용차선을 만들어놓고 자기 회사 고속버스만 통행할 수 있도록 차별한 셈"이라고 했다. 

쿠팡은 PB상품 상단 노출이나 임직원 후기 작성은 업계 '관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쿠팡은 "공정위가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 추천을 금지한다면 더 이상 지금과 같은 로켓배송 서비스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검색 순위  알고리즘 조작을 제재했더니 배송 서비스 중단을 시사한 것이다. 쿠팡은 "만약 공정위가 상품 추천 행위를 모두 금지한다면 국내 로켓배송을 포함한 모든 직매입 서비스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자신들이 약속한 22조 원 투자 계획을 중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 기자실에서 쿠팡㈜ 및 쿠팡㈜의 자체브랜드(PB)상품을 전담하여 납품하는 쿠팡의 100% 자회사인 씨피엘비㈜의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천4백억원(잠정)을 부과하고 각각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 기자실에서 쿠팡㈜ 및 쿠팡㈜의 자체브랜드(PB)상품을 전담하여 납품하는 쿠팡의 100% 자회사인 씨피엘비㈜의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천4백억원(잠정)을 부과하고 각각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한국경제는 사설 <공정위와 쿠팡의 과징금 공방…혁신도, 경쟁도 막아선 안 된다>에서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지나치다는 업계의 의견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며 "어떤 경우든 혁신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 쿠팡은 빠르고 편리한 로켓배송으로 소비자에게 많은 이익을 준 게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한국경제는 공정위 제재에 대한 쿠팡의 '대응'에 대해 "다소 부적절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는 "한국 사업을 축소할 수도 있다는 ‘겁박’처럼 들린다"며 "게다가 공정위가 로켓배송, 즉 쿠팡의 자기 상품 배송 서비스 자체를 문제 삼은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매일경제는 사설 <공정위, 쿠팡에 거액 과징금…PB 상품위축으로 이어져선 안돼>에서 "공정위가 기업의 고유 권한인 상품 진열을 문제 삼으면서 규제 적합성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매일경제는 "유통업계 역대 최고인 1400억원의 과징금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PB 상품 강화는 세계적 추세인 데다 가성비 높은 PB 상품은 고물가 시대 소비자 편익을 높이고 물가 관리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소비자 선호도에 따른 상품 배치가 알고리즘 조작인지를 놓고도 논란이 크다"고 했다.

매일경제는 "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의 파상공세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정위 조치는 악재"라며 "유통업계가 혼란에 빠질 수 있고, 자칫 PB 상품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매일경제 사설 갈무리
한국경제·매일경제 사설 갈무리

매일신문은 기사 <"공정위 잣대로라면 쿠팡 쓸 일 없어, 로켓 상품 추천이 왜 랭킹 조작이냐"…백화점 1층도 과징금 물려야>에서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이 직접 상품을 매입하며, 무료 반품과 환불은 물론 배송까지 하는 직매입 상품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며 "로켓배송이 쿠팡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그동안 쿠팡이 수조원 이상을 투자해 만든 서비스인데, '추천'이 없이는 작동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스1은 기사 <당장 쓸 기저귀 '로켓 배송' 막히나…쿠팡 제재에 소비자도 당황>에서 '유례없는 규제, 소비자 편의에 불똥'이라는 부제목을 달았다. 뉴스1은 "제재 확정 시 로켓배송 상품 추천이 막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찾으려면 시간을 더 쓰는 등 편의가 낮아질 공산이 적잖다"며 "쿠팡 상품 추천 금지로 소비자 사용성과 상품 접근성이 위축되면 구매 저하와 쿠팡 매출 저하, 궁극적으로 추가 투자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뉴스1은 "이번 규제는 다수 편익을 저해하고 유통업계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전 세계에서 존재하지 않는 규제를 만들어냈다"(안승호 숭실대 교수), "판매증대를 위한 디스플레이 전략은 유통업체 핵심 역량으로 정부당국이 이를 규제하는 건 기업운영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정연승 단국대 교수)이라는 발언을 전했다. 

아시아투데이는 기사 <공정위 제재에 로켓배송 중단 위기…22조 투자도 좌초 우려>에서 "공정위는 쿠팡의 행위로 소비자가 얼마나 큰 금전적 피해 등을 입었는지 밝히지 않았다"면서 "공정위 제재로 인한 쿠팡 상품 추천 금지로 소비자들이 수년간 이용해온 쿠팡에 대한 사용성과 상품 접근성이 위축되면 구매 저하→쿠팡 매출 저하→추가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투데이·매일신문·뉴스1 기사 갈무리
아시아투데이·매일신문·뉴스1 기사 갈무리

반면 동아일보는 사설 <알고리즘-댓글 조작으로 기록적 과징금 맞은 쿠팡>에서 "쿠팡 측이 알고리즘을 이용해 자사에 더 이익이 되는 PB, 직매입 상품을 우선 노출한 건 소비자의 판단을 그르칠 우려가 크다"며 "쿠팡 측은 이렇게 추천하는 PB 상품과 다른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구분해 알리지도 않았다.(중략)이렇게 영향력이 큰 기업이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비자를 속였다면 절대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알고리즘 조작, 직원 동원 후기… 1위 쿠팡의 민낯>에서 "그동안 소비자 단체들이 경쟁 상품보다 PB·직매입을 더 잘 보이게 노출한다고 비판해 왔는데, 공정위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난 것"이라며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는 1위 기업의 서글픈 민낯"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쿠팡의 고속성장에 따른 그림자가 짙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배송과 물류과정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또 이에 항의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채용 배제를 위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 중"이라며 "설상가상으로 판매 의뢰 업체와 소비자마저 기만하며 이익을 늘린 것이 드러났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쿠팡이 잘못된 점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검색 순위 조작한 쿠팡, 1위 전자상거래 업체 맞나>에서 "공정위가 밝힌 쿠팡의 불공정거래 행위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생명인 소비자 신뢰를 포기한 거나 다름없다"며 "추후 법원 소송에서 가려지겠지만 검색순위와 구매후기 조작 행위는 전자상거래 특성인 정보 비대칭을 무기로 소비자들을 우롱한 영업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공정위 결정은 스마트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시대착오적이고 혁신에 반하는 조치'라는 쿠팡 주장에 대해 "전자상거래 업체로서 그동안 혁신과는 거리가 먼 배짱영업만 일삼은 건 아닌지 먼저 되돌아보기 바란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지난 4월 쿠팡이 '쿠팡이츠' 무료배달을 시작하고 보름만에 멤버십 월 회비를 58.1% 인상한 것을 두고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기업의 횡포"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알고리즘 조작’ 검찰 고발된 쿠팡, 시장 흔들기 엄벌하라>에서 "알고리즘과 댓글 조작은 인터넷 경제 시대 중범죄"라며 "그러나 쿠팡은 반성이나 사과는커녕 오프라인 매장도 저마다 자사 PB상품을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어이가 없다"고 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매장 전체를 둘러보며 상품을 구매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모든 상품을 검색하는 게 불가능해 우선 노출된 상품을 구매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경향신문은 대형 플랫폼 기업에 대한 사전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독과점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반칙 행위를 신속히 처벌하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플랫폼 시장은 독과점 구축 속도가 매우 빨라 사후 처벌만으로는 질서를 바로잡기 어렵다"며 "공정위의 이번 쿠팡 제재도 사건 발생 5년, 공정위 현장조사 3년 만에 이뤄졌다. 그사이 쿠팡은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경쟁사들은 사라졌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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