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 사측이 노조가 파업을 하기 위해 '공정방송은 핵심 근로조건'이라는 문구를 단체협약에 적시해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법원은 '공정방송'이 공영방송 종사자들의 핵심 근로조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노조 혐오 논란을 부른 KBS 사측 인물은 총선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을 지시한 이제원 제작1본부장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언론노조 KBS본부)는 “KBS의 공정방송을 위해 이제원 씨를 해임하라”고 규탄했다. 

(사진=KBS)
(사진=KBS)

22일 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19일 ‘단체협약 공정방송 분과 3차 회의’를 개최했다. 앞서 지난달 4일 KBS 사측은 교섭대표 노조인 언론노조 KBS본부에 ▲‘공정방송은 핵심 근로조건 중 하나’ 표현 삭제 ▲편성·제작·보도 공정성·독립성 대상자를 기존 실무자에서 책임자로 확대 ▲임명동의제·중간평가제 삭제 ▲프로그램 개편 관련 조합 요구 시 설명 의무 조항 ‘일방 통보’로 변경 ▲부당노동행위 발생 시 노조의 징계 요구 조항 삭제 등의 내용이 담긴 <2024년 단체협약 개정 회사(안)>을 전달했다. 

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사측은 22일 회의에서 단협 개정안에 ‘핵심적인 근로조건 중 하나인 공정방송’ 조문을 삭제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제원 본부장을 비롯한 사측은 ‘공정방송은 핵심근로 조건이 아니다’, ‘공정방송은 사장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직원들에게 부여된 당연한 의무니 빼자’, ‘조문의 간략화를 위해 빼자’ 등의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MBC와 SBS 등 국내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해당 조문과 유사한 문구를 단협에 두고 있으며, 해당 내용은 방송법 등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신성한 의무인 공정방송을 구체화하기 위한 당연한 조항이기 때문에 삭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이제원 본부장은 해당 문구가 어떠한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우리는 공정방송 합니다라면서 파업하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이제원 본부장의 발언은 노조에 대한 명백한 혐오발언이라며 정식 사과를 요구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애당초 이제원 씨가 공정방송 제도를 논하는 자리에 나온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총선 영향 운운하며 세월호 참사 다큐 제작을 중단하고, 말 끝마다 권한 운운하며 공정방송위원회까지 해태하고 있는 사람이 어디 함부로 공정방송을 입에 올리냐”라고 비판했다.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열린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규탄 및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열린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규탄 및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언론노조 KBS본부는 사측을 향해서도 “단협 체결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편향되고 왜곡된 사고로 똘똘 뭉쳐 공정방송에 임하는 태도 자체가 불량한 이제원 씨를 즉각 분과 회의에서 배제하고, 나아가 KBS의 공정방송을 위해 이제원 씨를 해임하라”면서 “특정 노조를 혐오하고 탄압한 혐의로 SPC 허영인 회장이 어제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KBS의 누군가도 그러지 말란 법이 없다는 것을 낙하산 박민 사장과 이제원 씨는 잊지말라”고 경고했다.

지난 2022년 12월 대법원은 언론노조 MBC본부가 2012년 '공정방송 사수'를 내걸고 170일 간 벌인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해당 사건 판결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단 제목은 <'공정방송도 근로조건' 대법, MBC 노조 파업 무죄 확정>이다.

대법원은 파업 당시 언론노조 MBC본부 집행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하면서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 방송사 근로자들의 구체적인 근로환경 또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서 쟁의행위의 정당한 목적이 될 수 있다고 대법원에서 판단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공정방송의 의무는 방송법 등 관계법규 및 MBC 단체협약 등에 의하여 노사 양측에 요구되는 의무임과 동시에 실제 방송 제작 등에 있어서 공정방송 의무를 실현하는 것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었는지 여부 등은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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