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MBC·YTN ‘바이든 날리면’ 보도에 대해 각각 과징금, 관계자 징계를 확정했다. 

야권 추천 위원들은 이 같은 중징계를 ‘정치심의’로 규정하고 류희림 위원장을 비롯한 여권 위원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경고했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위원 지위를 회복한 김유진 위원과 류희림 체제의 방통심의위 운영이 부당하다며 심의 불참을 선언했던 윤성옥 위원이 전체회의에 참여했다. 

11일 열린 방통심의위 전체회의 (사진=연합뉴스)
11일 열린 방통심의위 전체회의 (사진=연합뉴스)

김유진 위원은 “이 심의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 치욕스럽다”며 “명예롭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에 보이콧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했지만, 야권 추천 위원들의 불참 기간 동안 심의가 정상적인 것처럼 알려지는 것 같아 심의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문제없음 의견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결정에 대해 무거운 제재를 결정한 위원들은 그에 상응하는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진 위원은 “핵심은 바이든이 아니라 비속어”라며 “윤 대통령이 비속어를 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비속어는 재판에서 인정됐기 때문에 바이든 부분이 부정확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유진 위원은 “동일한 내용의 보도에 대해 후속 조치나 제작진의 반성적 태도 같은 것으로 제재 수위에 엄청난 차별을 두는 것은 방송사들에게 사과와 수정을 강제하게 된다는 점에서도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방통심의위를 위법 상태로 만든 분들이 상황을 해결하라”고 덧붙였다.

윤성옥 위원은 방송심의소위원회가 진행한 YTN 제작진 의견 진술을 지적하며 “방송사가 사과하지 않았다고 해서 가중 처벌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방송소위 제재 중 사과 방송이 있었는데, 위헌 결정이 나서 없어졌다"면서 "의견진술은 방송사가 방어권을 행사하는 자리인데, 위원들이 왜 자꾸 사과를 요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 위원은 MBC 중징계와 관련해 “재판부도 MBC가 ‘바이든’ 발언을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언론은 얼마든지 의혹을 제기할 수 있고, 방통심의위의 심의 기준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데 기준을 둬야 한다. MBC 제재는 대통령 외교에 문제제기한 방송사에 대한 본보기용 정치심의로 규정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9월 21일(현지사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뒤 회의장을 빠져 나오는 모습 (사진=MBC 보도회면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9월 21일(현지사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뒤 회의장을 빠져 나오는 모습 (사진=MBC 보도회면 갈무리)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류희림 위원장은 “방심위가 정정과 사과를 요구한 적이 없고 각 방송사들이 후속조치를 한 것”이라면서 “방송사별로 제재 수위를 다르게 한 기준들이 있다. 법원 판결 명시했나, 사과 내용을 넣었는가, 사과 방송을 했는가 등으로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야권 추천 위원들이 ‘민원사주’ 의혹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자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감사원 감사, 자체 감사가 마무리 된 다음에 입장을 밝히겠다”며 “이 내용은 회의 석상에서 제기하지 말라”는 발언을 되풀이했다. 

류희림 위원장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여권 추천 김우석 위원은 “김유진 위원이 가처분 결정 이전에 팟캐스트에서 방통심의위를 폄훼해 불편했다”면서 “(김 위원 해촉 건의를 의결하는)마지막 회의 때 더 큰 무대에서 활동하길 바란다고 말한 기억이 남는다. 그렇게라도 진영에서 이름을 떨쳐 좋은 기회를 잡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가처분 인용)결정으로 결정적인 무대에서 활약할 기회를 놓쳤고, 오늘 분투하는 걸 보니 더욱 안타깝다”고 비꼬았다.

그러자 김유진 위원은 “저는 김우석 위원과 다른 인생을 살았고, 김우석 위원이 생각하는 좋은 기회가 저에게는 아니다”라며 “무엇보다 각종 보수단체 행사에서 위원 신분으로 정치적 발언을 했던 분인데, 모순적으로 느껴진다. 저는 앞날의 무엇을 위해 문제제기 하는 것이 아닌, 지금 일련의 부당한 과정들에 대해 최소한의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우석 방송통신심의위원 (MBC '뉴스데스크' 2023년 10월 11일 보도화면 갈무리)
김우석 방송통신심의위원 (MBC '뉴스데스크' 2023년 10월 11일 보도화면 갈무리)

하지만 김우석 위원은 “(가처분은)임시 조치인데, 그렇게 당당할 건 아닌 것 같다. 더 논의할 필요도 없다”며 퇴장했다. 김유진 위원은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출신이며 김우석 위원은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 출신이다.

한편 방통심의위는 이날 야권 추천 위원들이 지난 1월 8일 추진했던 류희림 위원장 ‘민원사주’ 안건이 폐지됐다고 공식화했다. 이에 대한 야권 추천 위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류희림 위원장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얘기”라면서 전체회의를 종료하고 퇴장했다. 야권 추천 위원 2인만으로는 안건 재발의가 불가능하다. 재상정하기 위해서는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당시 야권 추천 위원들은 전체회의에서 ▲‘청부 심의’ 공익제보자 색출을 위한 감사·고발 철회 ▲‘청부심의’ 내부 진상규명 기구 설치 ▲‘청부심의’에 대한 위원 전원 대국민 사과 ▲‘청부심의’ 의혹과 관련된 류희림 위원장의 업무 지시 근절 등의 논의를 요구했다. 이를 거부한 류희림 위원장은 정회 선언과 함께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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