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윤석열 대통령의 노조 혐오 발언을 검증 없이 전달하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정권의 의도에 충실한 애완견 보도를 그만하고 저널리즘의 기본을 지키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노조와 언론개혁시민연대는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쏟아낸 노조 관련 발언이 혐오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문제는 권력에 대한 검증과 견제, 사실 확인 따위는 안중에 없는 족벌언론, 경제지들을 중심으로 윤 정부발 왜곡을 더욱 증폭시키는 반저널리즘 행위가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언론노조 KBS본부, YTN지부, MBN지부, 한겨레지부, 경향신문지부, TBS지부, 뉴시스지부 대표자가 함께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가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 규탄 및 공정보도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가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 규탄 및 공정보도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이들은 ▲사실관계 확인 없이 노조를 비리의 온상으로 묘사하는 보도 ▲현장 취재와 법률 확인 없는 노조 혐오 보도 ▲정부 주장에 기대어 노동자의 분열을 조장하는 보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노조에 대한 대통령의 편견과 감정을 맥락 없이 전한 사례로 국민일보 23일 기사<[단독] ‘건폭’ 용어까지 직접 만든 윤, “민생악 영향, 조폭만큼 심각”>을 뽑았다. 중앙일보 2월 22일 기사 <대통령실 “노조 임원이 노조 회계감사 금지” 시행령 추진>은 '노조의 회계감사 임명, 회계감사 조합원의 자격에 대한 어떤 사실 확인 없이 보도자료를 받아 쓴 기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들은 조선일보 26일 기사 <‘월례비’ 뒷돈 243억원 갈취한 노조, 무법천지 건설현장>의 경우 월례비에 대한 해설이 없었고 “‘불법 뒷돈은 공사비용을 늘려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논리적 비약까지 나왔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24일 기사 <노동단체 보조금 절반, 비노조-MZ노조에 준다>에 대해 정부 발표 요약을 넘어 정부의 내심까지 짚어주는 노동자 분열에 앞장선 보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확인 없이 노조를 향한 대통령의 감정 섞인 발언을 강조하고 제목에 인용하는 것은 노조를 향한 적대와 혐오를 확산하는 행위”라며 “취재 기본을 지키지 않는 보도는 노동조합을 비리의 온상으로 몰고 싶은 윤석열 정권의 의도에 충실한 애완견 보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한두 해 일은 아니지만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에 대한 혐오, 국민의 기본권조차 안중에 없는 반헌법적 언론 보도들이 범람하고 있다”며 “국가 폭력은 힘없는 노동자와 최소한의 권리를 확보하고자 하는 노조를 향해 무자비하게 꽂히고 있다. 그 선봉에 조중동 보수 족벌 언론, 재벌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대변하는 경제지가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노조를 비판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기본을 하라는 것”이라며 “저널리즘의 기본을 행한다면 결코 이런 보도가 생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사진=미디어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사진=미디어스)

윤 위원장은 “보수·족벌신문 언론인, 경제지 언론인 모두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다”며 “해마다 임금을 올려달라고 노조를 통해 요구하고 있잖나, 당신들의 노동을 위해 다른 노조 노동자의 권리를 짓밟고 뭉개는 것이 언론 노동자로서 살아갈 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칼처럼 겨눈 당신들의 펜이 결국 어느 순간 당신의 목을 겨눌 것”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전국의 언론 노동자에게 촉구한다. 대통령, 노동부 장관, 총리 등이 노조에 쏟아내는 근거 없는 혐오를 검증하고 기사를 쓰라. 그다음 비판을 하든, 옹호를 하라”며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적대와 혐오가 아닌 건강한 토론”이라고 말했다.

전규찬 언론연대 공동대표는 “지금 정부의 대응이 노조를 혐오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은 특정 정국을 만들겠다는 것, 혹은 사회의 적을 만들고 그들을 치면서 힘을 키우겠다는 계획 아니겠나”라며 “거기에 자본과 여당, 보수 언론이 여기에 가담해서 이런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규찬 공동대표는 “언론시민단체는 이렇게 이상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세력들이 어떻게 준동하는지 본격적인 모니터링에 들어갈 것”이라며 “저들이 어떻게 이상한 정국을 만들고 있는지,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어떻게 민주주의에 위해를 가하는지 제대로 보고 비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가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 규탄 및 공정보도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가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 규탄 및 공정보도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오승훈 한겨레지부장은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노동절 연설을 언급하며 “미국의 전 대통령은 노동운동에 대해 해박한 이해를 갖는 데 반해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운동에 대해 아주 천박하고 적대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5년 노동절 연설에서 노조 가입을 독려하며 “내 가족의 생계를 보장할 좋은 직업을 원하는가. 누군가 내 뒤를 든든하게 지켜주기를 바라는가. 나라면 노조에 가입하겠다”고 말했다. 오 지부장은 “우리가 미국보다 더 우월한 민주주의를 이룩한 나라 아니겠나, 민주주의가 수호될 수 있도록 시민들이 윤 정권의 노동 탄압을 엄히 비판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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