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건설노조 월례비 문제를 강력 단속하라'고 지시하는 등 노동조합에 대해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는 것을 두고 "부동산 위기에 대한 책임을 노조에 떠넘기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건폭' ‘적폐’ 등의 표현을 써가며 '건설현장의 불법 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21일 국토교통부는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노조의 전임비 강요, 채용 강요, 월례비 수수 등에 대해 형법상 강요·협박 공갈죄를 적용해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9일 “월례비를 불법으로 명시하는 지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최근 고용노동부는 양대 노조에 회계장부 비치 여부와 관련한 자율점검 경과서와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집행부와 조합원들이 지난 9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모욕, 명예훼손, 허위사실 등의 혐의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건설노조 집행부와 조합원들이 지난 9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모욕, 명예훼손, 허위사실 등의 혐의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레고랜드 사태를 기점으로 촉발된 부동산 위기에 대한 책임을 노조에 돌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 위원장은 2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김진태 도지사의 레고랜드 사태가 건설자본들의 위기를 가져왔다”며 “또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분양시장이 위축되면서 건설자본들의 정부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건설노조 때리기를 전방위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한편으로는 민주노총 내에 건설노조가 가장 투쟁력과 조직력이 높기 때문에 위축시키고자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 수는 120만여 명이며 이 중 건설노조 소속 조합원은 10만 명이다.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한 월례비와 관련해 양 위원장은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에게 불법을 조장하기 위해 뒷돈을 줘왔던 것이 관례적으로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건설현장 내 전기·토목 협력업체가 공기를 줄이기 위해 타워크레인 노동자에게 기본 업무 외의 작업을 지시하면서 지급하는 비용이라는 설명이다.

이 경우 협력업체는 공기를 줄여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양 위원장은 "월례비를 받은 타워크레인 기사는 쉬는 시간이 없어 타워크레인에 소변통을 갖다 놓고 일한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월례비 문제는) 건설현장의 관행이고 민주노총만의 문제도 아닌데 자꾸 민주노총 문제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 과도하다”며 “오히려 민주노총은 월례비를 중단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다”고 강조했다.

2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방송화면 갈무리
2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방송화면 갈무리

‘월례비를 주지 않으면 타워크레인 기사가 작업 속도를 일부러 늦춘다’는 건설사와 정부의 주장에 대해 양 위원장은 “타워크레인 기사가 일을 제대로 안해 불법이라고 하면 고발하고 처벌하면 된다”며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쉬는 시간도 보장받지 못한 채 더 많은 일을 하고 있고 그런 것을 조장하기 위해 월례비를 주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월례비를 안 주면 노동자들도 안 받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광주고등법원은 모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기사 16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 항소심을 기각하며 "하청인 철근콘크리트 업체의 월례비 지급은 수십 년간 지속된 관행으로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 성격을 가지게 됐다"고 판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에 대해 양 위원장은 “자꾸 기업하고 비교하는데,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은 투자자가 경영 상태나 회계 상태가 건전한지 들여다 봐야 하기 때문에 공시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노조는 회계를 오픈해서 투자 받을 일도 없다. 그리고 이미 조합비를 내는 조합원들에게 다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경우 최근 1년 회계 결과를 책자로 만들었고 언론에도 배포했다”며 “이미 공개하고 있는데 마치 꽁꽁 숨겨놓고 부정부패를 일삼는 집단인 것처럼 정부가 매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춰지냐가 문제인데, 정부가 원하는 대로 공개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양 위원장은 “(일부만) 발췌돼서 노동조합을 공격하는 수단이 된다”며 “근본적으로 취지 자체가 옳지 않기 때문에 입법 조사처에서도 ‘회계자료 내용까지 다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를 압박하자 윤석열 정부 지지율이 올라간다’는 분석에 대해 양 위원장은 “보수층의 결집”이라며 “원래 노조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던 분들이 (윤 정부가) 노조를 공격하니까 지지하는 것 같다. 그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