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전제주의적 행보에 대해 언론이 순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정 언론사 압박', '정보 선택적 제공' 등 대통령실 대응에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윤 대통령의 리더십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언론정보학회는 24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대통령과 언론>을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최근 미디어공공성특별위원회를 구성한 언론정보학회는 5월 말까지 ‘언론과 권력’이라는 주제로 연속 세미나를 진행한다.

이날 발제를 맡은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자유 침해를 아우를 수 있는 단어가 ‘침묵’이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외교부가 지난해 미국 순방 중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욕설 발언을 최초 보도한 MB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를 언급하며 “시간이 지났는데 소송까지 하는 것은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다. 제일 이상했던 것은 언론이 가만히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관련 사안을 주류 언론에서 다루지 않았다면서 언론의 침묵이 내성화된다면 대통령실이 ‘언론을 억압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그렇게 된다면 언론 자유는 더더욱 없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자인 이기주 MBC 기자는 “한 대통령실 직원이 ‘자기는 바이든으로 들리는데, 수석이 날리면으로 발표하니 말할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면서 "이렇게 들리는 대로 말하지 못하는 조직 문화가 용산에 이어져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지난해 11월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비서관과 설전을 벌였다. 대통령실은 이후 출근길 문답을 중단했으며 현재까지 재개하지 않고 있다.
이 기자는 “권력과 언론의 소통창구도 점점 닫히게 됐는데 희안하게도 특정 매체들과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들의 창구는 언제든지 열려있다”며 “대통령 기사를 보면 특정 기자 몇 명이 대통령 동정을 돌아가며 단독 보도한다. 지금 언론 환경이 기자가 대통령을 취재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기자에게 기사를 발주하는 식의 역방향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이보다 더 좋은 홍보수단이 어딨나, 이런 식이면 대통령실 입장에서 도어스테핑을 재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언론의 이중적 보도 태도를 지적했다. 이 기자는 “‘바이든 날리면’ 논란 당시 다 같이 보고 들은 사실을 토대로 ‘바이든’이라고 보도해놓고, ‘MBC가 가짜뉴스’를 쓴다는 식의 보도도 있다”고 지적했다. ‘쓰레빠’ 논란과 관련해 “같이 슬리퍼 신던 기자들이 ‘왜 MBC 기자는 슬리퍼 신는 무례를 범했나’는 식의 기사를 쓴다. 이런 유체이탈 기사가 넘쳐난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기자들 스스로가 순응하고, 불편한 질문은 안 하려는 경향이 강화되다보니 대통령이 마음 놓고 언론을 뒤흔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안에 대해 고발, 처벌하려는 대통령 앞에 우리가 팻독(애완견)을 자처하는 것 아닌가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미국 정치학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분석한 자료를 설명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이 이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치학자 레비츠키와 지블렛은 ‘정치 리더의 전제주의 행동’을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거부(혹은 규범 준수에 대한 의지 부족) ▲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 ▲폭력에 대한 조장이나 묵인 ▲언론 및 정치 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 등으로 규정했다. 레비츠키와 지블렛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해당 항목 모두에 해당한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행동이 앞서 언급한 ‘전제주의 행동’ 네 가지 가운데 ‘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 ‘언론 및 정치 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에 해당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언론 대응 특징은 검찰과 경찰, 사찰 등을 통해 언론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화 이전 권위주의 정권 시기로 회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언론에서 이 같은 전제주의를 용인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언론 보도는 대체로 ‘대통령 말씀’을 받아쓰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제왕적 대통령 보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상원 충북대 철학과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반지성주의’에 대해 굉장히 강하게 비판을 했는데, 본인이 반지성주의의 전형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그것이 언론에 대한 적대심리를 부추기는 것”이라며 “반지성주의는 적대심을 부추기는 방식의 정치적 전략이다. 공론장을 왜곡시킨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언론을 비판하는 것과 언론 전체를 적대시하는 것은 다르다”며 “언론에 대한 비판은 당연하지만, 언론 전체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적대시하는 것은 ‘반지성주의적'인 전략’이다. 언론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기고 뉴미디어의 탈진실 정치와 공모하는 방식으로 권위주의 포퓰리즘을 강화시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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