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하종삼 칼럼] 원고의 순서는 먼저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하 사전으로 표기함)의 목민심서 해설을 【】 안에 인용하고 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진황(賑荒)·해관(解官)의 두 편은 수령의 실무에 속하는 빈민 구제의 진황 정책과 수령이 임기가 차서 교체되는 과정을 적은 것이다

해관은 체대(遞代 : 서로 번갈아 교체함)·귀장(歸裝 : 돌아갈 차비를 함)·원류(願留 : 고을 사람들이 전임되는 관리의 유임을 청하는 일)·걸유(乞宥 : 관직에서 물러날 것을 왕에게 청함)·은졸(隱卒 : 임금이 죽은 신하에게 애도하던 일)·유애(遺愛 : 고인의 仁愛의 유풍)의 6조로 이루어졌다. 】

해관(解官)은 목민심서의 12편 중 마지막 편으로 벼슬을 마치는 스무 가지 경우를 중심으로 벼슬을 마칠 때 수령이 취해야 할 자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 ‘사전’에서는 해관을 수령이 임기가 차서 교체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다산이 해관에서 말한 스무 가지 경우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수령이 교체되는 스무 가지 경우는 해관의 가장 첫 번째 글에서 설명하고 있는 내용이다. 해관 편을 한 번이라도 읽어 봤다면 바로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정약용의 목민심서 (사진= 2012년 한국고서연구회 창립 30주년 기념 '대한제국 도서전', 연합뉴스)
정약용의 목민심서 (사진= 2012년 한국고서연구회 창립 30주년 기념 '대한제국 도서전', 연합뉴스)

다산은 수령이 바뀌는 경우를 크게 네 가지로, 네 가지의 경우가 각각 다섯 가지로 도합 스무 가지를 들고 있다. 먼저, 순체(順遞)로 관직에서 순조로이 체임되는 경우로 과체(瓜遞), 승체(陞遞), 내체(內遞), 소체(召遞), 환체(換遞)의 경우이다. 두 번째로 경체(徑遞)로 임기가 차기 전(前)에 체임되는 경우로 피체(避遞), 혐체(嫌遞), 내체(內遞), 소체(疏遞), 유체(由遞)가 있다. 세 번째로 죄체(罪遞)로 죄를 지어 바뀌는 경우로 폄체(貶遞), 출체(黜遞), 박체(駁遞), 나체(拿遞), 봉체(封遞)의 경우다. 네 번째로 불행한 일로 바뀌는 경우로 사체(辭遞), 투체(投遞), 병체(病遞), 상체(喪遞), 종체(終遞)의 경우다.

이렇듯 임기가 차서 교체되는 것은 과체(瓜遞)라 한다.

더구나 다산은 목민심서의 처음 글 ‘다른 관직은 구해도 좋으나, 목민의 관직은 구해서는 안 된다’는 글에서도 수령의 임기에 관해 중요한 내용으로 서술하고 있다. 목민관이 어려운 것은 다산의 글을 빌어 설명하면,

“오늘날의 수령은 오래 가야 혹 2년이요, 그렇지 않으면 몇 달 만에 바뀌니, 그것은 마치 여관에 지나가는 과객과도 같다. 저 좌(佐)ㆍ보(輔)ㆍ막빈ㆍ복례(僕隷) 따위들은 옛날 세습(世襲)하는 경상(卿相)들처럼 그 직을 아비가 아들에게 물려준다. 주객의 처지가 이미 다르고 권한은 오래 사는 사람과 잠깐 다녀가는 사람이 아주 다른데, 그들에게 군신의 대의와 천지의 정분(定分)이 있을 리 없다. 비록 죄를 저지른 자가 있더라도 도피하였다가 손인 수령이 떠난 뒤에 주인인 좌(佐)ㆍ보(輔)ㆍ막빈들은 집으로 돌아와서, 예나 다름없이 안녕과 부를 누리게 되니, 무엇을 또 두려워할 것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수령 노릇의 어려움은 공후(公侯)보다도 백 배나 더하니, 이 어찌 구할 수 있는 것이겠는가. ”〈 부임 제배〉

이 수령의 임기 문제는 비단 목민관을 구하라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이전, 예전에서도 중요하게 거론하고 있는 내용이다.

“20년 이래론 수령들이 자주 교체되어 오래가야 2년이요, 나머지는 혹 1년에 끝나기도 한다. 이 법이 고쳐지지 않으면 관리와 백성들은 장구적인 계책이 없을 것이고 고공의 법도 웃음거리일 뿐이다. ”〈이전 고공〉

 

“그런데 요즈음 수령이 된 자들은 오래 있어야 3년이고 짧은 경우에는 1년 만에 교체되니, 이는 지나는 길손일 뿐이다. 30년이 지난 뒤에야 교화가 젖어들고, 1백 년이 지난 뒤에야 예악(禮樂)이 일어나는 것이니, 그렇다면 백성을 교화시키는 것은 길손이 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예전 교민〉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수령의 임기 문제는 이렇듯 다산이 목민심서 곳곳에서 지적한 내용이다. 3년의 임기도 짧은데 이마저도 제대로 마치는 수령이 없는 것이 당시 실정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해관을 수령이 임기가 차서 교체되는 과정이라 설명하면 당시의 실정과 전혀 무관한 일이 된다. 결론적으로 다산을 현실에 무지한 원론적인 학자로 만드는 표현이다. 더불어 목민심서에서 다산은 수령의 임기를 최소한 6년으로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어지는 체대(遞代 : 서로 번갈아 교체함)·걸유(乞宥 : 관직에서 물러날 것을 왕에게 청함)·은졸(隱卒 : 임금이 죽은 신하에게 애도하던 일)은 해석이 들린 경우다. 체대는 관직이 교체되는 일을 말한다. ‘사전’에서 말한 서로 번갈아 교체하는 경우는 환체(換遞)라고 한다. 걸유는 ‘사전’에서 말한 뜻과 완전히 다르다. ‘宥‘ 자는 너그럽다, 용서하다의 뜻이다. 그러므로 걸유는 직역하면 용서를 구한다는 뜻이고, 목민심서에서는 목민관이 억울한 일에 연루돼 고을을 떠나게 되었을 때 백성들이 임금께 호소하는 등의 일이다. 선정을 베푼 목민관에 해당하므로 아름답게 여기는 일이다. 관직에서 물러날 것을 청하는 것은 소체(疏遞)라고 한다.

더불어 은졸(隱卒)은 ’사전‘의 설명과 같은 뜻이 있으나 여기 목민심서에서의 뜻은 전혀 다르다. 수령이 임지에서 죽었을 때의 일에 관한 것이며, 임금에 대한 것은 등장하지 않는다. 다른 저작이나 조선왕조실록에서 은졸을 설명한다면 ’사전‘의 설명이 맞을 수 있겠으나 목민심서 72개 조문의 하나인 은졸의 설명으로는 맞지 않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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