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하종삼 칼럼] 목민심서가 세상에 나온 지 200년이 지났다. 대한민국 성인으로서 다산 정약용과 목민심서를 모르는 분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고전(古典)이라는 말이 ‘위대하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이라는 말과 통하듯이, 목민심서 역시 우리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고전 중의 하나라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이라는 평을 가장 많이 듣는 책이기도 하다.

꼭 후학만을 탓할 일은 아니다. 목민심서는 200년 전 지방자치단체장인 수령들이 해야 할 일을 적은 책이다. 현대식으로 표현하면 ‘지방자치단체 업무편람’이다. 또한 다산의 시대는 삼권분립이 없던 시기다. 그러다 보니 업무의 내용도 입법, 사법, 행정의 전 영역에 걸쳐 있다. 게다가 분량도 만만치 않다. 한자 40만 자로 되어 있다. 한자 1만 자를 보통 책 한권으로 치니 책 40권이나 된다는 말이다. 이 같은 주제와 분량의 책은 지금 나온 책이라도 읽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시중에 나와 있는 책 중에도 창작과 비평사에서 나온 다산연구회의 ‘완역 목민심서’ 이외는 전체를 소개하는 책이 거의 없다. 목민심서 12편 중 읽고 이해하기 쉬운 부임, 율기, 봉공, 애민을 소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본문을 소개하는 책이 거의 없어 목민심서가 어떤 책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http://encykorea.aks.ac.kr/) 사전 소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http://encykorea.aks.ac.kr/) 사전 소개

이럴 때 가장 많이 참고하는 것이 인터넷 검색이다. 목민심서를 검색하면 여러 결과가 나오는데 대중적으로 많이 참조하는 위키백과, 두산백과 혹은 다음백과에 실려 있는 건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있는 목민심서의 내용이 기반이다. 그러므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내용이 목민심서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자료라는 말과 다름없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한국 문화의 심층 연구 및 교육을 수행하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한국학 관련 최고의 지식 창고로서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과 업적을 학술적으로,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한국학 지식 대백과사전’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니 그 권위가 상당하다. 목민심서가 논란이 된다면 여기서 얘기하는 것이 답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설명하는 내용이 오류투성이다.

그래서 필자가 지난 7월 13일 오류 내용을 11가지로 분류하고 정리해서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오류신고를 했다(신고한 내용은 『목민심서 청렴을 넘어 공정을 말하다』라는 필자의 저서에 실려 있다). 그러나 신고 후 현재까지도 아무런 답변이 없다. 다시 한 번 신고를 할 요량으로 더 검토해 봤는데 이전에 봤던 것보다 훨씬 많은 오류가 눈에 들어왔다. 원고지 25매도 안 되는 분량에 오류 내지는 부적절한 표현이 무려 36개나 눈에 들어온다.

신고에 아무런 답변이 없고 반영이 안 됐다는 점에도 화가 나지만 더욱 문제는 그 오류의 내용이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봐도 이상하고 또 출처도 불분명한 용어를 사용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 한두 개가 아니다.

정약용의 목민심서 중 표지 (牧民心書) [사진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http://encykorea.aks.ac.kr/ ),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약용의 목민심서 중 표지 (牧民心書) [사진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http://encykorea.aks.ac.kr/ ), 한국학중앙연구원]

오류의 내용을 대략 분류하면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첫째 역사적 사실과 다른 서술인데, 오류의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둘째, 부적절한 단어의 사용이다. 관기숙정, 근민관, 흥산, 영전 등 다산이 목민심서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조선시대에도 사용하지 않았던 용어일 뿐만 아니라 일제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 있는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많다.

셋째, 다산이 목민심서에서 사용한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사전적으로만 해석해 놓는다거나 애초 단어의 해석마저도 틀린 경우다.

넷째, 다산의 견해와는 동떨어진 내용을 소개하거나 심지어는 정반대의 견해를 버젓이 목민심서의 내용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이 글이 집필된 것이 1995년이다. 한국학의 최고 권위를 지니고 있다고 스스로 말하는 기관에서 나온 자료가 오류투성이라는 것도 끔찍한 일이지만, 사실 더 처참한 것은 27년간 이 자료가 고쳐지지 않고 지금도 목민심서를 소개하는 글로 실려 있다는 것이다. 아무도 읽지 않는 위대한 고전이 목민심서라는 것을 이 사실이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오류를 지적하는 연속 기고문은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목민심서를 그 순서대로 따라갈 예정이다. 오류 내용이 전체에 걸쳐 있다 보니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목민심서의 내용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이 목민할 마음은 있으나 몸소 실천할 수 없어 심서(心書)라고 책을 지었던 다산의 마음이나, 독재정권에 탄압 속에서도 10여 년에 걸쳐 가장 완벽한 번역을 해 놓으신 다산연구회 열여섯 분 선생들의 노고에 조금이나마 보답이 되길 스스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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