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노동·시민단체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5개월 전 합의에 응하지 않은 것은 정부인데 책임을 노동자에게 모는 적반하장 결정”이라고 규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를 열고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것은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며 “특히 다른 운송 차량의 진·출입을 막고 운송 거부에 동참하지 않는 동료에게 쇠구슬을 쏴서 공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다. 임기 중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고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 파업에 돌입했다. ‘안전운임제’ 연장, 적용 범위 확대 요구에 정부가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자 화물연대는 파업을 중단했다. 그러나 정부는 관련 논의에 착수하지 않았다. 연말이 되자 정부는 화물연대와 약속한 바 없다며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은 가능하나 적용 범위는 늘리지 않겠다고 공식화했다. 정부의 입장이 번복되자 화물연대는 25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어 “방귀 뀐 놈이 성을 내는 격”이라며 업무개시명령 철회를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비단 이번 화물연대의 투쟁뿐 아니라 취임 후 7개월 동안 일관되게 보여준 윤석열 정부의 문제해결 방식은 사안이 발생하고 격화되면 그저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조삼모사식 임기응변과 유체이탈식 ‘내로남불’로 시작해 ‘경제위기, 시민불편’을 앞세워 공권력을 동원한 힘을 앞세운 강경대응으로 마무리하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지며, 강제노역을 받지 않는다’,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업무개시명령은 이제껏 정부가 밝힌 논리와도 배치된다. 정부 스스로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 개인사업자의 영업거부에 대해 정부가 무슨 권한으로 ‘강제노역’에 해당하는 영업개시명령을 내리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업무개시명령은 그 자체로 위법하며 위헌적”이라며 “업무개시명령 발동 요건인 '정당한 사유' '커다란 지장'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우려' 등은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그 자체로도 죄형법정주의 위반의 소지가 크다.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되면 소극적 직업수행의 자유, 평등권, 행복추구권, 일반적 행동자유권 등 국민 기본권의 광범한 침해가 예상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업무개시명령은 단체행위를 포함한 노동자의 단결권과 교섭권을 침해하고 인정하지 않는 그릇된 시각에서 출발한 반노동 정책의 정점으로 규정한다”며 “결국 재벌과 자본의 이해와 요구를 정부가 수용하고 관철하기 위한 친재벌 정책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상황을 더욱 극한으로 몰아갈 것이 뻔한 이번 결정으로 발생될 결과의 책임은 전적으로 현 정부에 있음을 직시하고 이제라도 진정성 있는 자세로 노동자의 요구에 귀 기울이며 대화와 교섭에 나서라”라며 “화물노동자들의 안전운임제 요구를 넘어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이 달려 있는 이번 투쟁에 앞장서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도 같은날 성명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번 파업의 원인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적반하장 태도를 중단하고 업무개시명령을 즉각 철회하라”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지금의 화물노동자 파업이 정당한 이유는 충분하다”며 “노동자들이 운행을 멈추고 파업에 나서게 된 것은 지난 6월, 정부와 화물연대가 장시간 노동, 도로 위의 안전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품목 확대 논의까지 진행하기로 합의한 뒤로 정부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무엇보다 10.29 이태원 참사에 책임을 져야 할 이상민 장관이 나서서 화물연대 파업을 ‘코로나, 이태원 참사 같은 사회적 재난’이라며 노동자를 겁박하는 상황에 분노한다”며 “안전과 생명을 위협받는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노동자가 파업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들고 나와도 ‘귀족노조’, ‘불법 파업’ 프레임에 가둬버리고 ‘손해배상’으로 겁박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우리 사회 전체가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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