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화물연대가 윤석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업무개시명령은 헌법과 국제법이 정한 '강제노동 금지' 원칙에 위배되고 발동 요건이 모호해 위헌·위법 논란이 제기돼 왔다.
19일 화물노동자 A 씨는 서울행정법원에 업무개시명령 근거 법률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앞서 A 씨는 서울행정법원에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을 상대로 업무개시명령 처분 취소를 청구한 바 있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에 기반한 명확성 원칙 ▲직업의 자유 ▲행동자유권 및 계약의 자유 ▲양심의 자유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평등권 ▲강제노역 금지 원칙 등을 위배·침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위헌법률심판제청 대상 조항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14조(업무개시명령), 제23조(화물운송 종사자격의 취소), 제66조의 2(벌칙) 등이다. 현행법상 국토교통부장관은 운송사업자·운송종사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해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어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업무개시를 명할 수 있다.
이날 화물연대와 시민사회 관계자들은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에게 계엄령과 같은 위헌적 업무개시명령을 당장 거두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헌법과 국제규범이 금지한 강제노동 금지 원칙을 위반하고 있으며, ‘커다란 지장’이나 ‘상당한 이유’ 등 자의적인 요건으로 정부의 입맛에 따라 임의로 처벌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형사법의 절대 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며 "대통령이 지목하고, 정부가 결정하면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민주주의 사회라 할 수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특히 이번 업무개시명령은 정부의 치부와 잘못을 가리기 위해 사용됐다는 점에서 더욱 기만적"이라며 "애초 화물연대본부의 파업 돌입은, 정부가 6월 약속한 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고 지적했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지난 6월 합의한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 및 품목 확대 논의'를 지키지 않았다며 지난달 24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시멘트·컨테이너 등 일부 화물차에 적용돼 온 안전운임제는 올해 12월을 끝으로 일몰될 예정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지난달 29일 시멘트 운송 화물노동자를 대상으로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이어 정부는 지난 8일 철강·석유화학 화물노동자를 상대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이들은 "업무개시명령은 애초부터 화물연대본부 파업을 겨냥해 만들어진 ‘표적 입법’"이라며 "오직 통치자의 이익을 위해 법과 권력을 사사로이 휘두르는 이들을 일컬어 우리 역사는 독재자라 부른다. 대기업·화주의 이익을 위해 헌법마저 내던지는 추태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정부는 화물노동자들에게 화주와 운송사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고, 운임도 화주 마음대로 주면 주는 대로 받고,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초장시간 노동과 졸음사고와 과로로 죽어나가도 다 직업을 잘못 선택한 너희들의 선택이니 노예처럼 조용히 살라 명령했다"며 "하지만 화물 노동자들도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헌법에 보장된 권리가 있다. 정권은 헌법뿐만 아니라 국제 규범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용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변호사)은 "윤석열 대통령이 법률가 출신인지, 최소한의 법치에 대한 이해가 있는지 이번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통해 정말 심각한 의문이 든다"며 "정부가 스스로 합의한 노정합의조차 반년간 뭉개고 이행의 노력이 전혀 없었는데 과연 법치를 말할 수 있는지, 그들의 법치는 선택적 법치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황인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소장(목사)은 "성경의 출애굽기에는 이집트 파라오가 히브리인들을 강제노역시켜 자신의 이익과 안위에 사용했다는 구절이 있다. 사람을 이익, 생산의 수단으로 삼을 때 심판 받았다는 게 성경의 이야기"라며 "오늘날의 업무개시명령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관련기사
- 윤석열 정부 '법과 원칙'서 제외된 '강제노동 금지' 협약
- ‘물류대란’ 대서특필한 언론, 안전운임제 연장 '뒤집은' 정부는?
- 조선일보 독자위가 제대로 짚은 '화물연대 파업' 보도
- 언론윤리 저버린 화물연대 파업 보도
- "'언론, 화물노동자가 귀족인가 따지지 않았다"
- 뉴스민, ILO '업무개시명령' 서한 정보공개 청구
- "파업 전 사측 협의까지 했는데 업무개시명령"
- 윤석열 정권에게 '불법'이어야만 하는 화물연대 파업
- ‘안전운임제’ 외면하고 ‘물류대란’ ‘기름대란’에 집중하는 언론
- 화물연대 향한 정부의 '거친 입', 국면전환용 의심 낳아
- 조간신문 다 본다는 대통령, 화물노동자의 삶은 봤을까
- '위헌·위법' 업무개시명령 조장한 보수·경제지
- 윤 대통령 '업무개시명령'에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격"
- 합법파업 불가능한 현실 은폐하는 노란봉투법 보도
- 판타지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무엇을 보여줬을까
- "연합뉴스, 정권교체 이후 노동 뉴스 줄고 자극적"
- 특고 노동자 '노조할 권리' 막는 공정거래법…유럽에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