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는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연속 특별기고 'SDGs 시대, 지역 지속가능발전 현장을 가다'를 총 24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1992년 Rio 국제회의의 결과인 '의제21'의 권고를 바탕으로 지방정부가 설치한 전국협의체로 유엔 경제사회이사회(UN ECOSOC) 특별협의기구입니다.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지자체별 Governance의 확산·발전을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를 구현하고 대한민국의 지속가능발전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속 특별기고는 전문가 기고와 실제 지속가능발전 정책이 실행된 지역 사례로 구성됩니다. 일곱 번째 기고는 박숙현 지속가능시스템연구소 소장이 맡아주셨습니다.  

 

[미디어스=박숙현 칼럼] 1972년 <스톡홀름 인간환경회의>는 환경파괴에 대한 문제를 국제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첫 회의였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성장을 지속시킬 수 없다는 ‘성장의 한계’ 개념이 받아들여지면서 환경을 고려한 경제성장은 1987년 『우리 공동의 미래』를 통해 지속가능발전으로 정리되었다. 그 이후 지속가능발전은 경제와 환경뿐만 아니라 평등과 좋은 삶에 대한 보편적 개념을 탑재하면서 지금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도달하게 되었다. 

경제성장을 멈출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산업화와 도시화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50년 전에 이미 깨달았지만, 더 많은 생산과 소비에 기반한 경제성장은 멈출 줄 몰랐고, 인류 최고의 전성기를 맞는 듯하였다. 인구는 증가하였고, 개인의 소비와 풍요로움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안정적 고용을 바탕으로 지속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각종 피해가 발생하면서 자연에 대한 소중함이 재조명받고 있다. 경제성장에 가려진 자연의 혜택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존의 숲이나 극지방의 빙하, 영구동토층이 인간이 번성할 수 있도록 지구의 균형을 이루는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1970년대에 이미 문제를 깨달았으면서 경제성장의 진로를 바꾸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사회의 과학기술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일지, 경제성장을 선택하지 않으면 선출될 수 없는 정치구조 때문일지 모르겠으나, 유엔을 중심으로 국제적 논의에서는 지속가능발전의 구체적인 이행구조가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SDGs를 제안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출처: 유엔경제사회위원회, 2019 『도시 넥서스 :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통합자원관리』
출처: 유엔경제사회위원회, 2019 『도시 넥서스 :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통합자원관리』

넥서스(Nexus, 연계) 접근법을 통한 지속가능발전목표 이해하기 

SDGs의 17개 목표는 각 분야별로 목표와 지표를 통해 기본적인 수준을 달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17개 목표가 각자 시행되어서는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없다. 오히려 서로 시너지를 내야만 작동하는 목표들이 존재한다. 넥서스(Nexus), 즉 연계접근법은 각 분야의 최소한계를 고려하되 전체적으로 최적의 결과를 내고자 하는 접근법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을 골고루 섭취하면 영양분이 성장과 건강을 돕게 되지만 그중 한 가지만 섭취할 경우 실제로 담겨있는 영양소가 모두 우리 몸에 흡수되기 어렵다. 식물이 자라는데 필수적인 영양소 10가지 중 하나만 부족해도 그 부족한 영양소로 인해 성장을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SDGs에 대한 넥서스 접근법은 1번부터 17번의 각 분야가 서로 얽혀있어서 각각 기본적인 수준을 달성해야 지속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대표적인 예는 물, 에너지, 식량의 관계인데 안정적인 물 공급은 에너지와 식량을 생산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습지를 없애버리면 수자원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된다.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 댐을 만들고 수력발전을 돌리는데 하천물을 다 써버리면 농업에 필요한 물을 공급할 수도 없고, 하천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생물들은 더는 살아갈 수 없다. 폐기물을 적게 배출하면서도 경제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제로웨이스트 숍처럼 알맹이만 사가는 상점들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다회용기 확대정책은 일회용기에 의한 오염을 최소화하면서도 다회용기를 통해서라도 식품을 소비할 수 있도록 하여 경제가 돌아가도록 만드는 적정 경제정책이라 해석할 수 있다.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 전 세계가 노력하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중산층이 줄어들고, 극단적 불평등 상태가 나타나면 소비층이 줄어들고 경제상황이 악화되며, 불법적 자연자원에 대한 훼손도 심화될 것이다. 따라서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만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목표들과의 균형을 고려하여 실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출처: 2020 IUCN총회https://www.iucncongress2020.org/programme/official-programme/session-43450
출처: 2020 IUCN총회https://www.iucncongress2020.org/programme/official-programme/session-43450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을 지속가능발전에 도입하자

탈탄소 저성장 시대를 맞아 우리가 선택해야 할 옵션은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자연의 혜택(생태계서비스)을 최대한 유지함으로써 삶의 질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궁극적 목표는 개개인의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유지하면서도 사회와 지구 전체의 건강성을 지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돈내산’의 소비가 개인에게는 만족감을 줄 수 있지만 사회와 지구적 차원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소비는 지속가능한 소비, 즉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소비가 되어야 한다. 

GDP(국민총생산)로 대표되는 경제성장 지표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생태계서비스를 통해 인간 행복지수는 향상될 수 있다. 도시화를 위해 주변 숲을 파괴하지 않고, 오히려 도시의 치유 숲을 통해 행복감을 얻을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에어컨을 켜지 않고도 도시 숲이 얼마나 도시의 열기를 식혀줄 수 있는지 체험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자연이 할 수 있는 일을 인력과 과학기술로 대체해 왔던 경제성장 모델을 이제는 바꿔볼 시기다. 이처럼 자연과의 조화로 현명하게 행복해지는 일이 SDGs가 추구하는 지속가능발전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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