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SBS·KNN·TBC 등 지상파방송사 주식을 외국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한상혁)가 행정지도에 나섰다. 방송법상 외국인의 지상파 지분 소유는 금지돼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자본시장법과 시스템상 외국인 투자를 차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일각에서 지상파에 대한 외국인 지분 소유 제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SBS의 숙원이자 윤석열 정부 미디어분야 국정과제 중 하나다. 외국인 지분을 통해 한류 확산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지만 언론시민사회에서는 지분과 콘텐츠 투자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방통위는 31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법상 외국인의 지상파방송사업자 출연 금지 규정을 위반한 외국인 주주 108명과 SBS·KNN·TBC에 대해 법위반 상태를 해소하라는 행정지도를 결정했다. 방송법 제14조 1항은 지상파사업자가 외국인·외국인단체 등으로부터 출자·출연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통위는 지상파방송사로부터 주주명단을 받아 외국인 소액주주들을 확인했다.
방통위 사무처는 3개 방송사에 고의성이 없고, 이들 방송사가 방송법 위반을 방지하거나 해소할 권한도 없다며 행정지도 의견을 냈고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이를 수용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외국인 투자가 이뤄진 지상파방송사들이 행정지도를 받았다. 방송법상 금지된 외국인의 지상파 투자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문제는 방송법과 자본시장법이 정의하는 '외국인' 개념이 서로 달라 규제 공백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날 방통위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자본시장법상 6개월 이상 국내에서 거주한 외국인은 사실상 주식거래가 가능하다"며 "외국인 투자를 관리하는 금감원이나 증권사에서도 (방송법 위반 소지를)공지는 하지만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168조는 '국내에 6개월 이상 주소를 두지 않은 외국인'의 주식거래를 제한하고 있다. 다시 말해 6개월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사실상 주식거래가 가능한데, 방송법은 이와 달리 외국인의 지상파 주식 매입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방통위는 '외국인 투자관리시스템'에서 외국인의 지상파 주식 매입을 차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금감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외국인이 지상파 주식을 매입하는 상황이 향후에도 반복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방통위 관계자는 "계속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한편, 안형환 방통위 부위원장은 "외국자본의 전면 출자 제한은 이제는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상파의 큰 영향력을 고려해 우리문화의 고유성을 보존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지만 급격하게 미디어 환경이 변화한 상황"이라고 규제완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지상파에 대한 외국인 소유제한 규제 완화는 SBS의 숙원 사업이자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다. SBS는 지난 대선에서 각 캠프에 '민영은 민영답게'라는 제목의 문서를 보내 7개 정책과제를 제안했는데, 그 중 하나가 '민영 지상파 외국인 지분 소유 허용'이다. SBS는 외국인이 지분을 소유할 수 있게 되면 해외 공동제작, 해외 합작법인 설립 등이 이뤄져 '글로벌 한류 확산'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외국인 지분이 '민영방송답게 한다'는 SBS)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지난 4월 발표한 미디어분야 국정과제에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대기업과 외국인의 지상파·종편 소유제한 규제 개선'이 포함됐다. 당시 박성중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국민의힘 의원)는 "외국인 투자를 허용·확대하는 방향으로 제한을 풀어 자금을 갖고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시민사회는 자본의 방송사 지분과 콘텐츠 투자는 비례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태영그룹이 2011년부터 재산총계 10조 원에 이르는 동안 SBS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규모는 지난 9년 간 15% 정도밖에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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