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여권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개최한 경찰 총경들을 향해 "부적절한 행위"라고 날을 세우자 '검로경불'(검찰이 하면 로맨스 경찰이 하면 불륜)이냐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전국 검사장 회의, 고검장 회의, 평검사 회의, 수사관 회의에 이르기까지 지난 정부에서 상습적으로 열렸던 검찰 내 회의는 논란이 제기된 적 없었다. 검사들의 집단 행위를 대대적으로 옮겨 보도했던 일부 언론은 경찰 총경들의 집단행위를 비난하고 나섰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 (사진=연합뉴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 (사진=연합뉴스)

경찰청은 지난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리자 회의 해산을 지시했다. 경찰청은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을 대기발령하고, 회의에 참석한 총경 56명을 상대로 감찰에 나섰다. 이날 회의에는 총경 190여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했으며 회의장소로 무궁화 화분을 보내 지지의사를 밝힌 총경 수는 357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총경급 경찰관 절반 이상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총경은 주로 서장 등을 맡아 수사 일선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핵심 인력으로 '경찰의 꽃'으로 불린다.  

24일 70일만에 처음 언론 앞에서 브리핑을 가진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경찰국 신설에 대한 경찰 내 반발이 커지고 있다'는 질문에 "35년 공무원 경험으로 봐도 그건 부적절한 행위"라고 규정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은 경찰 비난 메시지를 내놨다. 김기현 전 원내대표는 "무소불위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겠다며 실정법상 공무원에게 금지된 집단행동과 하극상까지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다"며 "반개혁과 조직 이기주의에 집착하는 세력은 척결대상"이라고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채익 의원은 "엄격한 계급사회인 경찰조직에서 지휘부의 해산 지시에도 불복하고 모인 것은 복무규정 위반"이라며 "행안위원장으로서 국민의 경찰로 바로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류삼영 서장은 25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정당한 직무명령에는 복종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만 경찰서장들이 공식적인 승인을 받아 개별 사비를 들여 휴일날 경찰의 일에 중대한 변화를 한 번 논의해보자는 것은 직무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불법한 직권 명령(해산 명령)을 내린 그 부분이 직권남용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류 서장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의 경우 경찰 내 의견 수렴을 충분히 거치겠다고 말했다면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 또는 대통령실이 해산 명령을 내렸다고 추정했다. 
 

7월 25일 경향신문, 한겨레 신문 1면 기사 갈무리

25일 경향신문은 1면 기사로 <여권의 '검로경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초유의 총경회의가 촉구한 경찰 중립, 정부는 수용해야>에서 "경찰의 중추를 이루는 대다수 간부들이 토의한 후 내놓은 의견인 만큼 가벼이 볼 일은 아니다. 그런데 경찰 지휘부는 이런 의견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강압적으로 누르려 하고 있다"며 "지휘부의 이런 대응 자체가 경찰 독립성이 이미 무력화된 증거로, 행안부가 경찰 통제 명목으로 인사권 등을 장악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야당이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법안을 추진할 때 검사들은 집단적으로 모여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며 "경찰 지휘부와 정부는 총경들이 제기한 우려와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감안해 경찰 통제 방안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창민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칼럼 <[여적] 검사 회의, 총경 회의>에서 "집단 행위를 해도 처벌받지 않는 공무원이 있다. 검사들"이라며 "검사들의 집단적 의사 표시는 거의 상습적"이라고 짚었다. 오 논설위원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2020년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2012년 대검 중수부 폐지 방침, 2011년·2005년 검경 수사권 조정, 2003년 노무현 대통령 검찰 인적청산 발언 등의 국면에서 전국 검사들이 집단으로 '위력'을 과시한 사례를 나열했다. 

오 논설위원은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시민에게는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그렇다면 그 권리는 검사뿐 아니라 경찰과 교사도 똑같이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경찰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공무 외의 일인가. 그렇다면 한동훈 법무장관은 2020년 12월과 올해 4월 집단 행위를 한 검사들에 대한 감찰과 징계, 기소도 함께 진행해야 형평이 맞다"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모였다고 징계’…검찰정권의 짙어지는 경찰 군기잡기>, <대통령실의 ‘내로남불’…검사회의는 감싸고, 총경회의는 깎아내리고> 등의 기사를 지면에 실었다. 한겨레는 사설 <‘경찰 장악’ 예고편 보여준 총경회의 참가자 징계>에서 "전국 검사장·평검사 회의가 여러차례 열렸지만 불이익을 받은 이는 없다. 최근 수사-기소 분리법안 관련한 검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현장 상황을 책임지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잘못된 법이 잘못된 절차를 통해 통과됐을 때 말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며 "'말할 의무'가 검찰에만 있을 리 만무하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경찰은 ‘치안 유지’라는 목적 아래 국민에게 직접적인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집단이다. 1991년 경찰이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경찰청으로 독립하고, 국가경찰위원회가 경찰을 통제하도록 한 이유"라며 "현장 치안 책임자인 총경급 간부들이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은 경찰 중립성 확보가 그만큼 정당하고 절박하다는 방증이다. 이들에게 거침없이 징계 카드를 꺼내 드는 모습은 ‘경찰 길들이기’ 말고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했다. 

7월 25일 동아일보 사설, 경향신문 오창민 논설위원 칼럼 갈무리 
7월 25일 동아일보 사설, 경향신문 오창민 논설위원 칼럼 갈무리 

한국일보는 기사 <"검사회의는 되고, 경찰서장 회의는 안 되나" 총경 징계 적절성 논란>에서 "검찰에선 4월 8일 대검찰청 간부가 내부망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사·보임을 검찰 수사권 제약 법안 처리 신호탄으로 해석한 글을 올린 뒤 평검사들까지 한곳에 모여 반대 입장을 쏟아냈다"며 "다만 집단행동이란 형식은 같지만, 수뇌부 대응은 확연히 달랐다"고 보도했다.

당시 김오수 검찰총장이 여론전을 장려했고, 검찰 수뇌부가 조직적 반대의 선봉에 섰기 때문에 검사들 회의에 반대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한국일보는 "다만 검찰 운영을 규정하는 대검 예규에 회의 근거가 명시돼 있진 않다"고 짚었다. 검찰 조직 내 회의는 법적 근거가 없지만 수뇌부의 의지에 따라 허용되어 왔다는 얘기다. 

한국일보는 사설 <'경찰국 밀어붙이기'가 자초한 초유의 경찰서장 회의>에서 "분란 확산의 일차적 책임을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무직 공무원인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 지휘권을 부여해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침해 우려를 자초했고, 실행 방식은 법 개정 없이 시행령만 서둘러 고치는 졸속으로 이뤄졌다"면서 "초유의 총경 회의마저 경청하는 자세 없이 무더기 징계로 덮으려 한다면 상황 수습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초유의 총경회의… 警 통제 필요해도 ‘경찰국’은 문제 있다>에서 "경찰서장 회의 자체는 피켓을 들거나 시위를 하는 집단행동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런데도 경찰지휘부는 국가공무원법상 복종 의무 위반으로 서장들에 대한 징계에 착수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국가공무원법은 경찰뿐만 아니라 다른 공무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국회에서 이른바 ‘검수완박법’을 추진하자 평검사와 부장검사, 검사장이 각각 회의를 열었지만 회의 참석자를 징계 대상으로 삼은 적은 없었다"면서 "경찰의 지휘 체계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중대한 변화를 앞두고 경찰들이 의견을 밝혔다고 해서 징계까지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썼다. 

국민일보는 사설 <경찰서장 회의 징계… 힘으로만 밀어붙일 일인가>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수사지휘 가능성을 공공연하게 언급하고 있다며 "정부는 ‘경찰 제도 개선은 정권 차원의 경찰 장악 의도’라는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명분만 앞세운 무리한 제도 개선은 반드시 탈이 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날 국민일보는 <[단독]행안부 “국민 일상과 무관” 경찰국 신설 졸속 예고>에서 행안부가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 등의 입법예고 기간을 당초 40일에서 4일로 단축해 줄 것을 법제처에 요청하면서 “국민의 권리·의무 또는 일상과 관련이 없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7월 25일 조선일보,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7월 25일 조선일보,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반면 검사들의 각종 회의를 중계·옹호했던 일부 언론들은 경찰서장 회의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사설 <집단 행동으로 어떤 '경찰 독립' 지킨다는 건가>에서 경찰서장 회의를 '불법 집회'로 사실상 간주했다. 조선일보는 "경찰국에 반대하는 취지의 옳고 그름을 떠나 경찰이 자신들의 이익 관철을 위해 집단행동에 나선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며 "치안과 질서 유지를 핵심 업무로 하는 경찰이 숫자의 힘에 의존하는 행태를 보이면 다른 집단들의 불법 집회나 시위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나"라고 썼다.

중앙일보는 사설<어떤 경우에도 정부·경찰 정면 대결 안 된다>에서 "총경급 집단행동은 하극상"이라고 규정했다. 중앙일보는 "우리 사회는 ‘법 위에 떼법’이라는 말이 횡행할 정도로 토론과 합의를 통한 문제 해결보다 세를 동원한 물리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병폐가 만연해 있다. 여기에 맞서 법과 질서를 지키는 임무가 경찰에 부여됐다"며 "그런데 정부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경찰이 집단행동에 나서면 누가 이를 막는다는 말인가"라고 썼다. 

이 외에 매일경제 <전국서장 '경찰국 반대' 집단행동 앞서 국민신뢰부터 쌓기를>, 한국경제 <선 넘어서는 경찰의 집단행동, 국민들 얼마나 동의하겠나>, 서울경제<‘공권력 집행 책임’ 경찰서장의 對정권 집단행동 안 된다>, 매일신문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겠다는 ‘경찰 독립’, 누가 그럴 권리를 줬나> 등의 사설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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