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한국언론정보학회가 긴급토론회 <공영미디어, 권력에 의해 닫힐 것인가, 시민을 향해 더 열 것인가?>를 개최합니다. 미디어스는 긴급토론회 기획 의도를 가감없이 게재합니다. 

공영미디어의 제도적 불안정성은 우리 미디어 체제가 안고 있는 가장 고질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이뤄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정권교체 이후 다시 공영미디어와 그에 연관된 거버넌스를 권력의 전리품으로 취급하는 모습이 노골화되고 있습니다. 공영미디어와 미디어 정책·규제기구는 언론 미디어의 독립성 보장과 시민을 향한 책무성 확보라는 두 축의 가치로 굴러가야 합니다.

그럼에도 이들을 “새 정부 시책에 발맞춰야 할 하위 기관” 쯤으로 치부하는 발언이 정부 고위관계자와 정치인의 입에서 서슴없이 나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게 보장된 임기는 ‘전 정부의 알박기’로 폄하되고, 시민 미디어로서의 자율성과 시민 소통권 보장을 위해 재설계된 서울특별시미디어재단 TBS에 대해서는 출연금 지급 중단 방침을 공공연히 선포합니다. 편성권의 직·간접적 침해를 넘어 경제적인 압력을 통한 내적 붕괴 유도라는 대단히 퇴행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2019년 4월 3일 열린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시민공청회
2019년 4월 3일 열린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시민공청회

상황이 이러함에도 이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는 잦아들어 있거나 심지어 자아분열적인 양상을 보이기까지 합니다. ‘저 권력은 어차피 그럴 것’이라는 이상한 패배주의가 만연해 있습니다. 공영미디어를 압박하는 정권도 문제지만, 그걸 자초한 정치적 편향성도 문제라는 기묘한 양비론이 고개를 듭니다. 불투명한 공정성 개념이 외부로부터의 선명한 개입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는 건 희극적 비극입니다. ‘정치적 편향 소지’를 제어하기 위해 ‘더 정파적이고 파괴적인 개입’을 용인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까?

제도적 합리성과 시민적 총의에 근거하지 않은 채 자행되는 외부적 개입은 공영미디어를 개선하는 게 아니라 퇴행시킬 뿐입니다. 게다가 우리 사회의 전문직 저널리즘 규범은 전문직을 자처하는 언론기관들 스스로 훼손하기 시작한 지 오래입니다. 또 저널리즘 규범은 시민을 위해서 존재해야 하고 시민들과 함께 소통하며 지속적으로 스스로를 갱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통 언론과 비전통 언론을 자의적으로 나누고 위계화하는 ‘구별짓기’의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아무도 지키지 않는 교리로 마녀사냥을 행하는 중세 종교재판관과 그 방관자들의 모습이야말로 또 다른 희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언론정보학회 산하 특별위원회인 언론신뢰책임위원회는 우리 시대에 맞는 저널리즘 규범과 실천 양식을 모색해왔습니다. 제도 언론과 시민이 공론장에서 각자의 자유와 책임을 평등하게 구가하는 새로운 미디어 체제를 지향합니다. 시민의 미디어가 시민의 일반의지에 반한다면 마땅히 수정되어야 합니다. 시민을 향해 더 열린 미디어를 위한 사회적 숙의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그러나 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정치권력의 행보는 이런 지향에 정면으로 역행합니다. 특히 최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보여주고 있는 TBS 관련 언행의 경우, 권력에 의한 언론자유의 명백한 침해, 시민 소통 수단의 다변화 지향에 대한 공격, 공영미디어의 참여적 거버넌스와 경제적 안정성 담보를 위한 혁신 저해라는 맥락에서 좀 더 광범위한 사회 담론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제도 언론의 부단한 혁신과 더 활발하고 책임 있는 시민 참여로 나아가야 할 때 찾아든 노골적 반동의 흐름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모두의 지혜를 모으고, 함께 현실을 직시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 행사 개요

일시: 2022년 7월 27일(수) 14:00-17:00

장소: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 누리 강의실

주최: 한국언론정보학회 언론신뢰책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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