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 구성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인수위원회를 향해 "애완견 언론을 원하나"라며 공개 비판에 나섰다. 뉴스타파는 인수위로부터 사실상 출입을 거부당하고 있다.

1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뉴스타파지부와 한국기자협회 뉴스타파지회는 공동 성명을 통해 "뉴스타파는 지난달 22일 인수위에 출입기자 등록을 신청했지만, 3주가 넘게 지난 현재까지도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사진=미디어스)

이들은 "이번에 출입 등록을 신청한 뉴스타파 기자들은 한국기자협회 소속이다. 하지만 인수위는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출입을 거부하고 있다"며 "이제는 뉴스타파의 연락까지 받지 않고 있다. 국민통합 정부의 출범을 준비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얄팍한 작태"라고 질타했다.

앞서 인수위는 지난달 21~23일까지 언론사 기자 출입등록 신청을 접수 받았다. 인수위의 출입기자 등록 기준은 ▲언론계 협회 소속 기자 ▲국가기관의 보도요원 ▲인수위 대변인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 등이다. 그러나 인수위는 뉴스타파·뉴스버스·서울의소리 등이 신청한 출입기자 등록을 명확한 이유없이 지연시켰다. 미디어오늘은 언론계 협회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출입을 거부당했다.

뉴스타파 구성원들은 인수위의 출입 불허를 보복 조치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출입을 불허 당한 매체들의 공통점은 모두 윤 당선인에 대한 비판 보도에 충실했던 언론이라는 사실"이라며 "보복성이 짙어 보인다. 정말 뉴스타파와 일부 매체의 출입을 의도적으로 거부한 것이라면, 윤 당선인과 인수위의 후진적 언론관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구성원들은 "단순히 실무자의 판단으로만 결정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CBS라디오 '한판승부'와 인터뷰에서 언론사 출입 불허 논란과 관련해 "선거기간 중 우리 당선인에 대한 혹독한 기사들이 나왔던 곳이기 때문에 불편한 심기가 들어간 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7일 뉴스버스에 따르면 인수위는 언론사 출입을 결정하는 주체의 신원을 '보안 사항'이라며 비공개하고 있다. 뉴스타파 구성원들은 "윤 당선인의 암묵적 지시가 있었거나, 윤 당선인 심기를 경호하려는 일부 고위 관계자의 명시적 지시가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구성원들은 "이번 출입 불허는 언론의 자기 검열을 유도하기 위한 본보기라는 것이 우리의 관점이다. 윤 당선인과 인수위는 정녕 언론을 감시견이 아닌 애완견으로 길들이려 하는가"라며 "윤 당선인이 원하는 올바른 언론은 무엇인가. 권력자의 비위와 잘못, 독선을 꼬집는 언론인가, 아니면 대통령 당선인의 배우자를 ‘슬리퍼 품절 대란’으로 홍보해주는 언론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지난달 24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 천막 기자실을 방문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들은 인수위에 ▲정당한 취재를 원하는 언론사 출입 등록을 당장 승인할 것 ▲언론 취재 자유를 침해한 잘못에 대해 즉시 사과하고 출입 등록 불허를 결정한 인수위 관계자를 조치할 것 등을 요구했다.

뉴스타파는 윤우진 전 용산 세무서장(윤대진 검사장 형)에 대한 뇌물수수 사건 무마 의혹,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 의혹 등을 보도했다. 대선 말미에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를 통해 윤 당선자의 부산저축은행 수사무마 의혹을 제기했다.

뉴스버스는 "쥴리 아니다"라는 김건희 씨 발언을 처음 보도한 바 있다. 또한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여권 인사들과 언론인 등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고발사주' 의혹을 보도했다. 서울의소리는 '김건희 7시간 녹음파일'을 MBC <스트레이트>에 제보했다.

한편, 윤 당선자는 지난 6일 제66회 신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제가 언론인 여러분 앞에 자주 서겠다 말씀드렸다"며 "언론과의 소통이 궁극적으로 국민과의 소통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민심을 가장 정확히 읽는 언론 가까이에서 제언도, 쓴소리도 잘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구성원들은 "윤 당선인이 누구보다 ‘가까이’ 둬야 할 언론이 뉴스타파라는 사실을 잊지 말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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