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 앵커 출신 황상무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언론전략기획단장이 ‘한국기자협회와 JTBC가 좌편향돼 8일 예정된 대선 TV토론회 실무협상을 내가 결렬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기자협회와 JTBC 기자들이 성명을 내고 ‘황 단장의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했다.
5일 열린 ‘8일 대선 TV토론회’ 실무협상에 참석한 황상무 단장은 6일 개인 페이스북에 “어제(5일) 협상은 내가 결렬시키고 나왔다”며 “주최 측인 기자협회가 심하게 좌편향돼 있고, 방송사는 종편 중 역시 가장 좌편향된 JTBC 때문”이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가 삭제했다.
이에 대해 한국기자협회는 “황상무 단장이 느닷없이 기자협회를 좌편향으로 몰고 있다”며 “황 단장은 본인 스스로 기자협회 회원이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황 특보는 좌편향 단체에 소속됐었단 말인가”라고 따져물었다.

기자협회는 “국민의힘은 기자협회가 이번 TV토론의 주최로 명기된 공문을 받고 이에 응했다”면서 “그런데 황 단장은 처음에는 토론 진행자 선정을 문제삼다가 이 문제가 해소된 뒤 토론을 위한 실무회의가 끝날 무렵 갑자기 기자협회와 JTBC의 편향성을 문제삼았다”고 밝혔다.
기자협회는 “특히 황 단장은 기자협회가 좌편향적이라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펴다가 이와 관련한 기사를 보여주며 확인시켜 주자 그제서야 잘못을 시인했고, ‘이제 오해가(편향성 논란이) 해소됐느냐’는 참가자의 물음에 ‘해소됐다’고까지 답변했다”면서 “그런데 다음날 페이스북에 사실 관계가 전혀 다른 글을 올리고 기자협회와 김동훈 기자협회장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기자협회는 “황 단장은 즉각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며 “만약 황 특보가 기자협회의 사과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기자협회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 항의 방문, 국민의힘 취재 거부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항의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한국기자협회 JTBC지회는 성명을 내고 황 단장의 해임을 촉구했다. JTBC지회는 “황 단장은 JTBC뿐 아니라 JTBC에 소속돼 현장에서 ‘팩트’를 발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자 전체를 모독했다”며 “발언 주체인 황 단장과 국민의힘을 강력히 규탄한다. JTBC 기자들에 대한 사과와 황 단장 거취 결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JTBC지회는 “중립성과 공정성이 담보돼야 하는 자리에서 특정 언론사를 근거도 없이 비난하고, 실무협상 단계에서 4당 합의로 계획됐던 TV 토론을 무산시킨 것은 기자 전체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다”며 “언론사 특성과 상관없이 전국 언론사 소속 기자 1만 여명이 소속된 한국기자협회가 ‘좌편향’ 됐다고 한 것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JTBC지회는 “황 단장은 특히 JTBC가 ‘좌편향’ 돼 있다고 맹공을 퍼부으면서도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오로지 내놓은 것이라고는 ‘손석희 사장의 편향성’인데, 정작 손 사장의 보도 관여 여부에 대한 기초적인 사실관계 확인조차 못 했다. 손 사장은 이미 해외 순회특파원 보임을 받고 지난해 11월 출국한 상태”라고 말했다.
JTBC지회는 “황 단장은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에는 참석하기 힘들다’고 토론회 거부 이유를 밝혔다”며 “기울어진 운동장 대신, ‘낡은 언론관’을 지닌 국민의힘에 ‘기울어진 언론관’이라는 수식어를 부여해주고자 한다. '기울어진 언론관'을 지닌 국민의힘이 지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JTBC지회는 “물론 JTBC를 ‘좌편향’됐다고 매도했을지언정, 최소한 국민의힘과 유착되지 않고 있음을 ‘인증’ 해준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라면서 “적어도 이번 ‘좌편향’ 발언이 성일종 국민의힘 TV토론 협상단장의 해명대로 황 단장 개인의 생각이 맞다면 국민의힘은 편협하고 편향된 언론관을 드러낸 황 단장에게 더 이상 공보 업무를 맡기지 않는 것이 순리”라고 강조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납득하기 어려운 핑계로 합의된 토론을 무산시키는 국민의힘의 행태는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대변인은 “어이가 없는 것은 국민의힘이 TV토론 연기를 요청하며 들고나온 이유”라며 “JTBC가 주관 방송사로 선정되자 ‘손석희 사장이 있어 편향적’이라고 주장한 것도 황당하다. 손석희 씨는 이미 보도 총괄에서 물러나 순회특파원으로 외국에 나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대변인은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묻지마 토론거부’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대변인은 “온갖 핑계를 대며 토론을 무산시킨 윤 후보는 이제와서 ‘8일에 할 테면 하라’고 말했다”며 “사과를 해도 부족한데 토론 무산을 남 탓으로 돌리다 후안무치하게 나오는 윤 후보의 모습은 정말 뻔뻔하다. 이 정도면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국민도 안중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오는 8일로 기자협회 주최·JTBC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었던 두 번째 대선후보 4자 TV토론은 국민의힘 불참 선언으로 무산됐다. 기자협회는 오늘 6개 종편·보도전문채널 정치부장들과 함께 TV토론에 대한 회의를 진행한다. 제비뽑기를 통해 중계주관사를 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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