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스피릿> 조별 경연이 끝났다. 역시나 기대했던 대로 B조의 경연은 한층 더 나은 완성도를 보였다. 결과부터 정리하자면 A조에서는 러블리즈 케이와 오마이걸 승희가 1,2위로 결선에 올랐고, 치열했던 B조는 김보형이 마지막 경연에서 지난주에 이어 연거푸 1위를 차지하며 2위에 오르며 1위를 차지한 베스티 유지와 함께 결선에 합류했다.

다만 마지막 경연은 톱4가 아니라, B조에서 한 명이 와일드카드로 추가되어 총 5명이 결선무대에서 경쟁하게 됐다. 다들 놀라는 눈치였지만 사실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애초에 사전 경연 1,2위에게 조를 편성케 한 것부터 와일드카드의 가능성은 싹 터왔다고 할 수 있다.

JTBC <걸스피릿>

워낙 미생의 걸그룹들이라 알려지지 않은 실력자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미 실력을 검증받은 스피카 김보형, 베스티 유지 그리고 레이디스 코드 소정이 마지막 무대에 설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 사실을 <걸스피릿>에 참가하는 출연자들이 모를 리 없어 누구나 짐작하듯이 3대장이라 불리는 3명 중 적어도 한 명은 조가 갈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남은 한 장의 결선 티켓은 나머지 신인들 중 포텐을 터뜨릴 누군가에게 돌아가는 반전의 청사진은 이미 만들어져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당연했겠지만 아마도 지금까지보다 더 경연이 느슨했을 것이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B조 편성권을 가진 스피카 김보형이 베스티 유지, 레이디스 코드 소정 그리고 피에스타 혜미까지 언니 라인을 몽땅 B조로 뽑으며 파란을 일으켰다.

B조는 자연스레 죽음의 조가 되었다. 그러나 정작 죽음의 조를 만든 장본인 스피카 김보형은 오히려 어려움을 겪었다. 누구나 1위를 예상했지만 스피카 김보형은 베스티 유지에게 초반에 밀렸고, 중반부터는 레이디스 소정을 넘지 못해 만년 2위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다 결국 레전드와의 콜라보 미션에서 현진영과 함께하며 첫 번째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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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피릿> 참가자 중 맏언니인 스피카 김보형은 그 첫 번째 1위 발표에 눈물을 보였다. 지켜보던 후배들도 경연이라는 사실을 잊고 함께 눈물짓기도 했다. 그런데 평소에 말도 거의 않는 김보형이 또 일을 냈다. 1위를 한 감격 때문인지 최종 조별 공연에서 스스로 첫 번째 순서에 무대에 서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경연에서 첫 번째가 얼마나 불리한지는 지금까지의 숱한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서 확인한 바 있다. 이유는 간단했다. 다들 첫 번째를 별로 안 좋아하니까 자신이 하겠다는 것이다. 맏언니로서 멋진 모습이기는 했지만 분명 B조에서 1,2위 점수를 확정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무리수일 수도 있는 결정이었다.

그런데 그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김보형은 적지 않은 점수차로 1,2차 투표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고, 결과적으로 유지에 이어 2위의 종합점수를 얻으며 결선무대에 안착할 수 있었다. 지난 경연까지만 해도 결선은 힘들 거라는 것이 본인을 포함한 주변의 시각이었던 상황을 또 스스로 불리한 위치를 자처하며 극복해낸 것이다. 김보형은 <걸스피릿> 안에서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갓보형이라 불리고 있다. 이 어려운 상황을 멋지게 극복해낸 것을 보면 갓보형이라 불러도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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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마지막 공연에서 1위를 한 기념으로 애교를 한 번 보여달라는 조세호의 청에 처음에는 웃으며 손사래를 치며 못하겠다고 했다. 그렇다고 바로 포기하면 예능 엠씨가 아니듯이 조세호는 아랑곳 않고 하나둘 하며 애교를 재촉하자 “아 못해요!”하며 버럭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도 그간 김보형에게서 절대로 볼 수 없었던 적극적인 감정 표현이었을 것이다. 걸그룹에게 애교는 마치 의무처럼 여겨지는 것이 방송가인데, 애교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걸그룹이라니. 유니크한 걸크러시를 몸으로 실천하는 김보형이었다.

이제 <걸스피릿>은 마지막 한 번의 결선무대만 남겨두게 됐다. 이미 녹화는 끝났고, 우승자도 결정이 됐다. 다음 주면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12명의 참가자들이 속한 그룹이 모두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해보지 못한 미생 걸그룹들이기에 <걸스피릿>에서의 1위는 매우 큰 명예이고, 보상이 될 것이다. 설혹 우승을 하지 못하고,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하더라도 마지막 공연들을 보면 분명 처음과는 다른 훌쩍 커진 실력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정도면 나쁘지 않은 수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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