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스피릿>이 벌써 싱거워졌다. 이번 주로 A조와 B조 두 번째 경연을 마쳤는데, A조는 경쟁이 보이지만 B조의 카리스마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죽음의 조라는 B조가 소위 경연의 묘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하기도 좀 곤란하다. 그나마 애초부터 우승후보였던 3인이 모여 있다는 것, 그 이름값으로 버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무대 완성도에서 아쉬움이 남는 경우가 자주 등장한다. <걸스피릿>은 걸그룹 메인보컬들에게 온전히 혼자서 누릴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고, 불과 몇 초밖에 되지 않는 파트에서 벗어나 완곡을 부르게 한다는 좋은 취지로 시작된 예능이다. 그 취지는 물론 좋다. 다만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각각의 무대가 그 취지만큼 완성도를 갖추고, 시청자를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JTBC <걸스피릿>

좀 더 주목할 만한 B조를 예로 들자. 사전 경연을 제외하고 두 번째 경연을 마친 이번 주 역시 반전은 없었다. 김보형, 유지 그리고 소정 세 사람이 여전히 톱3에 올라 그 속에서 순위만 살짝 변화가 있었을 뿐이다. 더군다나 첫 번째 경연에서는 소정과 함께 톱3에 올랐던 라붐 소연은 이번 경연에서는 4위에 그쳤다. 그러나 4위라고는 해도 3위와 너무 차이가 컸기 때문에 순위에 어떤 의미를 두기조차 어려웠다.

득표수를 보면 이번 경연 역시 베스티 유지가 108표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레이디스코드 소정이 107표, 스피카 김보형이 104표를 얻었다. 반면 4위는 고작 63표를 얻는 데 그쳤다. B조만큼의 격차는 아닐지라도 A조 역시 상위권과 하위권의 표차가 커서 과연 이대로 경연을 진행하는 것이 옳은지에 의문을 남기고 있다.

JTBC <걸스피릿>

<걸스피릿>은 결승을 위해 각조 여섯 번씩의 경연을 벌인다. 두 조가 약간씩은 다르지만 적어도 상위 3명의 윤곽은 어느 정도 드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미 경연의 긴장감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특히 B조가 더 심각하다. 이래서는 프로그램의 경쟁력이 붙기 어렵다. 저런 무대를 방송에서 봐야 하나 싶은 경우가 자주 생겨서는 프로그램도, 걸그룹 멤버 당사자에게도 득 될 것은 없을 것이다.

이 상태로 6회의 경연 규칙을 고수하는 것에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각각 4회씩 총 8주의 경연은 더욱 지루해질 것이고, 하이라이트가 되어야 할 파이널리그까지 시청자가 남아있을지가 의문일 정도다. 그러나 이미 세 번째 경연은 촬영이 끝났고, <걸스피릿>은 그 다음 경연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 변화를 꾀하기 쉽지 않은 상태다.

JTBC <걸스피릿>

그렇더라도 <걸스피릿>이 우선 살아남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변화는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예컨대 조별 리그를 4회 정도로 줄이고, 대신 조 3위까지를 포함시키는 서바이벌 리그로 변화를 시키는 등의 변화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미 정해진 규칙을 바꾸기 곤란하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겠지만 이 상태로는 프로그램에도, 경연에 참가하는 하위권 걸그룹 멤버들에게도 좋은 결실을 담보하기 힘들어 보인다.

경연이라면 어쨌든 빡센 긴장감이 돌아야 제격이다. SBS <신의 목소리>가 17회로 조기 종영한 까닭이 어디 있겠는가. 기성가수와 아마추어의 대결이 아무리 핸디캡을 준다고 하더라도 긴장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조별 그리고 상하위 격차가 크게 벌어져버린 <걸스피릿>이 더 심하다. 물론 <걸스피릿>에 참가하는 12명의 보컬들이 나름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지만 결과는 그 준비를 의심케 하고 있다. 이래서는 걸그룹에게 기회를 주기 전에 프로그램 자체가 기회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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