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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피릿’, 애교노동자 케이의 반전 가창력[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6.08.10 10:26

<걸스피릿>은 요즘 흔한 음악예능의 하나이다. 그런데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약점일 수도 있고,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아이돌, 그것도 걸그룹 메인보컬들만 출연한다는 것이다. 편견에 맞서겠다는 <복면가왕>이 심심찮게 아이돌의 반전 가창력으로 화제를 만들고 있지만, <걸스피릿>은 편견을 깨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들에게 아이돌이 아닌 보컬로서의 무대를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걸스피릿>에 출연 중인 몇몇 걸그룹 메인보컬들은 이미 <복면가왕>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역시나 아이돌 실력 이상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단지 그뿐이었다. 예전보다 음악예능이 대폭 늘었지만 여전히 제작진이나 대중에게 아이돌은 음악성 그 자체로 다가서기에는 꺼려지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JTBC <걸스피릿>

그런 기저의 정서에도 JTBC가 <걸스피릿>을 기획하고, 방영한 것은 무모할 정도로 용감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걸그룹 예능이면 최악은 피할 수 있다는 작은 위안은 갖고 시작했을 것이다. 매해 걸그룹이 쏟아지는 웃지 못할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밖에 어떤 차별성과 장점으로 기존 음악예능들과 경쟁할까 우려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어떤 반전이 있을까 싶었던 <걸스피릿>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경연의 틀 안에 있기 때문에 가창력을 뽐내는 것이라면 기존 음악예능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한두 번이라면 몰라도 계속 그렇게만 간다면 이내 지루해질 수밖에는 없다. 사실 첫 번째 조별 경연까지는 딱 그런 모습이었다. 계속 그렇게 간다면 곤란했다.

JTBC <걸스피릿>

그러나 걸그룹들은 생각보다 영리(?)했다. 다음 주 B조는 어떨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A조의 두 번째 경연은 지난번과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였다. 여전히 발라드를 들고 나오기도 했지만 일반 경연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다양한 장르의 향연이 펼쳐졌다.

올 상반기 빅 히트를 친 마마무와 트와이스의 <넌 is 뭔들>을, 우주소녀 다원과 <CHEER UP>을 오마이걸 승희가 나름의 변화를 주며 청중들과의 흥겨운 소통을 보였고, 공교롭게 두 사람 모두 같은 점수인 94점을 얻어 공동1위에 올랐다. 그런가 하면 CLC의 또 다른 승희는 빅뱅의 <뱅뱅뱅>과 팝송 <BANG BANG>을 교묘하게 교차시키는 편곡으로 시선을 끌었다. 다만 다원과 승희와는 달리 득점에서는 효과를 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리스너라는 청중평가단의 취향이 너무 단선적인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남기고 있다.

JTBC <걸스피릿>

그런가 하면 러블리즈 케이, 소나무 민재 그리고 플레디스 걸즈 성연은 발라드 풍 노래로 댄스곡과 맞섰다. 그러나 댄스곡들이 뜨거운 호응을 받았던 것과는 달리 고득점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첫 번째 조별 경연에서 1위를 했던 민재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직 케이만이 박효신이 <야생화>를 불러 1차 경연에서 90점을 얻어 3위에 오르고 이후 2차 투표를 통해 2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결국 러블리즈 케이는 두 번의 경연을 통해 모두 톱3에 오르고, 종합점수에서도 계속해서 2위를 차지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그것이 놀라웠다. 아니 여러모로 놀라웠다. 케이는 이번 <걸스피릿>을 통해서 유일하게 논란이 생긴 참가자였다. 케이가 립싱크를 했다는 의심이었는데 경연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워낙 아이돌들에게는 비이성적 논란이 흔하기는 하지만 정작 본인으로서는 매우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JTBC <걸스피릿>

논란을 의식했는지는 모르지만 케이는 이번 경연에서 그 어렵다는 박효신의 <야생화>를 불러 립싱크 논란을 불식시킴과 동시에 애교가 넘치는 모습 뒤에 숨겨진 놀랍고 안정적인 가창력을 드러냈다. 케이는 팀명 자체가 러블리즈에서도 애교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 케이에게는 애교노동자라는 별명도 붙었다.

물론 케이의 <야생화>는 박효신이 부른 것과는 상당히 달랐다. 원곡이 가진 처절함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담담하다고 할까 아니면 감정이 억눌려 있다고 할까 모를 여전한 한계가 느껴지기는 했지만, 달리 생각하자면 박효신을 따라하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에 충실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칭찬할 만도 했다. 애교노동자 케이에서 볼 수 없었던 반전 모습이 흥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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