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메이저리그는 한국 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는 얼마 전 끝내기 투런포를 쏘아 올려 포털사이트 메인에 등장했습니다. ‘KBO 홈런왕’ 박병호(미네소나 트윈스)도 점점 진면목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을 평전한 ‘돌부처’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미국에서도 펄펄 날고 있습니다. ‘타격 머신’으로 불리는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는 극심한 부진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추추트레인’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가 언제 시동을 걸지도 관심이고요. LA 에인절스에서 뛰고 있는 최지만도 꾸준히 출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부상을 당한 류현진(LA 다저스)와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도 출격이 임박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올해 MBC스포츠플러스(이하 엠스플)는 TV, 온라인, 모바일 중계권을 모두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중계방송을 볼 수 있는 채널은 현실적으로 TV뿐입니다. MBC는 엠스플에서 중계권을 사들여 지상파 채널에서 중계를 하긴 하는데 토요일 아침에 4시간 정도 코리안 메이저리그의 출전 경기를 위주입니다. 온라인(www.imbc.com)과 모바일(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해요’)에서도 중계방송을 시청할 수는 있지만, MBC 지상파 채널이 중계를 하는 토요일에만 가능합니다.

보통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에서도 중계방송을 서비스해왔습니다. 지난해까지는 SPOTV를 운영하는 ‘에이클라’가 온라인과 모바일 중계권을 포털에 재판매해서 포털 중계방송이 가능했는데요, 올 시즌은 포털에서 서비스를 안 합니다. 포털에는 엠스플이 제공한 주요장면만 있습니다. 야후스포츠 같은 외국사이트에 접속해 시청할 수 있는데 한국말로 된 중계프로그램은 볼 수 없습니다. MLB 공식 홈페이지(www.mlb.com)에서 보려고 해도 시즌권을 구입해야 합니다. MLB.COM에 접속해 볼 수는 있지만 시즌권을 구입해야 하고, 역시 영어 중계입니다.

▲이대호는 지난 14일(한국시각) 텍사스 레인저스와 홈경기,에서 끝내기 홈런을 쳤다. 이대호는 2대2이던 연장 10회 말 2사 1루 상황에서 대타로 나와 텍사스 좌완 제이크 디크먼의 156㎞짜리 패스트볼을 받아쳐서 경기를 끝냈다. (이미지=네이버 TV캐스트 엠스플 뉴스 갈무리)

MLB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불만입니다. ‘광고의 노예가 돼도 좋으니 MBC는 MLB 중계방송을 포털에도 내보내 달라!’ 그래서인지 MBC와 포털에 대한 불만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와중에 미디어스에도 취재요청이 왔습니다. 팟캐스트 <주간야구 왜>의 권순철 PD는 15일 기자에게 전화해 “많은 시청자들이 뉴미디어로 MLB 중계를 즐기지 못하는 현실이다. 지금 포털에는 (클립영상 위주로) 엠스플 뉴스가 있는데 생중계 서비스는 없다. 그 이유를 취재해 팟캐스트에 출연하거나 기사로 써서 알려주면 안 되겠느냐”고 했습니다.

우선 MBC가 언론에 밝힌 이유는 이렇습니다. 스포츠경향은 4월7일 <MBC 스포츠국장 “메이저리그 경기 포털 중계권, 불합리 끊어내겠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MBC 입장을 보도했는데요, 정용준 MBC 스포츠국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포털사이트들은 콘텐츠를 갖고 방송사의 몇 배의 이익을 취하면서 정작 중계권을 어렵게 확보한 당사자와 계약을 할 때는 불합리한 계약을 해왔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던 것도 맞다. 공룡화된 포털사이트와 맞선다는 의미보다는 콘텐츠의 가격에 맞는 계약을 하고 싶다는 입장이 있다.” 이에 대해 포털에서는 “협상 중인 사안이라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만 합니다.

MBC 주장을 다시 보면, 거액을 주고 중계권료를 사온 만큼 결국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정용준 국장은 15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포털은 자신들이 우리로부터 뉴미디어 중계권을 재구입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에 비해 턱없이 낮은 가격을 요구했다. 포털 독점이 강한 나라에서 ‘너희가 우리(네이버·다음) 아니면 어디를 가겠어?’ 같은 자세다. 실제 협상을 할 때는 ‘힘 없는 중소기업’과 ‘을’ 코스프레를 한다. 이런 태도 때문에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포털이 MLB 중계를 내보내면서 얻는 경제적 이득을 어느 정도로 추정하십니까?’ 정용준 국장 대답은 이랬습니다. “포털은 영업비밀이라며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다. ‘얼마 안 된다’고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예측만 하고 있다. 시장에서 MLB 콘텐츠의 가치와 그곳에서 뛰고 있는 한국선수들의 콘텐츠가 만드는 클릭(트래픽)을 생각하면 포털 주장은 어이가 없다. 중계권료와 그들이 벌어들일 부가가치를 고려해서 협상을 해야 하는데 협상할 때 포털은 항상 ‘을’ 스탠스다.” 전용준 국장은 “우리(MBC) 내부에서는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포털 좋은 일은 시키지 말자. 이동통신사와 푹(POOQ)으로 해도 (온라인과 모바일 시청자를) 커버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언론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히는 것도 협상 전술 중 하나입니다. 특히 MBC의 입장은 그 동안 지상파방송사들의 유료방송사업자에 ‘제값을 내지 않는다면 콘텐츠를 공급하지 않겠다’는 제값 받기 주장과 맥을 같이 합니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 어느 진영의 책임을 묻기에 근거가 부족합니다. 다만, 포털을 통해 MBC의 MLB 중계방송을 시청하고 싶은 사람들은 가상광고, 중간광고 같은 광고의 노예가 될 준비가 돼 있는데 MBC와 포털은 가격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입니다. 시즌 시작 전 마무리했어야 할 협상인데 말이죠. 고객을 상대하는 사업자로서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어디에 불만을 쏟아야 할지는 각자 판단에 맡깁니다.

저는 둘의 싸움은 그냥 공룡 대 공룡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MBC는 VOD 한편에 1500원 시대를 연 가계통신비 상승의 주범(?)이고, 포털은 디지털 콘텐츠의 유통채널을 독점한 대기업입니다. 전용준 국장은 “매출로 보나 순이익으로 보나 갑이 누구냐”고 항변하지만 제가 보기에 둘은 갑을관계가 아닙니다. 물론 매출은 네이버(3조2511억원, 2015년 기준)가 MBC(1조5009억원)의 두 배가 넘고, 열 배 이상의 영입이익(7622억원>592억원)을 기록합니다만 보도권력과 유통권력을 모두 고려하면 둘은 갑을관계는 아닙니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포털에 서운한 게 많습니다. 사실 유통권력으로서 포털이 고쳐야 할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두 거대 포털이 콘텐츠사업자에 무임승차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야구 이야기가 나왔으니 KBO 프로야구의 포털 중계를 예로 들면, 포털은 방송사의 CG와 해설을 대가 없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전용준 국장은 “KBO가 갑이라서 문제제기를 할 처지는 아니지만, KBO는 그림만 팔아야 한다. 우리가 돈을 들여 만든 CG, 우리가 영입한 해설위원의 멘트까지 전부 주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따져야 할 요소가 많습니다. 포털이 방송사가 붙인 광고를 그대로 내보내 방송사가 이득을 보는 것도 있을 것이고, 포털이 이 콘텐츠로 유도하는 이용자와 트래픽도 고려해야 합니다. 저는 포털이 KBO에서 온라인·모바일 중계권을 샀다면 스스로 광고를 영업해서 붙여넣고, CG를 만들고, 해설진을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라 방송사가 만든 콘텐츠를 사용했다면 비용을 지불해야죠. 그것이 상도의에 부합하죠. 어찌됐든 콘텐츠사업자와 플랫폼사업자의 협상과 거래는 이렇게 복잡합니다. 따지고 보면 결국 돈 때문인데, 배경 설명을 하느라 기사가 이렇게 길어졌습니다. 어찌됐든 하루 빨리 MBC와 포털의 협상이 성사되길 바랄 뿐입니다.

※ 이 기사를 내보낸 시각은 15일 저녁 7시께였습니다. 그런데 이로부터 두 시간 정도가 흐른 9시 반께 네이버는 네이버스포츠 블로그를 통해, 다음 또한 블로그를 통해 “메이저리그 팬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2016 MLB 네이버 TV생중계가 확정되었다”고 알렸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MBC 전용준 스포츠국장은 네이버와 다음에 불 같이 화를 냈는데 말이죠. 사업자들의 협상이라는 것은 정말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아무튼 이제 포털에서도 MBC의 MLB 중계를 시청할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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