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보다 보면 정말 생각보다 다양한 ‘특집’에 놀랄 때가 많습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광고인지 기사인지 모를 지면이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내가 왜 구독료 내고 광고기사를 봐야 하지?’ 생각도 듭니다. 매일 신문의 기사들과 지면 편집을 확인하는 매체비평지 기자는 이런 지면을 ‘돈’으로 봅니다. “노골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흥미를 유발하는” 네이티브 광고도 간혹 눈에 띄지만 대부분은 기업의 PR을 대신하는 ‘○○경영’ 특집이 대부분입니다.

한겨레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전국단위 종합일간지가 기사형 광고라고도 볼 수 있는 기업 특집 지면을 정기적으로 내보냅니다. 인터넷신문이라고 다를 바 없지만 종이신문이 독특한 점은 편집입니다. 기업별로 2~3단짜리 기사를 배치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기사의 위치에 따라 비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장 많은 돈을 주고 지면을 사는 기업이 어딘지는 짐작할 터, 역시 1등 기업 ‘삼성’입니다.

삼성의 자금력을 추측할 수 있는 지면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경향신문은 독특합니다. 경향신문은 한 달에 한 번 지면 2~4면을 할애해 기업 특집을 진행하는데요, 지면에는 삼성 ‘로고’만 찍혀 있습니다. 파란색 타원에 흰색으로 ‘SAMSUNG’을 쓴 것 말이죠. 다 그렇지 않느냐고요? 경향신문의 특이한 점은 삼성 관련 내용 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의 동향을 두어줄 씩 모은 ‘종합기사’에도 삼성 로고가 있다는 점입니다.

▲경향신문 2015년 3월 27일자 14면 특집면. 삼성 로고의 위치가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저만 이상하다고 느끼는 걸까요?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의 기업특집 광고기사(또는 기사형 광고)를 쓰는 김경은 기획위원에게 물어봤습니다. 김경은 위원은 “직접 (기사를) 쓴다”면서도 삼성 로고를 돋보이게 배치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광고국에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경향신문 누리집에서 검색한 결과 김경은 위원이 기업특집을 쓰기 시작한 때는 2011년 3월 27일자 신문에 ‘동반성장’ 특집부터입니다. 12면짜리 별지였습니다. 특집 전체로 넓혀보면 처음은 2010년 12월 방송통신대학교 특집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광고국 최병탁 부국장에게 물어봤습니다. “기업마다 원하는 컨셉이 있다”며 “어떤 기업은 이름으로, 어떤 기업은 로고로 처리해 달라고 한다”고 설명합니다. 왜 삼성 관련 기사가 아닌 종합기사에 삼성 로고를 넣는지 물어보니 “삼성이 그렇게 얘기해서 한 것”이라고 합니다. 최병탁 부국장은 “특집은 순수하게 광고인만큼 기업이 원하는 대로 해줄 수 있다”며 “다른 곳도 원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집에 대한 기자들의 태도는 이중적입니다만, 언론 특히 신문의 위기 속에서 뭐라도 먹어야 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사람이 절대 다수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들은 지면에 광고기사를 싣는 것은 부적절하다고도 생각합니다. 업계에서는 ‘특집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에 따라 그 회사의 광고영업력을 평가합니다. 최병탁 부국장은 “우리는 메인(main) 특집은 한 달에 한 번하고 나머지는 세미(semi) 특집이다. 다른 일간지, 특히 조중동에 비해서는 적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경향신문 2015년 2월 27일자 18면 특집면.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독자들이 알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웬만한 언론사는 특집기사를 기자들에게 맡깁니다. 때로는 ‘바이라인’ 없이 나가기도 하고, 양심을 파는 수준이 아니라면 기자 이름이 들어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만난 기자들 대부분은 특집기사를 쓰기 싫어합니다. 자신이 쓴 기사가 지면에 올라가길 바라는 건 당연한 마음이겠죠. 한 메이저신문 기자는 기업특집 때문에 자신이 야심차게 준비한 기획기사가 한 달이나 미뤄졌다고 했습니다.

물론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광고와 특집이 기사보다 우선입니다. 어느 언론이나 마찬가지입니다. 1~2면짜리 기획기사를 썼다가도 갑자기 광고가 들어오면 기사가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데스크는 이렇게 말합니다. “다음 주에 나가자. 괜찮지?” 더한 경우도 많습니다. MBN미디어렙의 영업일지에 나오듯 메이저언론의 기자들도 ‘영업’을 뜁니다. 속칭 ‘엿 바꿔 먹는’ 행태는 일상이 된지 오랩니다.

경향신문 최병탁 부국장은 기업특집에 대해 “순수하게 광고”라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어떤 독자가 보더라도 기업특집은 광고입니다. 특집에 기자들을 동원하지 않고 빈도도 가장 낮다는 경향신문만 하더라도 지난해 35번의 특집을 진행했습니다. 평균 2개면에 실렸다고 치면 독자들은 광고를 70면 더 본 겁니다. 올해는 3월까지 5번의 특집이 있었습니다. 차라리 ‘특집’이 아니라 ‘후원’이나 ‘광고’라고 명시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경향신문 2014년 12월 30일자 16면 특집면.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 2014년 11월 28일자 18면 특집면.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 2014년 10월 30일자 14면 특집면.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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