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예능프로그램 <히든싱어>는 재밌습니다. 이승환 편은 몇 번이고 다시 봤습니다. 휘성과 모창능력자가 같이 부른 ‘결혼까지 생각했어’ 클립도 유튜브에서 십 수번은 본 것 같습니다. 음악을 듣고 맞추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실시간검색어에도 자주 오르내리고, 앨범 구석에 숨어 있던 명곡과 잊고 지내던 추억의 노래를 떠오르게 한다는 점만 생각해도 이 프로그램은 합격입니다. 덤으로 “오늘의 우승자는 바로, 바로… 광고!”라며 중간광고를 쫄깃하게 버무리는 전현무의 진행도 즐겁습니다(다만 그에게 버는 만큼 피부도 관리하라는 조언을 하고 싶기는 합니다).

딱 하나 걸립니다. 노골적인 간접광고(PPL, Product Placement)입니다. 최근 tvN 드라마 <미생>에서도 PPL 논란이 있었죠. 일단 커피 자주 마시기, 공감합니다. 남들 다 하는 스마트폰 PPL도 이해합니다. 매번 같은 회식장소와 다음 날 마시는 숙취해소음료는 자주 등장해 조금 불편하지만 참을 만합니다. 그런데 생뚱맞게 홍삼이 너무 자주 나옵니다. 엑기스도 모자라 아예 홍삼 쇼핑몰을 안내하기도 했습니다. ‘미생이라 넘어가려고 했는데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죠. 이런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상품을 스토리에 적절히 녹여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 JTBC <히든싱어> 시즌3 갈무리

<히든싱어>에도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넋 놓고 보다보니 이 프로그램에 얼마나 많은 PPL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우선 눈에 띄는 제품은 음원 다운로드 사이트입니다. 프로그램과 관련이 있는 광고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병풍마냥 서 있는 삼성 UHDTV도 눈에 거슬리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최신 스마트 웨어러블(wearable) 기기’입니다. 전현무는 매회 한 번 삼성전자가 만든 스마트워치를 보며 “최신 스마트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결과를 받도록 하겠다”고 하고 힐끔 쳐다봅니다. 대부분 진행은 제작진이 ‘손수’ 만든 큐카드를 보며 합니다.

조금 수상합니다. <히든싱어> 제작진에 물어봤습니다. ‘그 스마트워치 진짜 사용합니까?’ 물으니 “간단한 형태의 메시지로 탈락자 이름과 표수를 보낸다”고 합니다. ‘진행은 대부분 큐카드로 하던데…’라고 묻자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PPL을 소화할 방법이 그 정도 장면”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간접광고가 제작비 조달에 큰 도움이 되는지’ 묻자 제작진은 “협찬팀이 따로 있고, 제작비로 바로 들어오지는 않는다”면서 “회사 수익으로 잡히고, 전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기본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협조하려 한다”고 합니다.

▲ JTBC <히든싱어> 시즌3 갈무리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지상파 교양은 협찬 없이는 제작이 불가능하고, 예능도 PPL 맞춤형이 많다”고 설명합니다. <뉴스타파>는 지난 10월 “2012년부터 최근까지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문화재단, 원자력환경공단이 각 방송사에 제작 지원과 광고 등의 명목으로 지불한 돈을 추려본 결과 5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돈은 퀴즈프로 <1대100>,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에 정책홍보 목적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피할 수 없는 광고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겁니다. 이제 TV 볼 때 눈에 좋은 결명자차를 마셔야겠습니다.

참, <히든싱어> 시즌4는 이전 시즌에 비해 좀 더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제작진은 “시즌3도 12명을 하려고 계획했는데 11명밖에 못했다”며 “<히든싱어>는 가수도 있어야 하지만 이 가수를 오랫동안 좋아하며 따라 부른 팬이 있어야 할 수 있는데 이런 조합이 많지 않아 시즌4는 준비기간이 좀더 걸릴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지금까지 히든싱어에는 총 37명의 가수와 백 명이 넘는 팬이 출연했습니다. 시즌3 중에는 이선희, 쿨 이재훈, 인순이, 이적, 태진아, 이승환 편이 기억에 남습니다. 설마 귀를 방해하는 간접광고가 나오지는 않겠죠? 시즌4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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