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담이 칼럼] 언니가 물었다. “딘딘 유튜브 봤어? 고등학교 자퇴한 이유 나왔는데...”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영상을 찾아보았다. 영상에서 딘딘은 한숨을 푹 쉬더니 학교를 자퇴하게 된 이야기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난 담임선생님 이야기로 시작했다.

학교 폭력엔 친구들의 괴롭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유가 있을 때도 있지만 이유 없이 선생님이 학생을 괴롭힐 때가 있다. 중학교 2학년 때라고 기억하는데 국어 선생님이 매시간 A를 때렸다. 전근 온 여 선생님이었는데 첫날, 첫 수업부터 A를 때렸다. A는 학년마다 있는 노는 무리 중 한 명이었다. 우리 때는 노는 애들을 날라리라고 불렀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이미지 출처=Pixabay.com

2학년 첫 국어 시간에 A가 바닥에 침을 뱉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단발머리의 여 선생님은 A에게 나오라고 하더니 폭언을 퍼부었다. 대걸레를 가져오게 하더니 A를 때렸다. 반 아이들은 공포와 두려움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당시 학교에서 선생님의 체벌은 흔하게 있는 일이었는데 국어 선생님한테서 뿜어져 나오는 위협감은 우리의 사춘기 반항심을 납작하게 만들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반항심뿐 아니라 정의감까지 납작하게 찌그러졌다.

A는 자신이 맞은 대걸레도 수업 시간에 청소해야 했다. 우리는 50분 수업 시간에서 30분을 넘게 A가 맞고 혼나는 장면을 지켜보아야 했다. 수업이 끝나는 종이 칠 때까지 공포에 휩싸여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때 일이 더 충격적으로 남아 있었던 이유는 국어 선생님이 임신해서 출산이 몇 달 남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딘딘의 영상으로 십 대의 학창 시절이 다시 떠올랐다. 몇십 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언니와 나는 같은 여고를 졸업했다. 사립고등학교였다. 점심을 같이 먹으며 여고 다닐 때 있었던 선생님들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여고인데도 선생님은 우리를 체벌했고, 성희롱에 가까운 행동도 서슴지 않고 했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우울하고 슬픈 이야기였다.

내가 2학년 때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수업 시간에 옆 반에서 이성을 잃은 선생님이 학생을 무차별적으로 때렸던 이야기를 했을 때 언니는 놀라며 말했다. “뭐 그렇게까지.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고?” 나는 언니가 놀라는 것을 보고 알게 되었다. 같은 학교에 다녔지만, 학년에 따라 상황은 달랐던 듯싶었다.

학생 생활지도 (PG) (연합뉴스)
학생 생활지도 (PG) (연합뉴스)

나의 학창 시절과 딘딘의 학창 시절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딘딘이 몇 년 생인지 궁금해졌다. 91년에 태어난 90년대 생이었다. 90년대 생이면 2000년대에 고등학교를 다녔을 텐데 학교 선생님은 꼭 80대, 90년대 초반의 선생님들 같았다. 70년대 생인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의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딘딘의 영상에 주르르 달린 댓글을 읽으며 더 놀라고 말았다. 학창 시절에 이유 없이 선생님에게 뺨을 맞은 사람, 가난하다고 선생님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사람, 촌지를 가지고 오지 않는다고 맞은 사람.... 댓글을 읽는 동안 마음이 아팠다. 그들 모두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으며 슬픔과 분노를 안고 있었다. 

2025년 지금은 딘딘의 영상에 달린 댓글 속 사람들이 살던 시대와는 달라졌을 것이다. 달라진 지금에도, 그 시절의 상처는 누구의 기억 속에서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딘딘의 이야기처럼, 오래된 하나의 경험이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갑자기 문을 열어젖히듯 튀어나온다는 사실이 그렇다. 학창 시절은 누구에게나 지나간 시간이지만, 그 시간이 남긴 자국의 깊이는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그땐 다 그랬지”라고 말하며 가볍게 지나가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손대면 아픈 흉터로 남아 있다.

나는 그 댓글들을 읽으며 한 가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누군가의 일상 한복판에서 툭툭 던져졌던 폭력은, 그 순간의 분위기와 공포는 잊히더라도, 그 폭력의 표정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결코 잊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더 조심스레 바라보게 된다. 우리는 정말 충분히 달라졌을까, 아니면 달라졌다고 믿고 싶은 걸까.

김담이, 소설가이며 동화작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국제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제30회 눈높이아동문학대전 아동문학 부문 대상 수상.   2023년 12월 첫 번째 장편동화 『올해의 5학년』 출간.  2024년 11월, 소설집 『경수주의보』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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