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사무처장의 독선적 운영에 반발해 집단 사직을 선언한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활동가들이 "변화의 목소리를 낸 구성원을 ‘불편하고 예민한 존재’로 취급하는 조직의 말로가 어떨지 심히 걱정된다"는 말을 남기고 퇴사했다. 

'집단 퇴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사무처장은 집행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재정 등 특정 업무에 대한 인수인계를 할 예정이다.  

19일 민언련 상근 활동가 일동은 <문제 외화한 '활동가 탓' 급급한 민언련 이사회, 혁신을 포기한 조직에 작별을 고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보여주기식 사임, 사무처장 편들고 활동가 탓하는 이사회에 실망했다"며 "사람은 그대로 둔 채 이름만 갈아끼운 것을 '조직 쇄신'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상임활동가 7인 중 5인은 이날 퇴사하며 2인은 오는 12월까지 근무 후 퇴사할 예정이다.

활동가들에 따르면 신미희 사무처장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중순까지 여러 차례 사직 의사를 밝히고 철회하는 상황을 반복했다. 활동가들은 지난 9월 이사회에 신 사무처장의 사직과 조직 시스템 개선을 공식 요구했고, 이사회는 ‘10월 말 사무처장 업무를 종료하고 그 시점까지 인수인계를 마친다’는 안건을 의결했다. 그러나 10월 이사회에서 인수인계 기간을 내년 1월까지 연장하는 안건이 다시 통과되면서 활동가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활동가들은 최근 이사회에서까지 기존 결정이 유지되자 집단 사직에 나섰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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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한 민언련은 “활동가들의 집단 사직에 대해 깊이 책임을 통감하며, 신태섭 상임공동대표와 신미희 사무처장은 11월 19일 사임한다”고 공지했다. 민언련은 오는 20일부터 기존 임시확대운영위원회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고 오는 1월 정기총회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민언련은 “사무처 활동가들의 고언을 새기고 뜻을 반영해서 구조적 쇄신과 책임 있는 대응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민언련 활동가 일동은 “대외적으로는 상임대표와 사무처장의 즉각 사임을 알렸지만, 인수인계, 대외활동 등을 이유로 신미희 사무처장은 앞으로도 업무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사태가 마무리된 것처럼 모양새를 취했을 뿐, 상임공동대표와 활동가들만 사직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사회는 고통을 호소한 활동가들을 위로하거나, 집단 사직을 표한 활동가를 설득하자는 논의는 전무했으며 오히려 문제를 외화한 활동가를 성토하는 자리였다고 전해졌다"고 했다. 

민언련 활동가 일동은 "민언련은 신미희 사무처장을 통해 18일 오전 이사회 결과를 활동가들에게 알리며 19일 사직하는 활동가들에게 ‘인수인계 자료를 내일 오전까지 작성해 외장 하드에 넣어두고 나가라’고 했다"면서 "추가로 조직에서 활동가들과 면담하거나 재고를 요청할 생각은 없냐는 물음엔 ‘그 건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민언련 활동가 일동은 “성명 발표 후 조직의 누구도 활동가들에게 대화를 요청한 바 없다”며 “시민을 위한 운동, 시민과 함께하는 단체임을 자처해왔지만 이는 허울일 뿐, 조직 내부 기득권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폐쇄적 구조가 본모습”이라고 말했다. 

민언련 활동가 일동은 “그간 조직은 사무처장 사직 연기를 거부한 활동가들을 다그치고, 사무처장을 비호했다”고 했다. '다 된 밥에 재 뿌린다' '활동가들은 집단이고 사무처장은 개인이다' '조속한 사임 요구는 잔인한 것’ 등의 반응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한 이사는 '힘들게 다들 고생하며 문제를 해결하려는데 (활동가 성명은) 기가 막힌다' '너희 잘못은 없냐' 비난했다고 민언련 활동가 일동은 전했다. 

민언련 활동가 일동은 “집단사직 결의 후 이러한 내부 문제를 외화하며 진심으로 조직이 성찰하길 바랐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문제를 제기하고 변화의 목소리를 낸 구성원을 ‘불편하고 예민한 존재’로 취급하는 조직의 말로가 어떨지 심히 걱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언련 활동가 일동은 “이제 민언련은 활동가도 없는 조직이 되었다. 민언련은 외화한 활동가들에 분노하기에 앞서, 시민단체로서 무엇이 더 부끄러운 일인지 알아야 한다”며 “혁신을 포기한 조직에 미래는 없다. 활동가 일동은 사람도, 미래도 포기한 민언련과 작별을 고한다”고 알렸다.

이날 김수정 민언련 대표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신미희 처장이 업무를 이어가는 것이 맞나’라는 질문에 “비대위를 구성했지만 급여·재정 등 인수인계를 직접 해야하는 부분들이 있다”며 “업무와 관련해 필요시에만 저희가 요청을 드리는 것이다. 계속 근무를 하는 건 아니고, 시간에 맞춰 도움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김수정 대표는 ‘활동가들은 신미희 처장의 사임·철회 반복, 인수인계 기간 연장을 지적했는데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체계적인 인수인계를 위해서는 기간이 좀 필요하다고 활동가를 설득하면서 그 기간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 과정을 활동가들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김수정 대표는 ‘구조적 쇄신을 위해 활동가들의 사직 재고를 요청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의에 “혁신위를 꾸리고 활동가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소통, 변화 방향 등에 대해 살펴보고 있었다”며 “중간보고를 조만간 제시하려고 했는데 그 전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하기 위한 조직의 쇄신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미디어스는 신미희 처장에게 ‘인수인계 기간’ ‘성명서에 나온 발언에 대한 입장’ 등을 문의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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