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대장동 일당들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가 논란이 된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검사징계법 및 검찰청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해 화제이다. 검사들이 선택적 반발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항명이므로 징계사유인데도 탄핵이 아니면 파면이 불가능하게 돼있는 등 검사만 특권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공무원들과 비교해 특권적 지위를 갖는 검사의 징계 절차에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은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그 이유가 ‘항명’일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인사들은 “윤석열 정권 때는 가만히 있다가…”라는 어법을 자주 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국면에 ‘항명은 곧 징계 사안’이라는 논리는 “윤석열 때 항명했다면 다르게 평가했을 것 아닌가”라는 방식으로 반론의 대상이 된다.

검사가 징계에 대해 특권적 지위를 갖는 것은 수사 독립성 보장을 위해서일 것이다. 만일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수사를 하는데, 인사권을 가진 권력이 징계 등을 통해 수사를 사실상 무력화 한다면 이는 민주주의라 부를 수 없다. 군이 정치에 참여하는 군정과 같은 상황이라면 이런 일은 일상적으로 벌어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검사에 대한 징계를 어렵게 하는 제도 설계에는 이유와 명분이 있다.
이 반대편에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어 가는 검사 집단의 현실이 있다. ‘거악’을 상대한다고 뻐기는 특수부 출신 검사들의 수사는 무리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무리를 하더라도 범법자들의 악행을 모두 드러내고 증명한다면 유권자들은 용인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무리한 수사와 화려한 언론 플레이의 결과가 무죄 판결이라면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한다.
나라마다 다른 법 제도를 그대로 가져와 논의에 덧붙이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이런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한국과 가장 유사한 국가를 꼽으라면 일본일 것이다. 2025년 2월 동아일보에 실린 장원재 논설위원의 칼럼을 보면 일본의 경우 형사재판 무죄는 검사에게 큰 불명예로 여겨진다. 내부 항소 심의에서 무죄 책임을 따지는데 ‘린치 수준’이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한다.
물론 무죄율을 낮추는데 집중하는 일본식의 ‘정밀사법’이 꼭 올바른 방향이냐는 논란은 있다. 검찰이 사실상 법원이 해야 할 유무죄 판단까지 대신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를 별도의 제도 설계로 보완한다. 그러나 그 초점은 불기소 결정의 타당성을 별도 기구가 검토하거나, 불기소에 대한 고소 고발인의 불복을 법원이 심판하는 등 ‘기소를 하지 않은 행위’의 정당성을 따지는데 집중된다. 검사가 무죄 받을 각오를 하더라도 일단 마구잡이식 기소를 해야 한다는 식의 논의로 이어지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거악척결’을 목표로 한 사건에서 무죄가 나오더라도 자신들의 힘이 부족해서 진 것일 뿐이라며 술자리 거하게 갖고 “새로 좋은 사건 하나 맡자”하는 게 현실 아니냐는 게 일반 사람들의 인식이다. 앞서 칼럼에는 “한국에선 무죄가 나와도 담당 검사에게 불이익이 거의 없다”고 되어 있는데, 검찰 내부의 사건평정위원회가 무죄 사건에서의 검사 과오 여부를 판단하지만 최근 5년간 사건(3만6117건) 중 과오가 인정된 건 10%정도에 그치고, 그나마도 인사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며, 과오가 인정돼 징계를 받은 검사도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큰 사건 맡은 검사는 무죄를 받더라도 다들 대거 승진하는 게 한국 검찰의 방식인데, 그 대표적 사례가 ‘윤석열 사단’이다.

최근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의 경우 “검찰의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조서의 허위 작성과 자백 강요 등이 있었다”, “여러 진술조서 작성 시 신뢰관계자의 동석이 이뤄지지 않은 점, 진술 거부권이 고지되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유도 신문을 했음이 인정된다”는 등 비상식적 방식으로 검찰 수사가 이뤄졌다는 점이 재판부의 판결을 통해 지적되었다.
그러나 재심이 이뤄질 때까지 검찰은 스스로 이런 문제를 파악하거나 해결하지 않았다. 자정능력이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김신혜 씨 사건의 경우 검사 시절 해당 사건을 일정 기간 담당했던 김웅 전 의원은 자신의 책에 “극악한 패륜 범죄를 저지르고도 야심가인 변호사와 탐욕스러운 PD를 만나 마치 무고한 죄를 뒤집어쓴 것처럼 세상을 호도하는 사람도 봤다”고 썼다. 이런 문제에 대해 검찰 조직의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99만원 불기소 룸살롱 세트’ 사건에서 술접대를 받은 검사들에 대한 징계는 2025년 5월, 5년만에 이뤄졌다.
물론 권력이 징계라는 수단을 통해 수사를 무력화 할 위험성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민주주의가 충분히 보장되고 자기 논조에 따라 자유롭게 언론이 활동하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는 그러한 일이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반대쪽에 비치는 검사의 현실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어 있다. 이러니 검사에 대한 징계도 일반 공무원과 같이 해야 된다는 주장에 명분이 서는 것이다.

정권에 대한 ‘항명’이나 “왜 민주당 정권일 때만 반발하느냐”는 식의 주장은 검사 징계 기준을 완화해야 하는 근거 리스트의 맨 끝에나 간신히 들어갈까 말까 하는 문제다. 그런데 여당은 그걸 중심으로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검찰이 이재명 정권과 대립하니 그걸 찍어 누르기 위해 징계 얘기를 꺼내는 것’라는 구도가 강화된다. 물론 그 끝에는 ‘이재명 방탄’ 프레임이 있다. 여당의 지금 방식은 ‘이재명 방탄’ 프레임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식으로 대응하면 명분이 있었던 검찰개혁 의제조차 정파적인 걸로 비춰져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검사 징계 얘기를 꺼내면 무조건 더불어민주당의 정파적 이익과 결부시켜 주장하는 억지가 만연해질 수 있다. 여당이 신중하고도 유능한 자세로 판단을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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