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가자] 주용진 신임 TBS 라디오제작본부장이 윤석열 정권 시절 중단된 시사 기능을 부활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주 본부장은 비공개 처리된 시사 콘텐츠를 복원하고 저녁 6시 데일리 시사 프로그램을 제작해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주 본부장은 디지털 전략으로 '지상파-유튜브 공동제작' 모델을 제시했다. 주 본부장은 다양한 분야의 유튜브 채널과의 협업을 확정지었으며 추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용진 신임 TBS 라디오제작본부장(사진 TBS 제공)  
주용진 신임 TBS 라디오제작본부장(사진 TBS 제공)  

TBS는 지난 11일 주용진 PD를 라디오제작본부장으로 인사발령했다. 주 본부장은 지난 25일 사내 게시판에 <TBS는 지금 공영방송으로 복원 중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주 본부장은 "공영방송 복원을 최우선 목표로 삼겠다. 자체 제작 중심 체제를 반드시 확립하겠다"며 "이를 통해 시민, 정치권, 그리고 우리 스스로에게 'TBS는 여전히 공영방송의 사명을 실현할 수 있는 조직'임을 증명하겠다"고 했다. 

주 본부장은 유튜브 채널에서 비공개 처리된 시사 콘텐츠를 복원하고 시사 프로그램을 다시 제작하는 게 '출발점'이라고 했다. 주 본부장은 "기존 시사 콘텐츠는 시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적 자산이다. 이를 비공개로 계속 방치하는 것은 시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공적 기록을 지우는 것"이라며 "시사 콘텐츠를 가리고 축소하는 대신, 공개와 확장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했다. 

주 본부장은 "외부 압력으로 멈춰 섰던 문을 열며, 우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허가 조건 안에서 모든 영역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본부 간 경계를 허물고 협업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이미 라디오제작본부와 TV제작본부는 공동 제작을 시작했으며 앞으로는 다른 본부와 직능단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했다. 

TBS의 시사 기능 복원은 2년 2개월 만이다. 지난 2023년 6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임명한 당시 정태익 TBS 대표는 '공정성 강화를 위한 TBS 혁신안'을 발표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빚은 편향성 논란에 대한 반성'의 의미를 담은 혁신안은 시사·보도 기능 포기를 선언했다. TBS는 내부 직원들의 능력이 성숙해질 때까지 시사 프로그램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이후 TBS는 온라인상에서 시사 콘텐츠를 삭제·비공개 처리했다. 

TBS는 방통위로부터 보도를 포함한 방송 전반에 대해 허가를 받은 지상파 사업자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선거철마다 TBS 시사·보도 기능이 불법이라는 주장을 반복해왔다. 법원 판결과 국회 입법조사처 답변 등을 통해 TBS의 시사·보도 기능이 인정됐지만 국민의힘은 불법 주장을 멈추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방선거 국면에서 TBS의 '교육방송 전환'을 주장해 시사·보도 기능을 박탈하려는 것이냐는 비판을 받았다. 

2023년 6월 12일 당시 정태익 TBS 대표이사(오른쪽)와 본부장들이 서울 마포구 TBS 라디오공개홀에서 공정성 강화 혁신안을 발표한 뒤 고개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3년 6월 12일 당시 정태익 TBS 대표이사(오른쪽)와 본부장들이 서울 마포구 TBS 라디오공개홀에서 공정성 강화 혁신안을 발표한 뒤 고개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 본부장은 저녁 6시 시간대 데일리 시사 프로그램을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주 본부장은 "우리의 진짜 무기는 자체 제작이다.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저녁 시간대에 정치·사회·경제 현안을 다루는 공론장의 중심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형식 또한 기존의 시사 프로그램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생각이다. 모든 본부와 직능단체가 힘을 모아 제작하고, 시민들에게는 'TBS가 돌아왔다'는 분명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주 본부장은 생존 전략으로 '유튜브에서 지상파로의 확장' 모델을 제시했다. 주 본부장은 "자체 제작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이어주는 조건이자 무대가 디지털과 방송의 융합"이라며 "유튜브와 지상파가 함께 만드는 공동제작 모델을 실험한다. 단순 중계가 아니라 제작 단계에서부터 협업해 사회적 주목을 확보하고 정부 지원의 명분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주 본부장은 예술·과학·음악·영화·언론 분야 유튜브 채널과 협업을 논의 중이며 이미 여러 채널과 협업이 확정됐다고 했다. 주 본부장은 "기존 방송사들이 유튜브를 단순 재송출 창구로만 활용했다면, 우리는 처음부터 유튜브 채널과 기획·제작을 함께 한다. 디지털 참여성과 방송의 공적 신뢰성을 융합하는 모델은 전례가 없다"며 "자원의 제약 속에서도 공영방송 복원의 가능성을 증명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최근 강양구 TBS 경영전략본부장은 '편성에 관한 사안을 전체 구성원 투표에 붙이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주 본부장은 "라디오제작본부와 TV제작본부는 분명히 말씀드린다. 이 논의는 다시는 나와서는 안 된다"며 강 본부장의 제안을 편성 독립성을 규정한 방송법을 위반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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