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지식재산권(IP) 가치가 1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언론이 K콘텐츠 IP 양성을 위한 정부의 장기 전략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 상위 50대 IP 보유 기업 중 국내 업체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32개, 일본이 7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 전략 수립과 지원’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18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K팝에서 시작된 열풍이 K컬처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K컬처는 국력 신장의 새로운 동력”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케데헌을 거론하며 “국립중앙박물관에 관람객이 몰려들고 '뮤지엄 굿즈'도 연일 매진되고 있다. K-문화 강국을 위한 여정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관계 부처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 길이 원칙'에 입각해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 전략 수립과 지원, K-팝 등 관련 시설 인프라 확충을 포함해 종합적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케데헌의 IP 가치가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케데헌 OST가 빌보드 핫100 1위에 오른 것에 더해 후속작, 뮤지컬 제작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케데헌은 김밥, 라면, 한옥마을, 무속신앙 등 한국적 요소를 내세우지만 IP 수익은 모두 넷플릭스에 돌아간다.
제작사인 소니픽처스 역시 웃지 못하고 있다. 미국 포브스에 따르면 소니픽처스는 약 1400억 원을 투입했으나 판권을 넷플릭스에 판매하면서 얻은 수익은 약 3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포브스는 넷플릭스가 ‘케데헌’을 디즈니 히트작 ‘겨울왕국’에 버금가는 프랜차이즈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넷플릭스 로고 [AP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dn.mediaus.co.kr/news/photo/202508/314254_224377_5616.jpg)
중앙일보는 사설 19일 <K컬처 열풍, 산업 전략 없으면 남 좋은 일만>에서 “‘재주는 K컬처가 넘고 돈은 미국 기업이 가져간다’는 말까지 나온다”면서 “백범 김구의 꿈인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는 자부심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그 문화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산업적 틀, 특히 지식재산권과 글로벌 플랫폼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간한 <새로운 성장(10) 지식재산권의 산업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식재산권 상위 50위에 한국 기업은 없었다. 미키마우스·배트맨·트랜스포머 등을 보유한 미국 기업은 32개사, 포켓몬·헬로키티 등 일본 기업은 7개사다. 중국과 프랑스는 각각 2개 기업이 포함됐으며, 스웨덴·영국·캐나다·이탈리아·독일·핀란드·덴마크는 각각 1개 기업이 포함됐다. 특히 미국의 32개 기업은 지난해 IP 수익으로 2,424억 5,000만 달러(약 33조 원)를 올렸는데, 이는 우리나라 GDP의 약 13%에 해당한다.
대한상의는 한국 IP 산업 부진 요인으로 ▲원천 IP 부족 ▲IP의 다각적 활용에 대한 전략 미흡 ▲투자 여력 부족 등을 꼽으며 “지구촌 수출 관세 장벽이 높아지는 가운데 제조업 위주의 ‘하드 머니’보다는 ‘소프트한 머니’를 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IP 주권 펀드 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IP 주권 펀드는 제작사가 일정 지분을 보유한 프로젝트에 대해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면서 제작사와 플랫폼이 제작비를 공동 분담하고 IP 권리를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IP 수출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평균 1000만원 이상의 출원비용을 내야 해외 권리를 확보할 수 있다”며 “문화 기업, 핵심 기술 기업 등을 중심으로 금융지원을 확대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IP 주권 펀드 조성’ 방안에 대해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이 제작비 전액을 투자하는 대가로 IP와 파생 수익을 독점하는 구조를 피할 수 있다는 것으로 귀 기울일 가치가 있는 제안”이라며 “궁극적으로 한국의 한류 열풍이 글로벌 수준의 지식재산권 양성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민간의 창조성을 극대화하는 정부의 장기 전략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근시안적 지원이나 규제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케데헌’ 열풍이 한국 민관의 IP 산업 전략을 냉정하게 돌아볼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는 같은 날 사설 <'케데헌' 돌풍에도 빈손… K지재권 전략 절실하다>에서 “글로벌 IP가 가지는 경제적 파급력은 막대하다”면서 “관세장벽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제조업 수출 중심의 성장공식에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K콘텐츠가 각광을 받는 지금 IP 산업 육성은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치밀한 IP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초기 투자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케데헌’은 물론 ‘오징어 게임’ ‘폭싹 속았수다’ 등 많은 히트작들이 해외 플랫폼의 배만 불려준 것은 선투자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 탓이다. K컬처에서 미키마우스를 능가할, 수익 창출력을 끌어낼 수 있는 입체적인 정부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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