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민정수석·헌법재판관 인사에 검찰개혁에 대한 우려와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특수부 검사 출신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하고, 자신의 변호인을 헌법재판관 후보군에 올린 데 대한 언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이완규'의 이름이 소환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시절 검찰개혁 의지를 강력히 피력해 검찰총장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총장에 오른 뒤에는 검찰개혁에 반대하며 '윤석열 사단'을 조직, 대선 후보로 가는 발판을 만들었다. '윤석열의 방패'로 불린 이완규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에서 법제처장에 임명돼 직을 수행하다 정권 말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오광수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를 민정수석비서관에 임명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인사로 검찰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했다. 민정수석은 사정기관을 총괄하고 행정부 공직기강·인사검증 업무를 담당하는 자리다. 오 민정수석은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지방검찰청 검사 시절부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파견돼 활동했다. 대검 중수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을 역임한 검찰 특수통 출신이다.
앞서 오 변호사의 민정수석 내정설에 시민사회에서 '검찰 출신 민정수석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 5일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과거 검사 출신이 임명되어 검찰 수사 및 인사에 정권이 개입하는 통로이자 동시에 검찰이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통로로 작동해 큰 비판을 받아왔다"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검사 출신 민정수석의 임명은 검찰개혁의 동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고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7일 논평에서 "검찰 출신 민정수석은 정치검찰 탄생에 자양분이 되어왔다"며 "제대로 된 개혁을 위해서는 검찰 출신 민정수석 임명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비판은 민주당 내에서도 제기됐지만 이 대통령이 직접 의원들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국민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민주당 1·2기 지도부와의 만찬자리에서 오 민정수석 임명과 관련해 직접 인선 이유를 설명했다고 한다. 한국일보는 8일 기사에서 "오 수석 임명은 '지피지기 백전백승' 전략으로 풀이된다"며 "검찰 특수부의 생리를 잘 아는 인사를 데려와야 검찰조직 분리(중대범죄수사청-기소청)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기능을 강화하는 제도개혁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하기 위해 후보자를 3명으로 압축하고 막판 검증에 돌입했다. 압축된 후보자는 오영준 서울고법 부장판사, 위광하 서울고법 판사, 이승엽 변호사다. 이 중 이승엽 변호사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위증교사 사건, 불법 대북송금 사건 등의 변호를 맡아왔다. 국민의힘에서 이해충돌·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이 대통령 사건을 맡은 분들은 공직에 나가면 안 된다는 취지인 건지, 어떤 부분에 충돌이 된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보였다.

9일 경향신문은 사설 <오광수 민정수석, ‘특수통 출신이 적임자인가’ 우려 새기길>에서 오 민정수석 임명과 이 변호사 헌법재판관 검토에 대해 "모두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검찰개혁 의지를 믿고 임명한 검찰총장 윤석열이 태도를 180도 바꾼 전례를 모두 알고 있다. 검찰 속성에 밝은 민정수석은 독이 될 수도 있다"며 "수사·기소 분리와 같은 제도개혁보다 인사권으로 검찰을 틀어쥐려 할 경우 ‘윤석열 검찰’에서 ‘이재명 검찰’로 간판만 바꾸는 것이 될 수 있다. 그건 검찰을 장악하는 것이지 검찰개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 변호사가 헌법재판관 후보군에 오른 데 대해 "지명되면 논공행상, 이해충돌 논란은 물론 이 대통령이 사법부를 장악하려 한다는 비판이 커질 것"이라며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검찰총장 징계처분 취소소송 법률대리인이었던 이완규 변호사가 법제처장을 맡고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반문에 답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같은 날 한겨레는 사설 <특수부 검사 출신 민정수석에 쏟아지는 우려>에서 오 민정수석에 대해 "검찰에 있을 때는 물론 검찰을 떠나서도 검찰개혁을 주창하거나 행동한 사실이 전무하다. 어느 모로 보나 검찰개혁의 적임자는 아니다"라고 했다. 한겨레는 "행동이 아닌 말로 평가하는 건 대단히 위험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당시 후보자 가운데 '검찰개혁 의지'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그가 검찰개혁에 어떻게 저항했는지 벌써 잊었나.(중략)대통령의 지시에 태업을 일삼다가 정권의 힘이 빠지자 대놓고 반발했다"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이 대통령이 자신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오 민정수석을 낙점한 것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부여받았다"며 "검찰개혁은 정권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여론의 지지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중략)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정치검찰의 가장 큰 피해자라는 사실을 강조하지만, 개혁은 대통령 혼자서 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해 날을 세웠다. 한국일보는 사설 <'대통령 변호인'이 후보로... 헌법재판관 사유화 안 된다>에서 "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명했던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 철회했다. 검사 출신 이완규 법제처장은 윤 전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친분이 두터울 뿐 아니라 내란 방조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라며 "하지만 그 자리에 ‘이재명 변호인’을 앉힌다면 그가 설령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도 공정성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어떤 부분이 이해충돌인지 이해가 안 간다'는 대통령실 반응에 대해 "당장 현직 대통령 재판 중단 여부와 관련한 헌법 84조 해석을 두고 헌법소원이 청구된다면 헌법재판소가 판단을 내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국민 눈높이에 맞게 이 변호사를 후보 검증에서 걸러내는 것이 옳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대통령 변호인을 헌법재판관으로 검토한다니>에서 "권력 견제 기능을 하는 헌법 재판을 대통령 변호인 출신이 담당한다면 누가 공정하다고 믿겠나"라며 "‘변호사 수임료를 공직(公職)으로 갚는 격’이란 일부 비판이 틀린다고만은 할 수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헌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헌법재판관들이 헌법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정권과 각 정당의 정파적 이익을 지키는 파견원처럼 됐다는 비판을 받은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면서 "이 변호사는 법조계 내부에서 실력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상황에 따라 가서는 안 될 자리가 있다. 가장 공정하고 중립적이어야 할 헌법재판관 자리가 그렇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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