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노하연 기자]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한국의 대선 개표방송에 대해 “초현실적이고 흥미진진하다”면서도 “계엄령 선포로 인한 탄핵으로 치러지는 선거에서 재밌고 화려한 보도는 정치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4일(현지시간) ‘한국의 초현실적이고 치열한 선거일 밤 TV 그래픽 살펴보기’(A look at South Korea’s surreal, sizzling election-night TV graphics) 제목의 기사에서 지상파 3사(KBS·MBC·SBS)의 대선 개표방송을 다뤘다.

워싱턴포스트는 “올해에는 인기 넷플릭스 프로그램인 ‘오징어 게임’을 차용한 그래픽이 눈에 띄었다”며 “경마식 저널리즘이든 선거 보도든 화면에서 눈을 떼기 어려운 연출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지난 10년 넘게 한국 선거의 주요 특징이었던 그래픽은 일반뉴스와 결합해 시청자를 매료시키는 이미지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공영방송 KBS는 역대 대통령들이 악수하는 장면을 인공지능 이미지로 구현해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강조했다. 이날 밤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MBC는 한국 역사와 민주주의의 의미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며 “SBS는 후보들이 자동차 경주를 하거나 줄다리기를 벌이는 모습부터 초현실적인 모습까지 다양했다.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가 변기를 뚫으며 경쟁하고, 스핀 바이크를 타기도 했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로 인한 탄핵으로 6개월간의 정치적 혼란이 끝난 선거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재미있고 화려한 보도가 시청자들을 주요 이슈나 정책 토론에 대한 주의를 분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용찬 연세대 교수는 “선거일 밤은 진지한 정치 의제에 참여할 수 있는 좋은 시기”라며 “방송사들이 과도한 시각효과에 의존함으로써 그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했다.
KBS 기자 출신의 김현식 미국 콜로라도 볼더 대학교수는 “선거가 끝난 뒤 시청자들은 뉴스 보도의 핵심보다 방송사가 보여준 드라마틱한 애니메이션과 시각적 연출만 기억하게 될 수 있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김 교수는 한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엔터테인먼트가 국가 정치의 본질을 점차 추월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부연했다.
후보자 연출이 주요 정당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보형 미국 밴더빌트대 교수는 “이러한 그래픽 자체가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며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양당 중심의 구도에 집중하거나, 후보의 자기 브랜드 강조만을 비판 없이 재생산하는 등 기존의 구조적 문제들이 반복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실제로 SBS의 ‘변기 뚫기’ 장면에서 제3의 후보는 등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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