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비국악인이 국립국악원장을 맡은 것은 권위주의 정부 때나 있던 일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건희 황제 관람 위증으로 사과했던 유병채 문체부 국민소통실장이 국립국악원장에 지원해 ‘알박기 인사’ 논란이 한창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전 국악원장과의 면담에서 ‘예술가는 예술만 하면 되지 행정을 뭐하러 하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국악원 현안 비상대책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는 윤미용 전 국악원장은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립국악원이 개원한 지 74년 정도 됐다”면서 “그동안 국악원장에 국악인이 임명되던 제도가 잘 정착됐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해 연말 1급 공무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국악원장 응모자격이 바뀌는 바람에 많은 국악인들이 사이에서 상당히 논란 상황이고, 대책을 강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유병채 문체부 국민소통실장.(국회방송 갈무리)​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유병채 문체부 국민소통실장.(국회방송 갈무리)​

지난해 12월 민간 전문가만 지원 가능했던 국립국악원장직이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행정직 공무원도 응모할 수 있도 변경됐다. 이런 와중에 유병채 문체부 국민소통실장이 국악원장 공모에 지원해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이 국악계에서 나오고 있다. 

유 실장은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을 지냈으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씨의 KTV 무관중 국악 공연 관람 논란과 관련해 거짓 해명으로 사과한 전력이 있다. 국악원은 지난해 6월 김영운 전 원장이 퇴임한 후 강대금 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윤 전 원장은 ‘비국악인이 국악원장에 임명되는 것은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 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 원장은 “1980년대 초에 흔히 말하는 권위주의 시대 때 세 분 정도 문화부 국장급에서 국악원장을 수행하고 나간 경우가 있었다”면서 “그분들은 국악을 잘 모르니 조용히 있다가 나가신 분도 있고, 어떤 분은 국악원 기강이 해이해졌다며 기강을 잡다가 나가시는 분도 있었다”고 전했다.

윤 전 원장은 행정직 출신 국악원장의 가장 큰 문제가 ‘국악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라면서 “국립예술단 단원들은 공연 전후로 밤 늦게까지 연습하는 경우가 있지만 보통 오전 10시에 출근해 연습, 공연 준비를 하다 보통 오후 3시에 퇴근한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근무하는 것에 익숙한 공무원들은 이런 부분을 상당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윤 전 원장은 ‘국악원장 응모 자격 개정에 정치적 배경이 작용했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이번 사태가 벌어진 이후 전임 원장과 의논을 했는데, ‘이해가 안 가는 일’이라고(입을 모았다)”고 말했다. 윤 전 원장은 “지난해 6월 전임 원장이 퇴직하고, 곧바로 응모 작업이 이뤄져서 최종 후보자들까지 선정했는데 무산됐다”면서 “그리고 나서 응모 자격에 1급 행정직도 (지원할 수 있게) 바뀐 것이다. 왜 하필 국악원 같은 전문성이 필요한 기관을 집은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윤 전 원장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국어원, 국립도서관 이런 곳도 전문가가 개방형으로 오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윤 전 원장은 ‘특정인을 원장으로 앉히려는 추정이 가능한 거 아니냐’는 질문에 “소문은 무성했다”면서 “그런데 정말 1급 행정직이 국악원장으로 오는 것 아닌가 해서 많은 국악인들이 놀랐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원장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면담에서 ‘기구가 확장되니 공무원이 원장이면 예산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지 않겠냐’ ‘예술가는 예술만 하면 되지 행정을 뭐하러 하냐’ 등의 발언을 했다면서 “그래서 제가 ‘어떻게 장관님이 국악인의 마음을 그렇게 아프게 하시느냐‘(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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