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노하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5개 국립예술단체 법인·사무처 통합 계획에 대해 문화예술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은 “충분한 공론화 없는 졸속 추진”이라며 “예술적 자율성의 축소와 창작의 제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문화예술협의회·문화연대·블랙리스트 이후·한국민예총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유정·민형배·이기헌·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은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립예술단체 통합 졸속 추진 문체부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5일 국립예술단체 통합 졸속 추진 문체부 규탄 기자회견
5일 국립예술단체 통합 졸속 추진 문체부 규탄 기자회견 (사진=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이들은 “각 단체는 장르별 특성에 맞는 예산 집행과 운영 방식을 갖추고 있는데 이 차이를 무시한 통합은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는커녕 혼선을 초래할 뿐”이라면서 “5개 단체는 각기 다른 독창적인 표현 방식을 통해 창조적인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데 통합은 오히려 각자의 예술적 자율성의 축소와 창작의 제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장르 간 협업을 통해 더욱 진취적인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하지만, 이는 각 단체의 현실과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며 ▲통합 중단, 독립성·자율성 보장 ▲현장 의견 수렴 위한 공론장 마련 ▲행정 투명성 등을 요구했다.

문체부는 지난달 19일 국립오페라단·국립합창단·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국립발레단·국립현대무용단의 행정을 뒷받침한다며 올해 상반기 안에 이사회·사무처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국립예술단체의 지방 이전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문체부는 지난달 20일 “일정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큰 틀에서 서울예술단의 지방 이전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울 예술의전당에 상주하고 있는 서울예술단을 2027년까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소속 상주단체로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계획은 6일 발표되는 ‘2035 문화비전’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그러나 문화예술계 반발이 거세다. 단장 자리가 비어있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제외한 국립예술단체 네 곳은 지난달 24일 일방적인 통합에 반대한다는 단장 명의 공동 입장문을 문체부에 전달했다. 이들 단체는 “개별 단체의 고유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충분한 논의 없이 성급하게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2월 24일자 국립현대무용단 통합(통폐합) 반대 서명 운동 갈무리
2월 24일자 국립현대무용단 통합(통폐합) 반대 서명 운동 갈무리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5일 기자회견에서 “2011년 유인촌 문체부 장관 시절 국립예술단체 통합에 대한 비슷한 용역 연구가 있었지만, 연구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왔다”며 “14년이 지난 다음에도 어떤 논리적 근거 없이 (5개 단체)통합을 결정했다는 것은 국가 문화정책의 심각한 관료주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용가 오현택 씨는 “정부는 행정만 통합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예산과 운영 방식, 사업 방향 변화로 각 단체 독립성과 정체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통합은 단순한 행정 변화가 아닌 예술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릴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오현택 씨는 SNS에 ‘예술의 자유를 지키는 사람들’ 명의의 ‘국립현대무용단 통합(통폐합) 반대 서명 운동’ 링크를 게시하고 “현대무용단의 경우 현재 예산이 가장 적은 예술단체로, 통합 계획에 따라 실질적으로 폐지에 가까운 상황이 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무용단 통합(통폐합) 반대' 서명 운동에 하루 1000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춤비평가협회 역시 “문화예술을 퇴행시킬 것이 명확하다”며 “뜬금없는 통합 추진을 즉각 멈추라”고 요구했다. 춤비평가협회는 “통합 법인은 문화예술의 심각한 퇴행과 비효율적 운영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자율성마저 저해한다”며 “국립단체의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한 공론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문체부는 개별 예술단체의 자율성 침해에 대한 우려에 대해 “각 국립예술단체는 개별 단체의 단체명과 정체성을 유지한다”며 “각 단체의 단장 겸 예술감독들은 현재의 지위에서 중장기적 시즌 프로그램 선정부터 개별 공연 프로그램 결정을 비롯해 지휘·연출·안무 등 자율성을 기반에 둔 본연의 예술 활동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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